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하다 6조원 쾌척…버핏이 팔지 않은 유일한 은행주 [바이 아메리카]
[한국경제TV 김종학 기자]
개인 재산이 1백조 원이 넘는 세계의 부자들, 몇 명이나 있을까요?
블룸버그 백만장자(Bloomberg billionaire Index) 집계 기준 자산 2,040억 달러인 세계 최고부자, 프랑스 모에헤네시 루이비통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 테슬라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1,620억 달러), 제프 베이조스(1,280억 달러), 빌 게이츠(1,250억 달러).
그리고 투자만으로 이들에 필적하는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1,140억 달러).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원자재 대란을 예견해 일본 물류기업 사들이고, 옥시덴탈 지분을 갑자기 늘려온 선견 지명의 투자가죠.
이런 버핏이 미국 은행 위기를 예견하면서도 유일하게 팔지 않은 회사가 있습니다.
오늘 주제인 이 회사, 지금의 비자카드 탄생의 발판이 됐고, 워런 버핏이 욕조에서 목욕하다 투자를 결심해 금융위기 충격을 피한 회사이기도 해요.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미국 뉴욕 주식시장에서 반짝이는 기업들을 들여다보는 '바이 아메리카'
오늘은 워런 버핏의 눈부신 투자의 비밀이 숨겨진 미국 대표 은행.
미국 금융사를 담은 기업이자,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탄생의 숨은 주역, 뱅크오브아메리카 (티커명:BAC) 입니다.
미국 대표 은행하면 JP모건체이스(1799), 씨티(1812), 웰스파고(1852) 그리고 뱅크오브아메리카(1904). 이렇게 4대 은행으로 나뉩니다.
기본 100년 이상에 로스차일드, JP모건 등 다들 사연 하나쯤 있는 가문이 얽혀있는 곳들이지만, 이름조차 '미국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도 빠지지 않는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왜, 미국을 '이민자의 나라'라고도 부르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여러 나라에서 사람들이 몰려드는데도 20세기초만해도 기업이나 중산층이 아니면 돈을 빌리기가 어려웠어요.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 아마데우 지아니니가 이러한 이민자, 농어민을 위한 소액예금과 대출을 하는 '뱅크 오브 이탈리아'를 세운 것이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출발입니다.
어릴적 총격으로 아버지를 잃은 지아니니는 운송업으로 경영을 배워 금융업까지 진출했는데, 당시 은행가들이 곧 망할 거라 비아양대던 예상을 깨고 소비자금융, 지점망 확장의 틀을 만들기 시작하죠.
1900년대초 캘리포니아 대지진으로 지역 은행이 대부분 지원 불가능한 상황에 빠졌을 때 파격적인 예금 보장과 복구비용 무이자 대출을 조건을 내세워 지역 사회 영웅이 됩니다.
대공황으로 인해 샌프란시스코의 상징 금문교 건설이 중단될 위기에서 채권을 떠안아 지원하고, 디즈니의 영화산업, 와인산업, 2차 대전 당시 군수산업의 후원자로 자리하게 되죠.
덕분에 리버티뱅크 오브 아메리카, 로스앤젤레스 은행을 차례로 흡수하고, 전쟁 이후엔 뱅크드아메리카드라는 이름의 신용카드 사업을 시작하는데, 이 사업부문이 떨어져나와 세계 은행들이 세운 결제회사가 지금의 '비자'입니다.
이렇게 미국 지역, 국가단위 사업에 관여하며 덩치를 키워가던 뱅크 오브 아메리카였지만, 98년 은행 대형화 경젱에 밀려 샬롯에 기반을 둔 네이션스뱅크에 흡수되는 변화를 겪기도 합니다.
덕분에 미국 최대 은행에 오르지만, 2008년 전세계 금융, 부동산 시장에 거대한 파장을 몰고온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주택담보대출 기업인 '컨트리 파이낸셜', 부실 은행 '메릴린치'를 떠안아 수년 간 사업 악화에 시달립니다.
마치 미국과 금융산업이 망한 것처럼 보이던 그 무렵.
'탐욕을 부려야 한다'(2008년 10월 17일, 뉴욕타임즈 기고 'Buy Americanm, I am')던 워런 버핏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뱅크오브아메리카에 구세주처럼 나타납니다.
2011년 8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접수된 버크셔해서웨이의 보고 서류에 그의 전략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워런 버핏은 당시 부임 2년차이던 브라이언 모이나힌 뱅크오브아메리카 최고경영자에게 '미국 은행은 망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이 투자해 살릴 수 있다고 설득했다고 합니다. 그것도 욕조에서 마치 '유레카'처럼 투자 묘안이 떠올랐다는 후문도 전해집니다.
