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실점 후 0.28' 맥카티, SSG 이끄는 '작은 거인'
[양형석 기자]
SSG가 kt를 상대로 위닝시리즈를 만들며 단독 1위로 올라섰다.
김원형 감독이 이끄는 SSG 랜더스는 4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3방을 포함해 장단 12안타를 터트리며 10-2로 대승을 거뒀다. 안방에서 kt를 상대로 1패 뒤 연승을 거두며 위닝시리즈를 완성한 SSG는 이날 남부지방에 내린 비로 경기를 갖지 못한 롯데 자이언츠, LG 트윈스를 반 경기 차이로 제치고 단독 선두에 등극했다(17승10패).
SSG는 1회 선제 솔로홈런을 터트린 최주환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최항과 한유섬은 나란히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터트렸다. 이날 중견수로 출전한 유틸리티 플레이어 오태곤도 3안타 경기를 만들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마운드에서는 크게 벌어진 점수와 선발투수의 호투 덕분에 모처럼 필승조가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최근 5경기에서 32.2이닝 동안 자책점 1점을 기록하고 있는 SSG의 '작은 거인' 커크 맥카티가 그 주인공이다.
▲ SSG 랜더스 투수 맥카티 |
ⓒ SSG 제공 |
SSG는 SK 와이번스 시절부터 뛰어난 성적을 거둔 좋은 외국인 투수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니엘 리오스와 더스틴 니퍼트, 조쉬 린드블럼, 아리엘 미란다 등 정규리그 MVP만 4명을 배출한 두산 베어스에 비하면 외국인 투수의 위상은 그리 높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SK시절을 포함해 지난 23년 동안 5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왕조'를 쌓았던 팀 치고는 다소 의외의 결과다.
2013년 14승6패 평균자책점2.98을 기록했던 좌완 크리스 세든은 그 해 배영수(롯데 투수코치)와 함께 리그 공동 다승왕에 올랐다. 하지만 같은 해 리그에서 가장 주목 받은 외국인 투수는 다승 1위, 탈삼진2위(160개), 평균자책점 3위(2.98)에 오른 세든이 아닌 평균자책점 1위(2.48) 찰리 쉬렉과 탈삼진(188개), 이닝(202.2이닝) 1위의 레다메스 리즈, 그리고 삼성을 3년 연속 통합우승으로 이끈 릭 밴 덴 헐크였다.
인천야구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투수를 꼽으라면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현재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메릴 켈리의 이름이 떠오를 것이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에서 4년 동안 활약한 켈리는 48승 32패 ERA 3.86의 성적을 기록한 후 미국으로 역수출됐다. 그리고 미국 진출 첫 해부터 13승을 기록한 켈리는 작년 13승 8패 ERA 3.37의 성적을 올리며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서 미국 대표로 활약했다.
하지만 SK와이번스가 배출한 최고의 외국인 투수 켈리조차 KBO리그에 있을 때는 리그 최고의 외국인 투수로 군림하진 못했다. 2015-2016년에는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끈 니퍼트가 있었고 2017년에는 양현종과 함께 '동반 20승'을 따내며 KIA타이거즈의 우승을 견인한 헥터 노에시가 있었다. 켈리가 SK를 우승으로 이끌었던 2018년에도 리그 최고의 외국인 투수는 켈리가 아닌 린드블럼이었다.
SSG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이끈 윌머 폰트도 2022 시즌 최고의 외국인 투수였다고 하기엔 2%가 부족했다. 폰트는 작년 28경기에서 13승 6패 ERA 2.69를 기록했고 키움 히어로즈와의 한국시리즈에서는 2경기에 등판해 14.2이닝 4실점으로 2승을 챙기며 SSG 우승의 일등공신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작년 리그 최고의 외국인 투수는 폰트가 아닌 31승을 합작한 LG의 외국인 듀오 케이시 켈리와 애덤 플럿코였다.
최근 5경기 평균자책점 0.28로 맹활약
맥카티는 작년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서 13경기에 등판해 4승3패 ERA 4.54의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173cm 83kg이라는 작은 체구와 9이닝당 2.6개에 달했던 많은 피홈런 때문에 빅리그에 데뷔하자마자 팀에서 방출됐다. 마침 SSG는 윌머 폰트가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하고 한국시리즈에서 부진했던 숀 모리만도와의 재계약을 포기하면서 새 외국인 투수가 필요했고 작년 12월 총액 77만 5000달러에 맥카티와 계약했다.
사실 맥카티를 영입할 때만 해도 맥카티에 대한 SSG의 기대치는 외국인 에이스가 아닌 로테이션을 꾸준히 돌아주는 2~3선발 정도의 역할이었다. SSG에는 작년 평균자책점 2위(2.13)를 기록했던 김광현이 있고 총액 100만 달러를 꽉 채워 영입한 시속 16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보유한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좌완 에니 로메로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즌이 개막하면서 로메로와 맥카티의 입장은 완전히 변했다.
1선발로 기대하며 영입했던 로메로는 지난 3월 오키나와 캠프에서의 연습경기 도중 어깨 통증으로 마운드를 내려왔고 시즌이 개막할 때까지 마운드로 돌아오지 못했다. 결국 로메로는 복귀시기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정규리그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한화 이글스의 버치 스미스에 이어 시즌 2호 퇴출 외국인 선수가 되고 말았다. 반면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맥카티의 활약은 뛰어나다 못해 눈이 부실 지경이다.
맥카티는 시즌 첫 등판이었던 4월 2일 KIA전에서 3.1이닝 8실점을 기록하며 실망스런 투구로 패전을 기록했다. 하지만 맥카티는 이후 5경기에서 32.2이닝 동안 자책점을 단 한 점 밖에 내주지 않으며 5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시즌 첫 등판을 제외한 나머지 5경기에서 맥카티의 평균자책점은 0.28에 불과하다. 맥카티는 4일 kt전에서도 6이닝 2피안타 1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으로 kt타선을 완벽히 압도했다.
SSG는 최근 문승원이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지만 4일 로메로의 대체 선수로 빅리그 22승 경력을 가진 쿠바 국가대표 출신의 좌완 로에니스 엘리아스를 영입했다. 2014년 빅리그에서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한 적도 있는 베테랑 좌완 엘리아스가 SSG의 선발진에 순조롭게 정착해 준다면 SSG는 맥카티와 엘리아스, 김광현, 오원석으로 이어지는 신구조화가 이뤄진 리그 최강의 좌완 선발진을 구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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