캠퍼스 길냥이 살리려…747명 마음 모았다 [아살세]
학생, 이웃들 후원금 1000만원 넘게 모아
캠퍼스에 살던 길고양이가 교통사고를 당해 크게 다치자 학생들과 인근 주민들이 1000만원 넘는 치료비를 모아 살렸다는 따스한 사연이 5일 전해졌습니다.
5살 길고양이 ‘줄냥이’는 서영대학교 광주 캠퍼스의 마스코트입니다. 남매인 여동생 ‘호랑이’와 친구 ‘서영이’와 함께 캠퍼스에 살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캠퍼스에 있던 식당이 문을 닫으면서 남겨진 고양이들을 경비원 김장윤씨가 돌보고 있습니다. 밥도 챙겨주고 털도 빗겨줍니다.
김씨는 휴무일이던 지난달 25일 학교 앞 애견 미용실 주인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줄냥이가 차에 치여 크게 다쳤다는 겁니다. 줄냥이를 친 운전자는 줄냥이의 꼬리를 집어 인도에 휙 던지더니 자리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씨는 평소 고양이들을 잘 살펴주던 학생들을 단체 카카오톡방으로 모아 이 소식을 알렸습니다. 그 사이 줄냥이는 지나가던 행인이 동물병원에 데려간 덕분에 응급처치를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후 치료비를 내줄 보호자가 없어 광주 동물보호소로 보내졌습니다.
다음날 아침 9시 보호소 문이 열리자마자 학생 한 명과 김씨가 줄냥이를 찾아 동물병원으로 데려갔습니다. 검사 결과 줄냥이는 아래턱 관절이 부서지고 왼쪽 눈이 실명된 상태였습니다. 두개골은 벌어지고 입천장은 찢어졌습니다. 수의사가 “수술 중 출혈이 심하면 1~2분 만에 무지개다리를 건널 수도 있다”며 “마음 단단히 먹으라”고 경고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밤 10시에 시작한 수술은 장장 3시간이 걸려 새벽 1시에야 끝났습니다. 다행히 수술은 잘 마무리되었지만, 문제는 1200만원이 넘는 수술비였습니다.
학생들은 에브리타임과 인스타그램, 트위터에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줄냥이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서영대 학생뿐 아니라 인근의 서강중·고등학교 학생들과 동네 주민들도 도움의 손길을 보냈습니다. 모금액도 몇백 원부터 30만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했습니다. 글을 올린 25일부터 28일까지 나흘 만에 747명이 1074만 7675원을 보내왔습니다. 많은 이웃들이 입금자명 대신 ‘줄냥이 파이팅!’ ‘줄냥아 얼른 나아’ ‘이거라도 보냅니다’와 같은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줄냥이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은 병원 측도 입원비를 받지 않고 수술비도 일부 할인해줬습니다. 덕분에 모금액으로 병원비 782만원을 모두 지불했습니다. 나머지 후원금은 남은 입원 기간 발생하는 비용과 줄냥이를 돌보는데 사용될 예정입니다. 줄냥이 계정을 운영하는 학생들은 “후원금이 많이 모인 만큼 줄냥이에게 사용되지 않은 금액은 안락사시키지 않은 동물보호단체를 찾아 기부할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줄냥이는 무사히 회복 중입니다. 혈액 검사 결과 백혈구 수치도 정상으로 돌아왔고, 호흡도 안정적이라고 합니다.
다만 수술 경과를 지켜보며 2달 정도 보살핌이 필요한 상태라 처음 보호소로 함께 줄냥이를 찾으러 갔던 서영대 학생 김미소씨가 돌봐주기로 했습니다. 식당을 운영하는 김미소씨의 어머니도 줄냥이의 소식을 손님들에게 알리며 후원을 독려할 만큼 줄냥이에게 관심이 많았기에 흔쾌히 마음을 모아주셨다고 합니다. 서영대 측에서도 줄냥이를 키우는데 필요한 물품 지원 등을 약속했습니다.
김미소씨는 “줄냥이가 완전히 회복되면 남매인 ‘호랑이’를 보러 캠퍼스에도 데려가 줄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학생들은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앞으로도 줄냥이의 소식을 계속 전할 계획입니다. ‘줄냥이’가 이웃들의 따스한 사랑에 힘입어 건강한 모습을 되찾기를 응원합니다.
서혜원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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