버핏은 버크셔해서웨이를 통해 우리 돈으로 무려 6조원(50억 달러)을 들여 영구적으로 연 6% 배당을 받는 우선주와 10년 안에 주당 7.14달러에 7억주를 매입할 권리를 확보하는 거래를 성사시킵니다.
이후 버크셔해서웨이는 2017년 상환전환우선주를 행사해 뱅크오브아메리카 최대주주에 올라 지금까지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흔히 워런 버핏이 배당을 많이 주는 코카콜라, 쉐브론 등에 오래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그가 오랫동안 팔지 않고도 견딜 수 있는 비결은 잘 공개되어 있지 않죠. 버핏은 당시 망가져가던 뱅크오브아메리카를 지원하는 동시에 저렴한 값으로 10년치 수익을 확정하고 거래한 겁니다.
2011년 8월 거래가 일어난 시점의 뱅크오브아메리카 주가인데, 이미 70% 넘게 폭락해 '야수의 심장'이라도 이런 가격에 투자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해 말에 무려 20%나 더 하락하며 '버핏도 별 수 없다'는 기사가 쏟아지기도 했죠.
하지만 이후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마법처럼 2021년 주당 40달러선을 돌파, 투자 차액만 7배 이상을 안겨주게 됩니다.
그런데 이것만 보면 우린 버핏을 모르는 겁니다, 바로 보통주 전환 전까지 고정적인 '배당 6%'를 매년 받았다는 사실말이죠.
버핏이 투자한 6조원의 연 6% 배당은 단순 계산만 해도 해당기간 2조 5천억 원 이상의 부가 수익을 얻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버크셔해서웨이가 올해 2월 공개한 연례 보고서를 보면 지분 투자 기업 가운데 애플(평가가치 1,192억 달러) 다음으로 큰 기업이 뱅크 오브 아메리카(342억 달러) 입니다.
미국 지역은행 위기가 터져나오던 지난달 10일 워런 버핏은 미국 CNBC에 출연해 "나는 좋은 거래를 했고, 모이니한 최고경영자를 좋아하고 신뢰합니다, 저는 뱅크오브아메리카를 팔지 않을 겁니다"라며 투자 기업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시켜주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엄청난 역사와 가능성을 가진 기업이지만 누구나 워런 버핏처럼 거래를 할 수 없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하지만 평범한 투자자라하더라도 버핏의 투자 결정에서 배울 점은 있죠.
2008년 은행위기로 당시 300개 이상의 은행이 파산했는데, 경쟁자가 줄어든 시장에서 살아남은 기업이 독식한다는 원칙을 따랐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만해도 90년대 외환 위기 이후 산업 재편과정에 살아남은 통신사에 투자해 고수익을 거둔 사례가 종종 회자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또 거시 경제 흐름을 읽고, 미국 정부가 여론의 반발에도 대규모로 시행한 구제금융을 거꾸로 이용할 줄 알았다는 겁니다.
정부가 불가피하게 대기업을 회생시키고 시중에 막대한 자금을 푸는 과정에 자연스레 낮아진 대출 이자를 통한 투자 확장 기회를 노렸고,
투자 대상 기업의 사업 정상화 기간까지 감안해 무려 10년의 기간을 두고 배당을 통한 재투자까지 탈출구를 만든 점은 배울만 한 부분일 겁니다.
결정적으로 브라이언 모이니한 최고경영자와 같은 경영진에 대한 신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30년간 애지중지하던 웰스파고를 CEO의 유령계좌 스캔들 연루를 이유로 모두 정산해버린 버핏에게 경영자, 사람만큼 중요한 판단 기준도 없어 보입니다.
미국 금융사를 가로지르는 기업이자 버핏의 원픽 기업인 뱅크오브 아메리카는 올해 1분기에도 보유 예금 1조 9천억 달러, 금리차를 이용한 예대마진으로 깜짝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주가수익비율은 9.03배, 3분기 연속 시장 전망치를 비트하며 모건스탠리 등 월가는 시장수익률 수준의 성과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을 내고 있습니다.
산업에 대한 이해와 믿음, 순간의 아이디어를 결합한 금융시장의 영웅들이 만들어낸 기업 뱅크오브 아메리카.
직접 투자하지 않더라도 미국이 실패하지 않을 것이란 현인 워런 버핏의 말처럼 한 세기를 가로지르는 이 기업의 성장사를 지켜보는 맛이 있을 것 같습니다.
#기획:김택균 #구성:김종학 #편집:이예지
김종학 기자 jh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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