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그라운드 세계관까지 담았다…스토리로 진화하는 롯데월드 [비크닉]

박이담 2023. 5. 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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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테마파크의 역사는 어떻게 시작했을까요. 창경궁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어요. 일제가 1909년 창경궁에 동식물원을 비롯한 탑승시설을 설치합니다. 이름은 창경원으로 격하하죠. 현대적인 테마파크는 1970년대와 80년대 고도성장 시기 등장합니다. 국민 소득과 문화 수준이 높아지면서 이에 걸맞은 규모와 테마를 가진 어린이대공원, 자연농원, 롯데월드가 차례로 문을 열어요.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전성시대를 누렸지만 최근엔 분위기가 가라앉기도 했습니다. 펜데믹 여파로 타격을 입은 데다 해외여행이 일반화되면서 글로벌 테마파크와 경쟁도 격화하고 있기 때문이죠. 한편에선 우리만의 스토리로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어트랙션(놀이기구)이 많아져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 속에서 롯데월드가 새로운 스토리를 담은 어트랙션을 새롭게 내놨다고 해요. 오늘 비크닉에서는 그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롯데월드의 신규 어트랙션 '배틀그라운드 월드 에이전트'을 즐기는 모습. 롯데월드.

슈퍼마리오 제친 우리나라 게임, 현실에 등장하다


7500만장. 국내 게임제작사인 크래프톤이 내놓은 배틀그라운드의 2021년말 기준 판매량이에요. 출시 4년 만에 이룬 업적이에요. 역대 비디오 게임 판매순위 5위에 해당하죠. 1980년대 나온 일본의 히트 게임 슈퍼마리오 판매량(5800만장)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입니다. 배틀그라운드는 한때 동시접속자가 310만명을 넘어서기도 했어요. 부산광역시 인구에 육박하는 게이머들이 한데 모인 셈이죠.
국내 게임사 크래프톤이 개발한 배틀그라운드. 크래프톤 공식 홈페이지.

배틀그라운드의 성공 비결은 흥미로운 스토리에 있어요. 한 러시아인이 생존 게임을 개최하는데 여기에 참여하는 설정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100명의 게이머들은 고립된 지역에 맨몸으로 떨어집니다. 이곳에서 각자만의 전략을 세워 전투를 진행하며 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해 경쟁합니다. 치열하게 생존하려는 과정에서100인 100색의 이야기가 탄생합니다. 이를 공유한 영상들은 유튜브, 트위치 등 콘텐트 플랫폼에서까지 인기몰이하기도 해요.

이런 이야기를 온라인이 아닌 현실에서 벌어지게 하면 어떨까요. 롯데월드는 이런 발상을 실제 행동에 옮깁니다. 지난 2020년부터 배틀그라운드를 어트랙션으로 만드는 작업에 착수해요. 그 결과물인 ‘배틀그라운드 월드 에이전트’가 올해 5월 5일 어린이날 맞아 오픈합니다. 이렇게 개발하는 데만 약 100억원을 투자했다고 해요.


가장 오래 경험하는 어트랙션


약 12분. 배틀그라운드 어트랙션 체험에 소요되는 시간입니다. 다른 롯데월드 어트랙션 탑승시간은 어느 정도일까요. 아트란티스는 1분 48초, 혜성특급은 2분 15초, 자이로스윙은1분 45초라고 해요. 여기에 비하면 배틀그라운드는 왜 이렇게 길어진 걸까요. 이제 롯데월드 어트랙션 개발팀장에게 물어봤어요.
이제 롯데월드 어트랙션 개발팀장. 박이담 기자.

“배틀그라운드 세계관을 최대한 경험할 수 있도록 하다 보니 체험시간이 길어졌습니다. 실제 게임이 진행되는 단계를 각 3분 내외로 진행되는 세 가지 라이드(탈 것)로 구현했어요. 라이드와 라이드 사이도 자연스레 연결되도록 해서 시간이 더 소요되죠.”

개략적인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먼저 생존 경쟁이 벌어지는 장소로 이동하는 군용기에 탑승하고, 생존을 위해 직접 전투를 벌이고, 마지막으로 해당 지역에서 벗어나는 차량을 타는 순서로 구성됩니다.

몰입을 위해 외부 개입도 최소화했어요. 스토리를 따라 스스로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를 ‘워크스루(Walk-thrugh·걸어서 체험하는 형태)’ 어트랙션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다양한 기술까지 적용했습니다. 수송기 탑승을 현실감 있게 구현한 모션시뮬레이터, 전투 체험을 실감 나게 표현한 미디어월 등이 도입됐어요.

롯데월드의 신규 어트랙션 '배틀그라운드 월드 에이전트'을 즐기는 모습. 롯데월드.


스토리도 세계관은 살리되 일부는 새롭게 기획했다고 해요. 배틀그라운드는 보통 혼자 내지 소수로 플레이하잖아요. 현실적으로 소수만 즐길 수 있는 어트랙션을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롯데월드의 배틀그라운드는 한 번에 16명이 함께 미션을 수행해요. 이를 위해 배틀그라운드 제작사와 추가로 스토리를 개발한 거죠. 재미난 영화나 소설의 속편을 볼 때의 즐거움을 느끼도록 의도했다고 해요.

