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만6000명 붕괴한 영양..."양수발전소 유치가 마지막 기회"
인구 1만6000명 유지도 힘든 경북 영양군에는 이달 초부터 도로변이나 주택가마다 현수막이 우후죽순 내걸리기 시작했다. 5월에 들어선 지 고작 닷새가 지난 시점인데도 곳곳에 내걸린 현수막 수는 300여장. 현수막에는 ‘만장일치, 양수발전소 유치’ ‘군민 모두가 유치위원이다’ ‘의견통일, 양수발전소 유치’ 등 글귀가 적혀 있었다.
현수막뿐 아니라 마을마다 양수발전소 유치를 위한 주민 서명을 하나라도 더 받기 위해 경쟁이라도 하는 것처럼 분위기가 뜨거웠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홍보 전단을 나눠주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평소에는 조용하기만 한 영양군이 유달리 들썩이고 있는 이유는 뭘까.
지방소멸 위기탈출 위해 양수발전소 유치 사활
영양군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지방소멸 위기에 직면했다. 올해 1월 기준으로 인구 1만6000명이 붕괴했다. 경북 울릉군을 제외하면 영양군은 전국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곳이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신생아 양육비 지원 조례를 만들고, 경북에서 최초로 인구지원조례를 제정하는 등 지방소멸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양수발전소 유치라는 기회가 찾아왔다. 양수발전소는 남는 전력을 이용해 펌프로 고지대 저수지에 물을 퍼 올려 저장한 다음 필요한 시기에 물을 이용해 발전하는 시설이다. 저수지를 만들면 해당 지역 마을 주민이 이주할 수도 있고, 발전소 건설 과정에 환경파괴가 일어나는 등 피해가 있어 양수발전소는 대표적인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 시설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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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은 주민들은 ‘님비’ 없다…유치 적극적”
영양군이 유치하려고 하는 양수발전소는 1000MW 규모에 총 사업비 2조원, 건립 기간 14년이 소요되는 사업이다. 영양군은 한수원과 협력사 직원이 이주해 인구가 늘어나고, 150여 명이 일자리를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발전소 주변을 새로운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양양·무주·청평 등 다른 지역 양수발전소 홍보관 방문객은 연평균 10만 명에 육박한다.
또 양수발전소가 들어서면 지역발전 지원금으로 936억원 이상 확보할 수 있고 재산세·지방소득세 등으로 연간 14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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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증가·일자리 창출·관광객 증가 등 기대
이와 관련해 영양군은 지역의 대표성을 가진 각계각층 대표자 250여 명으로 구성된 ‘범군민 유치위원회’를 구성했다. 범군민 유치위원회는 유치 홍보활동, 서명운동, 지역 여론형성, 대정부 건의 등의 활동과 범군민 결의 대회를 추진할 계획이다. 양수발전소 유치 신청서 제출까지 군민의 75%인 1만2000명 이상을 목표로 대대적인 서명운동도 하고 있다.
오도창 영양군수는 “지역 소멸위기 극복을 위해 하늘이 주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양수발전소 유치에 전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며 “양수발전소 유치는 친환경 성장사업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인구 증가, 인프라 확장, 관광객 증가 등 1석 4조를 얻을 기회”라고 말했다.
영양=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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