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죽고 두 아빠에게 버림받은 아기, 곧 주민번호 받게 된다

친부의 출생신고 거부로 방치됐던 신생아에게 곧 주민등록번호가 생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청주지법 가사단독 조경진 판사는 숨진 아내가 불륜으로 낳은 아기를 키우지 않겠다고 소송을 제기한 40대 A씨의 친생자 부인 소송에서 "혼인 기간에 태어났지만, 유전자 검사 결과 등에 의하면 아버지가 아님이 명백하다"며 "친생자 부인을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잠을 자고 있는 신생아. [사진 픽사베이]

이 아기는 지난해 11월16일 청주의 한 산부인과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어머니는 산후 후유증으로 20여일 만에 숨졌다. 당시 어머니는 남편인 A씨와 이혼 소송 중으로 별거 상태였다.

A씨는 그러나 자기가 생부가 아니라며 출생신고를 거부했다. 실제로 유전자 검사 결과 아기는 A씨와 친자 관계가 아니었다.

하지만 아기의 법적 아버지는 여전히 A씨였다. 현행 민법은 '혼인 중 임신한 자녀를 남편의 아이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생부 B씨는 아기를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릴 권한이 없었다. 경찰 등에 따르면 B씨는 아기 양육이나 출생신고에 관심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아기는 청주의 한 시설에서 보호하고 있지만, 양육시설이나 위탁가정에 보내려면 출생신고가 필요하다. 경찰 관계자는 “청주시와 법률지원 기관, 유니세프 등과 연계해 A씨에게 ‘친생부인(親生否認)의 소송’을 제기해달라고 설득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3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 판결에 따라 관할 지자체인 충북 청주시 직권으로 아기의 출생신고를 할 길이 열렸다. 청주시는 판결문을 받는 대로 직권으로 출생 신고할 방침이다. 부모가 없더라도 이제 법적 지원 근거가 생겨 양육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보살핌을 받을 것이란 설명이다.

천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