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에 관대한 문화 바꿔야.. "생명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준목 2023. 5. 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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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JTBC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

[이준목 기자]

가정의 달인 5월은 어린이날이 있는 달이다. 그런데 도로교통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만 12세 이하 어린이 교통사고(10만5768건)가 가장 많이 발생한 것도 5월(1만1358건)이었다. 총 451명의 어린이가 10년 사이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미처 피워보지도 못한 채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이를 잃고 남겨진 부모와 유족들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가슴에 묻고 살아가야한다.

4일 방송된 JTBC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에서는 어린이날 특집을 맞이하여 다양한 어린이 교통사고 사례를 살펴봤다.

교통사고하면 흔히 자동차만을 연상하기 쉽지만, 자전거와의 충돌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보도통행 중 자전거 사고는 5년간 1,159건에 이르며 전체 교통사고 사망사건의 5~6%가 자전거 사고에서 벌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한블리>에는 보행자 아이가 주변을 살피지 않고 자전거 도로에 뛰어들었다가 충돌하여 큰 부상을 당하는 장면이 나왔다.

차와 보행자가 충돌하면 무조건 자동차 잘못으로만 몰아가는 잘못된 관행도 지적됐다. 제보 영상에서 PC방에 가기 위하여 무단 횡단을 하던 어린이 보행자와 블박차가 충돌했다. 경찰과 보험사는 차주의 과실이 훨씬 크다고 판단했지만 차주는 억울하다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차주가 사고 당시 안전속도를 준수하며 운행하고 있었고, 보행자가 가까운 거리에 있는 횡단보도를 이용하지 않고 무단횡단하는 것을 예견할 수 없었다는 판단을 내렸다. 정작 사고의 과실이 있는 아이들은 미성년자이기에 어떤 처벌도 받지도 않았다.

어린이날답게 모처럼 훈훈한 장면들도 나왔다.  제보자는 오토바이 운전자로 길을 잃고 울면서 헤메고 있던 아이를 집을 찾아서 데려다준 따뜻한 에피소드였다. 아이는 어두운 저녁에 집을 나왔다가 비슷한 건물들 사이에서 방향감각을 상실한 상태였다. 우는 아이를 지나치지않고 선뜻 나서서 아이를 진정시켜주 안전한 귀가까지 도와준 착한 제보자의 모습은 보는 이들을 감동시켰다. 한문철 변호사는 아이가 만일 길을 잃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가급적 파출소나 편의점같은 밝은 곳을 찾아서 도움을 요청하도록 교육을 시킬 것을 당부했다.

이번에는 아이가 토끼를 안고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그만 토끼를 놓쳐서 달아다는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아이는 어쩔줄 몰라하며 울음을 터뜨렸고 토끼는 차들이 쌩쌩 다니는 차도 한복판을 이리저리 방황하는 아찔한 장면이 연출됐다.

다행히 제보자 임은성씨를 비롯한 어른 세 사람이 나서서 고군분투 끝에 간신히 토끼를 생포하여 아이에게 돌려주고 동심을 수호하는 데 성공했다. 제보자는 "저도 4살 딸을 키우고 있는데 토끼를 잃고 울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울컥했다. 저도 토끼띠라서 잘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빨라서 힘들더라"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하지만 교통사고에서 현실은 이러한 따뜻한 미담보다 차갑고 씁쓸한 이야기가 더 많다. 가장 안타까운 순간은 역시 어린이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온전히 어른들의  무책임과 이기심으로 벌어지는 사고들이다.

1년 3개월 전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신호를 위반하고 전속력으로 불법직진하던 오토바이가 파란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2명을 치는 사고 장면이 나왔다. 사고 당시 보행자 신호는 무려 27초나 남은 상황이었다. 한 아이는 두개골이 함몰되는 중상을 입으며 전치 12주 진단을 받았고, 친구도 8주 진단이 나왔다.

정작 가해자는 아이들이 크게 다친 상황임에도 피해자의 부모들이 도착했을 때 동료 라이더들과 미안한 기색도 없이 웃고 떠들고 있었다고. 놀랍게도 가해자는 미성년자였고 이전에 사고를 낸지 한달도 안 되어 또다른 교통사고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미성년자라는 이유만으로 사고를 내고도 자유롭게 다니는 모습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심지어 가해자의 아버지는 아들이 사고를 났음에도 사과는 커녕 "배달업체 사장이 책임져줄 것"이라며 무책임한 대응으로 일관했다고. 다친 아이는 지금도 6개월마다 CT를 찍으며 상태를 점검하고 있고 최근에는 일시적인 시력장애를 호소하며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며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다.