“통상적인 어트랙션 개발은 2년이 걸리는데 배틀그라운드는 3년이 걸렸습니다. 지식재산(IP)을 가진 크래프톤과 컨셉을 기획하는 데만 1년 가까이 공을 들였기 때문이죠. 개발 과정에선 기존 배틀그라운드의 세계관은 물론 디자인 자원까지 가져와 배틀그라운드 세계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 노력했습니다.”


우리나라 게임에 손 내미는 이유


롯데월드가 우리나라 게임을 현실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에요. 지난해 11월에는 넥슨과 손잡고 ‘카트라이더 레이싱 월드’라는 어트랙션을 내놨어요. 카트라이더는 넥슨이 2004년 내놓은 게임이에요. 귀여운 캐릭터들이 카트를 타고 경주를 벌이는 방식입니다. 이 카트를 현실에 그대로 구현한 겁니다. 게임 속 모습과 동일한 카트 8대를 나눠타고 직선, 곡선이 뒤섞인 트랙을 질주하는 거예요.
지난해 롯데월드가 내놓은 어트랙션 '카트라이더 레이싱 월드'. 롯데월드.

사실 롯데월드의 초기 컨셉은 ‘작은 지구마을’이었대요. 세계 각 나라의 볼거리를 가져와 한곳에서 즐기도록 하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놀이기구 이름에 국가 이름이나 상징이 많은 이유에요. 후렌치 레볼루션, 스페인 해적선, 파라오의 분노, 신밧드의 모험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어트랙션을 하나둘씩 교체하면서 초기 컨셉이 무너지는 문제가 벌어져요. 인기를 끄는 어트랙션도 자이로드롭이나 아트란티스 같은 스릴 위주 대형 시설물이었죠. 탄탄한 스토리도 부재했고, 기존 어트랙션과 조화를 이루기도 어려웠어요. 해외에서 탄탄한 컨셉과 스토리를 가진 테마파크를 경험한 고객 눈높이를 맞추기에 역부족이 된 겁니다.

“테마파크 사업에서 콘텐트의 힘이 나날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해외 유명 테마파크들도 새로운 콘텐트 발굴을 위해 유명 IP와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있어요. 일반적인 롤러코스터를 만들더라도 색다른 IP와 융합해 스토리가 있는 세계관 내에서 구현하려는 거죠. 롯데월드도 콘텐트 자구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국내 게임사와의 협업도 롯데월드의 스토리를 확장해나가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게임사는 좋은 스토리 파트너라고 할 수 있어요. 게임 속에는 새로운 세계관과 방대한 스토리를 담겨 있죠. 그 안에 활용할 수 있는 콘텐트가 무궁무진한 셈이에요. 게임을 즐기는 수많은 팬도 잠재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특히, 배틀그라운드는 전 세계적으로 흥행해 해외에도 팬이 많아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이 미국의 디즈니랜드를 직접 찾아가듯 배틀그라운드 팬이 배틀그라운드 어트랙션을 체험하러 우리나라 롯데월드를 찾는 사람이 있을 수 있어요. 매력적인 스토리와 세계관을 가진 IP의 힘이죠. 앞으로도 롯데월드는 매력적인 IP 발굴을 멈추지 않을 거라고 해요.

롯데월드의 매직캐슬 전경. 롯데월드.

테마파크의 미래


특정한 주제로 놀이시설이나 이벤트를 기획해 즐거움을 주는 비일상적인 공간. 테마파크의 정의에요. 테마파크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는 ‘비일상’이라고 할 수 있어요. 거대한 공간과 다채로운 어트랙션으로 입장하기만 하면 탑승객은 곧바로 일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거죠.

최근엔 같은 무기를 지닌 경쟁자가 많아졌어요. 클릭 몇 번이면 접속할 수 있는 게임이나 OTT(온라인동영상 서비스)가 대중화됐고요. 집 근처엔 쇼핑시설뿐 아니라 볼거리까지 가득한 복합쇼핑몰까지 곳곳에 들어섰습니다.

이런 위협이 오히려 테마파크에 좋은 자극이 될 거예요. 더 실감 나는비일상을 만드는 데 힘 쏟을 거예요. 이를 도와줄 기술도 발달하고 있고요. 특히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어요. 롯데월드는 후렌치레볼루션 등 주요 어트랙션에 VR 기술을 적용한 바 있죠. 이들 기술은 테마파크가 구현하려는 세계관과 이야기를 더 몰입력 있게 만들어주는 거죠.

롯데월드의 공식 캐릭터인 로티와 로리. 롯데월드.


자기만의 색깔 있는 IP를 개발하려는 움직임도 관찰됩니다. 세계관과 스토리를 직접 만드는 거죠. 롯데월드도 개장 때부터 선보였던 로티와로리라는 캐릭터가 있어요. 1990년엔 이 둘을 주인공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도 했죠. 이 밖에도 30개가 넘는 캐릭터가 더 있더라고요. 롯데월드는 이 캐릭터를 중심으로 롯데월드만의 세계관을 정립해나가는 작업도 착수할 거라고 해요.

박이담 기자 park.id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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