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뒤엔 못 본다" 소식에 2만명 몰렸다…'이건희 기증' 이 그림
지난 4일 오후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기증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대구 수성구 국립대구박물관. 유독 한 작품 앞에 관람객 8명이 모여 웅성대고 있었다. 이 작품은 겸재 정선이 그린 인왕제색도(국보 216호)다. 인왕제색도는 대구에선 쉽게 볼 수 없는 대작인 만큼 앉아서 관람할 수 있는 긴 의자를 설치했다. 그런데 몰려든 관람객 때문에 그림을 제대로 볼 수 없게 되자 여기저기서 “안 보인다” “가리지 마라”라며 아우성이었다.
이처럼 인왕제색도 앞이 붐비는 이유는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 작품 348점 중 인왕제색도만 오는 7일까지 관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특별전은 지난 4월 11일부터 오는 7월 9일까지 열린다. 대구박물관 관계자는 “인왕제색도 작품 뒷면에서 빛을 쏘는데 수묵화인 만큼 상할 수 있어 작품 보호를 위해 전시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며 “김규진의 ‘괴석도’로 교체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대구박물관에 관람객이 쏟아지고 있다. 당초 인왕제색도는 전시 보름 만에 관람객 2만2000명이 보고 갈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대구박물관 관계자는 “어린이날부터 연휴 동안 비 소식이 있어 더 붐빌 것 같다”며 “안전한 관람을 위해 관람 가능 인원을 최대 120명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계속해서 관련 문의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어느 수집가의 초대’전에서는 고 이 회장 기증품 중 190건, 348점(국보 6건·보물 14건)을 선보이고 있다. 이중 조선 시대 최고 걸작으로 평가되는 ‘인왕제색도’는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 거장 정선(1676~1759)이 남긴 대표작으로, 76세이던 어느 여름날 장마 후 개이기 시작하는 인왕산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정선은 인왕산 아래 살면서 자신의 집과 인왕산 일대를 자주 그렸다고 한다. 대구박물관에 따르면 인왕제색도는 이 회장이 최초로 수집한 작품으로, 이 회장은 1982년 호암미술관 개관 전에 이미 인왕제색도를 소장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전시가 끝난 인왕제색도는 2025년 11월부터 3개월간 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NMAA)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이건희 컬렉션’ 국외 순회 특별전의 목적으로 이뤄지는 이 전시에서는 인왕제색도를 비롯한 미술품 250여 점이 이 회장 문화재 수집 철학 등과 함께 미국 관객에게 소개될 예정이다. 1846년 미국 정부가 설립한 스미소니언 재단은 21개 박물관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 예술문화과학교육기관으로, 산하 박물관 총 방문객은 연간 3000만명(코로나19 이전 기준)에 달한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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