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 속타는데...‘전세사기 특별법’ 또다시 진통 [국회 방청석]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2023. 5. 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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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전세사기 특별법’ 소위 처리 진통
피해자 요건·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 등 이견
지난 5월 3일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재개된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 심사에서 김재정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 통과가 또다시 진통을 겪고 있다. 여야는 늦어도 5월 중순까지 특별법을 처리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현실적으로 특별법 처리가 길어질 거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5월 3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수정안 등을 추가 논의했지만, 결론에 도출하지 못했다. 여야가 피해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에는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지원 대상과 방안에 대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것이다. 앞서 지난 1일 소위원회에서도 여야는 6시간에 걸쳐 논의를 벌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한 바 있다.

현재 국토소위에선 정부·여당이 마련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 법안과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주택 임차인의 보증금 회수 및 주거 안정 지원을 위한 특별법), 심상정 정의당 의원 안(임대보증금 미반환 주택 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 올라와 있다. 소위에선 이들 3건을 병합 심사했다. 하지만 여야는 피해자 지원 요건과 지원 범위 등 ‘피해자 보증금 반환’ 문제를 두고 다시 협상이 결렬됐다.

야당은 정부·여당 안의 피해자 인정 요건을 완화해 지원 대상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위 후 “특별법을 만드는 취지에 맞게 지원 대상을 넓히고, 폭을 깊게 해야 한다는 게 우리 당 취지”라고 말했다.

최대 쟁점인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을 두고도 여야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야당은 정부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채권 매입 기관이 먼저 보증금 반환 채권을 사들이고, 추후 구상권 행사를 통해 비용을 보전하는 ‘선(先) 지원·후(後) 구상권 행사’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정부·여당은 보이스피싱이나 주가 조작과 같은 다른 범죄 피해자와의 형평성 문제를 들어 난색을 표했다. 사인(私人) 간의 사기 범죄에 국가가 나서 보상하는 것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할 정도의 문제라는 것이다. 여당은 피해자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거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우선매수권을 위임하는 등의 안을 내놓은 상태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채권 매입은 국가가 사기를 당한 보증금의 일부를 직접 주는 것”이라며 “다른 여러 경제적 피해와의 형평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소위에서는 보증금 채권 매입 대신 ‘소액 보증금 최우선 변제권의 범위를 넓히는 안’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현재 소액 보증금 우선 변제 제도는 기준액을 조금이라도 넘으면 한 푼도 지원받지 못한다”며 “여기에 특례를 둬서 보증금을 일부라도 변제받을 수 있게 하는 수정안을 냈다”고 설명했다.

애초 여당은 5월 첫째 주 내로 특별법을 상임위, 본회의까지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전세사기 특별법이 2차례 걸친 회의에도 소위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여야는 간사 간 논의를 통해 소위 일정을 추가로 잡기로 했다. 여야는 늦어도 5월 중순까진 특별법을 처리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소위를 통과해도 전체회의와 법사위, 본회의까지 밟아야 할 절차가 남아 상임위가 아닌 여야 정책위원회나 원내대표 차원으로 논의가 넘어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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