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게임 팬들 열광하게 한 '슈퍼마리오', 이건 아쉽다
[이학후 기자]
▲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포스터 |
ⓒ 유니버설 픽쳐스 |
배관공인 형 마리오(크리스 프랫 목소리)와 동생 루이지(찰리 데이 목소리)는 뉴욕에서 새로운 배관 사업을 시작하나 주변의 반응은 썰렁하다. 어느 날, 뉴욕 브루클린의 수도관이 파손되었다는 뉴스를 접한 형제는 세상에 자신들을 각인시킬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현장에 갔다가 커다란 초록색 파이프에 빨려 들어가 각각 다른 세계로 떨어진다. 버섯왕국에 도착한 마리오는 슈퍼스타로 세상을 지배하려는 야욕을 가진 쿠파(잭 블랙 목소리)가 있는 다크랜드로 간 루이지를 구하기 위해 버섯왕국의 통치자 피치(얀야 테일러 조이 목소리) 공주와 키노피오(키건 마이클 키 목소리)의 도움을 받아 '슈퍼 마리오'로 거듭나기 위한 훈련에 나선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비디오 게임을 영화로 옮기려는 시도는 꾸준히 이뤄졌다. 그러나 게임의 팬들, 전개 구조와 캐릭터 등 기본적인 자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사례는 <모탈 컴뱃>(1995), <툼 레이더> 시리즈,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 등 일부에 불과했다. 최근의 상황은 다르다. <명탐정 피카츄>(2019), <수퍼 소닉>(2020)은 극장에서 대성공을 거두었고 HBO 드라마 <라스트 오브 어스>와 넷플릭스로 공개한 애니메이션 <아케인: 리그 오브 레전드>는 안방극장을 지배했다. 비디오게임 영상화의 황금기가 도래한 것이다.
▲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한 장면 |
ⓒ 유니버설 픽쳐스 |
과거 제작비 4800만 달러를 들여 제작한 실사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1993)가 마리오가 배관공인 점 외엔 원작 게임과 비슷한 구석이 없는 데다 밝은 동화풍 분위기가 아닌, 어두운 디스토피아 세계로 그려진 탓에 참담한 흥행 실패를 맛보았던 닌텐도는 이번에는 철저하게 '원작 게임에 충실한', '팬을 위한' 영화를 목표로 삼았다. 영화는 슈퍼 마리오, 마리오 카트, 동키콩 등 원작 시리즈의 요소들을 내러티브에 녹여 관객이 마치 게임을 플레이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마리오와 루이지가 첫 의뢰를 받고 출동하는 장면, 마리오가 훈련받는 장면, 마리오가 동키콩(세스 로건 목소리)과 대결을 벌이는 장면은 게임의 횡스크롤 액션을 그대로 또는 독창적인 방식으로 재현한다.
가장 멋진 대목은 무지개 로드를 배경으로 마리오, 피치 공주, 키노피오, 콩 군단이 함께 쿠파의 군대와 맞대결을 벌이는 카트 레이싱 장면이다. 캐릭터들이 각각의 카트를 타고 치열한 경주를 벌이는 이 장면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를 연상케 할 정도로 박진감이 넘치고 마치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극장을 빌린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이 외에도 곳곳에 숨어있는 오마주와 엄청난 양의 이스터 에그는 원작 게임의 팬들을 환호하게 만든다.
▲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한 장면 |
ⓒ 유니버설 픽쳐스 |
시대 변화에 걸맞게 용감한 남자가 여자를 구출하는 고전적인 공식에서 벗어난 점은 눈길을 끈다. 여성 캐릭터인 피치 공주는 적극적으로 행동하며 이야기를 주도한다. 피치 공주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배우 안야 테일러 조이는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 나가고 뛰어난 리더십을 가진 '피치'에게 큰 영감을 받았다"며 "이번 작품이 '피치'만의 이야기를 들려줄 기회가 될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00여 편이 넘는 작품에 참여한 베테랑 작곡가 브라이언 타일러는 원작 게임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사운드를 선보인다. "마리오 게임을 할 때마다 실제로 이 세계로 들어가면 어떨지 늘 상상했다"라고 밝힌 브라이언 타일러는 작곡한 음악 외에 원작 게임의 상징적인 테마 음악과 효과음을 영화의 적재적소에 다양하게 적용했다. 이것은 이전에 만들어진 비디오 게임을 기반으로 한 영화들이 간과했던 점이다.
▲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한 장면 |
ⓒ 유니버설 픽쳐스 |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무엇을 기대했는가?"에 따라 반응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 원작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100% 만족할 팬서비스다. 닌텐도의 '마리오 시리즈'의 새로운 팬이 될 수 있는 어린아이들을 위한 영화이기도 하다. 반면에 픽사, 디즈니, 드림웍스 같은 애니메이션을 기대한 사람은 마치 92분짜리 마리오 시리즈의 게임 영상 내지 진부한 광고처럼 느낄 수도 있다. 이야기는 단순하고 캐릭터는 단조로우며 개연성도 부족하니까 말이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완성도와 상관 없이 현재 북미에서 4억 9천만 달러, 북미 외 지역에서 5억 4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엄청난 흥행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앞으로 속편과 스핀오프, 다른 프랜차이즈 등 닌텐도의 영화들이 쏟아질 가능성은 당연히 높다. 바야흐로 '닌텐도시네마틱유니버스'의 시대가 막을 열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스쿨존 사고의 한국적 대안 : '초품아 영끌' 혹은 '가방 덮개'
- 분신 건설노동자 빈소에 '근조화환' 하나 안 보낸 여권
- 아이 몸에 촘촘히 새겨주고 싶은 기억
- 예의도 없고 부끄러움도 모르는 여당 출입기자입니다
- [박순찬의 장도리 카툰] 자유대한의 품으로 왔건만
- [이충재 칼럼] '윤석열 1년' 싸우기만 했다
- [단독] 전주교대 교수채용 비리' 신고에 권익위 "경찰청 이첩"
- 2분기 전기요금 인상 초읽기... 각 가정 얼마씩 더 낼까
- [사진으로 보는 일주일] "오염된 땅 위에서 놀아도 괜찮은가요?"
- 계엄 문건 작성이 조현천 개인 일탈? 수상한 윤 정부 검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