지난 12월 서울에서 일어나 고 배승아양 사건은 많은 국민들을 충격과 슬픔에 빠뜨렸다. 스쿨존에서 벌어진 가해자의 만취 음주운전으로 하교하던 9살 승아양을 비롯한 네 아이들이 참변을 당했다. 당시 가해자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8%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세 아이는 중경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부상이 가장 심했던 승아 양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7시간의 사투 끝에 안타깝게 가족의 품을 영원히 떠났다. 살아있었다면 맞게될 10번째 어린이날이었지만 승아 양은 이제 세상에 없다.

한 변호사는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눈물도 안나오더라"는 승아 양 유족들의 반응을 전하며 본인도 마찬가지였다고 이례적으로 분노를 참지 못했다. 승아 양이 떠난 그 자리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승아 양의 어머니는 사고 당일 딸과 나눈 휴대전화 메시지를 지금도 간직하고 있었다. 조금만 더 놀고 들어오겠다던 승아 양과의 통화는 그렇게 작별 인사가 됐다.

승아 양은 평소 오빠의 생일을 잊지 않고 축하 메시지를 보내는 애교스러운 동생이었고, 늦게 퇴근하는 엄마를 위하여 책상을 정리해놓는 어른스러운 딸이었으며, 피곤해하는 선생님을 위로하며 노래를 불러주는 다정다감한 비타민같은 아이였다. 승아 어머니는 어떻게든 엄마를 기쁘게 해주려고 노력하던 딸의 얼굴을 떠올리며 "속이 깊고 이쁜 아이였다"고 회상했다.

사고 직후, 뻔뻔한 가해자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나며 국민들의 공분을 자아냈다. 차량에 탑승하기 직전 촬영된 CCTV 영상에서는 가해자가 제 몸을 가누지못할 정도로 만취하여 비틀 거리는 모습이 그대로 잡혔다. 가해자가 차량에 탑승하여 운전대를 잡을때까지 제지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가해자는 사고 당시에도 만취상태라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다. 심지어 사고를 당한 아이들에게는 어떤 직집적인 사과도 없이 사고 이후 변호사 선임부터 완료한 것으로 드러났다. 취재진들 앞에서는 "아이를 안 치려고 노력했다"는 뻔뻔한 변명을 늘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사고 당시 출동한 구급대원은 사고차량의 뒷바퀴가 모두 인도에 올라가 있었음을 지적하며 "웬만한 속도라면 거기까지 올라갈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사고를 피하거나 속도를 줄이려고 노력했다는 가해자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다.

승아 어머니는 가해자의 무책임한 태도에 분노를 금치 못하며 "저희는 사과를 원하지 않는다. 합당한 처벌만 받으면 된다. 그런데 죽은 내딸도 있고 아직도 아파서 병원에 입원한 아이들도 있는데 가해자가 가장 미안해야할 사람은 아이들 아닌가?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우리 승아에게, 애들에게 사과를 해야지"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유족들은 마지막으로 더 이상의 음주운전 피해자가 발생하기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세상에 호소했다. 승아 어머니는 "다치면 수술도 하고 약도 바를 수 있지만, 생명은 돌아오지 않는다. 음주운전이 이렇게 무섭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토로했다. 많은 지인들과 추모객들도 이구동성으로 음주운전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주장했다.

박미선은 엄마의 입장에서 절절히 공감하며 "죄없는 아이들이 보호받을 수 있게끔 법이 강화되었으면 좋겠다"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이수근은 "음주운전에 대한 공분도 몇 개월 지나면 잊혀지고, 돈으로 합의를 보는 식으로 넘어가다보니 이런 일들이 무한 반복되는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2018년 도입된 '윤창호법'은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최저 3년에서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벌을 강화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음주운전 사망사고의 평균 징역은 여전히 4~5년 정도에 불과하다. 아직도 일부 판사들은 가해자가 사망사고를 냈음에도 '음주 상태에서의 고의성 없는 실수'라는 가해자 중심적인 해석으로 형량을 낮춰출만큼 음주운전에 관대한 문화는 아직 남아있다.

한문철 변호사는 "당한 피해자 입장에서 음주운전으로 '묻지마 살인'과 다를 바 없다. 갑자기 흉기로 마구잡이 공격을 당한 것과 똑같다"고 비유하며 "이제는 국민의 법 감정에 맞는 판결이 필요하다. 이러한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강한 본보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승아 양의 유족들은 가해자의 합의나 선처 요구에 단호한 거부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더 이상 같은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유족을 비롯한 모든 국민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것은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변호사는 "앞으로 이 사건의 가해자가 어떤 판결과 처벌을 받는지 모두 함께 지켜보자"고 제안하며 경각심을 일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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