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 위해서라도…" 이승엽 바람에도 하늘은 비 쏟았다
“어린이들을 위해서라도 해야죠.”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은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예정됐던 LG 트윈스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이러게 말했다. 어둑어둑한 하늘을 바라보면서였다.
이날 게임은 두산과 LG과 전통으로 삼고 있는 어린이날 라이벌전이었다. 1996년부터 시작된 빅매치로 매년 구름관중이 모여드는 프로야구 최대 흥행카드다. 그러나 올해 어린이날은 하늘이 좀처럼 도와주지 않았다. 전날 저녁부터 거센 비가 내리더니 이날 오전까지 계속해서 세찬 빗줄기가 쏟아졌다. 그라운드에는 물웅덩이가 흥건히 고였고, 결국 김시진 KBO 경기감독관은 정오 무렴 우천취소를 결정했다.
이승엽 감독과의 인터뷰는 우천취소 확정을 앞두고 이뤄졌다. 이 감독은 “오늘 거의 만원관중이 오신다고 들었다. 우리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은 상황이지만, 경기는 한다고 생각하겠다. 많은 홈팬들과 함께 ‘으쌰으쌰’해서 반등의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이 감독은 KBO리그에선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만 입고 뛰었다. 두산과 LG의 어린이날 라이벌전은 이번이 처음. 그래도 “주위에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오늘 경기가 중요하다고 말이다. 그런 만큼 어린이들을 위해서라도 경기를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감독의 바람에도 이날 경기는 결국 열리지 못했다. 역대 어린이날 잠실벌 라이벌전 우천취소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두산은 이번 3연전을 앞두고 마운드를 강화했다. 전날 부진했던 오른손 투수 김유성과 베테랑 내야수 김재호를 2군으로 내리고, 오른손 투수 이형범과 오른손 사이드암 박정수를 콜업했다.
이 감독은 “추격조가 부족한 상황이라 투수 파트에서 부탁했다. 김재호의 경우 베테랑이 희생을 해줬다고 생각하면 된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같은 날 사직 삼성 라이온즈-롯데 자이언츠전, 창원 KIA 타이거즈-NC 다이노스전, 대전 KT 위즈-한화 이글스전은 모두 비로 취소됐다. 이전까지 역대 어린이날 우천취소는 1985년 삼미 슈퍼스타즈-OB 베어스전, 해태 타이거즈-롯데전, MBC 청룡-삼성전과 1992년 OB-해태전이 있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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