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먼지? 모두가 우주! 이 영화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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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은 하나의 우주라 한다.
60조개에 이르는 세포로 이뤄진 복잡한 탄소 화합물은 그 자체로 수많은 생명체가 깃든 하나의 세계라 할 만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힘겹지만 세상은 그를 모르는 채 지나치는 아이러니한 풍경이 영화의 블랙코미디적 성격을 짙게 드러낸다.
영화는 서로 다른 세 우주에서 벌어지는 세 가지 이야기를 서로 교차하며 가까이 보면 진지하지만 조금 떨어져보면 우스운 상황을 농담하듯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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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기자]
▲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포스터 |
ⓒ Jeonju IFF |
모든 인간은 하나의 우주라 한다. 60조개에 이르는 세포로 이뤄진 복잡한 탄소 화합물은 그 자체로 수많은 생명체가 깃든 하나의 세계라 할 만하기 때문이다.
우주에 우열이 있던가. 이 우주가 저 우주보다 못하다는 판단은 얼마나 비좁고 치우친 것인가. 어느 잣대에선 나은 것이 다른 잣대로 재면 얼마든지 못할 수 있다.
▲ <보통의 우주는 찬란함을 꿈꾸는가?> 스틸컷 |
ⓒ Jeonju IFF |
장편이 된 단편, 이 영화의 도전
김보원의 <보통의 우주는 찬란함을 꿈꾸는가?>는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안시네마' 부문에 소개된 작품이다.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부문에서 소개된 <여고생의 기묘한 자율학습>을 기반으로, 모두 세 편의 이야기가 담긴 옴니버스 영화로 완성됐다.
첫 이야기는 '여고생의 기묘한 자율학습'이다. 한 여고생이 우월한 유전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어느 과학자의 유튜브를 보며 벌어지는 짤막한 이야기다. 외모며 두뇌의 수준에 따라 나은 이와 못한 이가 줄세워지는 세상에 대해 폭로하는 과학자의 주장이 과격하게 느껴지지만 한편으로 그것이 일말의 진실을 담고 있음을 완전히 부인할 수 없다는 걸 누구나 알아챌 수 있다.
▲ <보통의 우주는 찬란함을 꿈꾸는가?> 스틸컷 |
ⓒ Jeonju IFF |
진실만 말했는데 모두가 싫어하네
마지막 다뤄지는 이야기는 '진실을 아는 자'다. 본인은 진실을 말할 뿐이지만, 듣는 이들은 끝없이 분노하게 되는 불편한 상황들을 연거푸 연결해 특별한 감상을 자아내려 시도한다. 로맨틱한 분위기를 잡는 애인에게 사랑이 결국 호르몬의 작용일 뿐이며 그 유효기간은 평균 2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언급하다 차이는 식의 이야기가 거듭되는 가운데 진실이 진실로 멋진 순간을 만들지 못하는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내보인다.
영화는 서로 다른 세 우주에서 벌어지는 세 가지 이야기를 서로 교차하며 가까이 보면 진지하지만 조금 떨어져보면 우스운 상황을 농담하듯 그려낸다. 세 가지 이야기 모두 주인공은 제가 생각하는 완전한 삶에는 전혀 도달하지 못한 채 단절되고 암담한 상황에 놓여 있다. 어떻게든 이를 해소하려는 노력을 거듭하지만 그 모두는 번번이 좌절되고 갈수록 암울해질 뿐이다.
어쩌면 산다는 것이 엉망인 것이 더 엉망으로 나아가는 것은 아닌가, 그리하여 질서에서 무질서로의 엔트로피 법칙이 우리네 인생에도 적용되는 건 아닌지, 그런 생각이 가벼우면서도 우스꽝스러운 장면들 가운데 스쳐간다. 영화 안에 든 유머코드가 성공보다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고, 캐릭터며 구성에 있어서도 허술한 부분이 많으나, 이토록 특이한 영화가 어느 우주에선 제 역할을 할는지 모를 일이다.
▲ <보통의 우주는 찬란함을 꿈꾸는가?> 스틸컷 |
ⓒ Jeonju IF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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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성호 평론가의 얼룩소(https://alook.so/users/LZt0JM)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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