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식당 중 30%가 중식당, 일본식 중화요리가 사랑받는 이유 [쿠킹]

이정선 2023. 5. 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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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서 맛보는 색다른 음식은 새로운 경험과 즐거움을 선물합니다. 한 끼도 허투루 먹을 수 없죠. 미식 여행을 즐긴다면 매주 금요일을 주목하세요. 도쿄의 다채로운 음식 문화와 요리 이야기를 담은 책『도쿄에선 단 한 끼도 대충 먹을 수 없어』의 에피소드 중 네 가지를 골라 미리 연재합니다. 도쿄 곳곳에 숨겨진 맛있는 이야기를 중앙일보 COOKING에서 만나보세요.

먹음직스럽게 노릇하게 구워진 일본식 만두, 교자. 사진 게티이미지

최근 일본 총무성 데이터(경제 컨센서스)에 따르면, ‘도쿄 사람들이 좋아하는 요리’ 1위는 와쇼쿠(일본식 식사), 그다음은 이탈리안, 중식, 프렌치 순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식당 수로만 본다면 3만 곳이 넘는 도쿄의 식당 중 약 3할을 중식당이 차지합니다. 일상 가까이에서 가장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외국 요리는 동네 중식당의 중화 요리라는 뜻입니다.

일본의 중화 요리는 에도 시대에 나가사키, 고베, 요코하마 등의 차이나타운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청나라 말기 요코하마에 온 중국인 대부분이 광둥 출신이었는데, 해산물을 많이 쓰고, 강한 양념을 쓰기보다는 재료의 맛을 살리는 광둥 요리가 일본인의 입맛에 맞아 오랫동안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후 1950~60대에는 천젠민이 주도한 쓰촨 요리가 세를 확장해 나갔습니다. 1980년대는 유독 상하이 요리 셰프가 대거 건너와 상하이 요리가 득세했던 시기입니다. 최근에는 중국 소수민족의 요리, 즉 변방의 향토 요리들이 ‘도쿄 차이니스’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이 요리들은 ‘매니악 추카(マニアック中華, maniac, 중화)’라고 불리며 지금도 세를 늘려 나가고 있습니다.

현재 일본 중화 요리 시장은 남방계(광둥)요리와 서방계(쓰촨)요리가 대세지만, 북방계(베이징)요리, 동방계(상하이)요리도 고루 포진되어 있고, 중국 본토의 8대 요리(산둥, 장쑤, 저장, 안후이, 푸젠, 광둥, 후난, 쓰촨) 중 일부와 소수민족의 향토 요리가 가세 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식당은 분위기나 가격에 따라, 마치추카(町中華, 편안한 가격대의 동네 중식당), 이보다 정돈된 메뉴와 공간을 지닌 도심의 중식 레스토랑, 고급 중화 요리 전문점 등으로 구분됩니다.

알싸하면서도 얼얼한 맛이 일품인 마파두부. 사진 게티이미지

마치추카의 대표 메뉴에는 마파두부, 교자(우리로 치면 만두), 차항(炒飯, 중식 볶음밥) 등이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마치추카에서 카츠동, 오야코동, 오므라이스, 카레라이스 등의 와쇼쿠를 팔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도쿄의 중화 요리는 대부분 도쿄인의 입맛에 맞게 현지화되었지만, 화교가 음식을 만드는 식당이 대부분이라 중국 본토의 맛을 기본으로 하여 우리에게도 익숙한 맛이 납니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중화 요리와 재료나 양념, 조리법이 완전히 다른 요리들도 많습니다. 일본인 입맛에 맞게 진화를 거듭하다 아예 와쇼쿠로 정착한 중화 요리도 많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 처음 들어왔지만 일본인들 사이에서 의심할 여지없는 와쇼쿠로 통하는 ‘라멘’이 가장 대표적인 예입니다. 어찌 되었든 도쿄의 중화 요리는 그 어느 도시의 중화 요리보다 맛이 훌륭한 곳으로 꼽힙니다.

[추천 도쿄 차이니즈 맛집]

밍밍(珉珉)
편안한 가격대의 동네 중식당을 뜻하는 마치추카는 차항, 교자, 덴신항(天津飯, 게살을 듬뿍 넣은 야채와 달걀볶음 위에 걸쭉한 소스를 끼얹은 일본 독자적인 요리), 마파가지(麻婆茄子), 호이코로(回鍋肉, 회과육. 양배추, 돈육 등의 춘장 볶음), 야키소바 등 주로 일본에서 고안된 중국 요리를 팝니다. 이처럼 도쿄 사람들이 평소 가장 즐겨 찾고 가장 좋아하는 중식 메뉴를 모아 놓은 마치추카는 잘만 골라 들어가면 저렴한 가격대에 푸짐한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보배로운 곳입니다.

1965년 문을 연 밍밍(みんみん, 珉珉)은 메뉴로 보나 소박한 분위기로 보나 영락없는 마치추카. 하지만 명성이 자자한 노포이다 보니 동네 사람뿐 아니라 멀리서도 손님이 찾아옵니다. 대표 메뉴는 ‘드레곤차항(ドラゴン炒飯, 드레곤 중화 볶음밥)’과 교자입니다. 어느 마치추카에나 있는 평범한 메뉴지만, 다른 가게보다 크기도 크고 맛도 훌륭합니다. 바싹 구워내 갈색빛이 도는 야키교자는 간장 대신 특제 식초(스고쇼, 酢コショウ)와 함께 나오는데, 식초에 후추만 듬뿍 뿌렸을 뿐인 이 식초가 만두 맛을 확 끌어 올려줍니다.

부추와 마늘을 불맛 나게 볶아낸 차항의 맛도 아주 좋습니다. 니쿠미소(肉味噌, 다진 고기를 미소로 볶아낸 소스)를 끼얹은 ‘미소교자(ミソギョウザ)’와 차항을 함께 먹기도 하는데, 교자에 토핑된 니쿠미소를 차항에 얹어 먹는 것이 이 집에서 권하는 방식입니다. 구수한 니쿠미소의 맛과 마늘 향과 불맛이 제대로 밴 차항의 맛, 입안에서 농후한 육즙이 터지는 교자의 맛을 번갈아 즐기다 보면 금세 접시의 바닥이 드러납니다. 한 유명 여배우가 여러번 반복해서 주문하여 더욱 유명해졌다는 ‘가지카레(なすカレー)’도 꼭 맛보아야 할 이 집의 명물.

시멘트 질감을 살린 외벽에 음각으로 상호를 새긴 외관에서 예사롭지 않은 맛의 기운이 전해지는 식당입니다. 화려하거나 깔끔하진 않지만 마치 홍콩의 뒷골목 식당 같은 느낌도 듭니다. 소박하지만 맛이 훌륭한 한 끼를 누릴 수 있는 맛집입니다.

이정선 작가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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