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나 이후 33년만...'철기둥' 김민재의 나폴리, 伊 세리에A 제패

박린 2023. 5. 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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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만에 나폴리의 리그 우승을 이끈 김민재(가운데)가 팬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철기둥’ 김민재(27)의 소속팀 이탈리아 프로축구 SSC 나폴리가 33년 만에 자국리그 세리에A 우승을 차지했다.

나폴리는 5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우디네의 스타디오 프리울리에서 열린 2022~23 세리에A 3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우디네세와 1-1로 비겼다. 비기기만해도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던 나폴리는 전반 13분 선제 실점했지만 후반 7분 빅터 오시멘이 동점골을 뽑아냈다. 김민재도 풀타임을 뛰며 무승부에 기여했다.

나폴리는 25승5무3패(승점80)를 기록, 남은 5경기에 관계없이 조기 우승을 확정했다. 2위 라치오(19승7무7패·승점 64)와 승점 차를 16점으로 벌렸다. 라치오가 남은 5경기를 다 기여도 승점 79점에 그쳐 나폴리를 따라 잡을 수 없다. 원정 경기장을 찾은 나폴리 팬들은 물론 나폴리 홈구장과 시내에 몰린 팬들도 기뻐했다.

나폴리는 고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가 활약했던 1989~90시즌 이후 33년 만에 스쿠테토(세리에A 우승을 상징하는 방패모양)를 차지했다. 1986–87시즌을 포함해 3번째 리그 우승이다. 2011년부터 9년 연속 우승한 유벤투스, ‘디펜딩 챔피언’ AC밀란, 인터밀란, AS로마 등 쟁쟁한 팀들을 따돌리고 나폴리가 정상에 등극했다.

1987년 나폴리 우승을 이끌었던 마라도나. AP=연합뉴스


올 시즌을 앞두고 페네르바체(튀르키예)에서 이적한 김민재는 빅리그 입성 첫 해 우승을 거뒀다. 2010~11시즌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했던 박지성 이후 12년 만에 한국인이 팀의 주축으로 유럽 5대리그(잉글랜드·독일·스페인·이탈리아·프랑스) 우승을 차지했다. 정우영이 2018~19시즌 독일 바이에른 뮌헨 소속으로 분데스리가 우승 멤버였지만 당시 주전은 아니었다. 독일 레버쿠젠과 잉글랜드 토트넘에서 뛴 손흥민도 빅리그 우승은 없다.

안정환(전 페루자), 이승우(전 베로나)가 이탈리아 리그에서 뛴 적이 있지만, 한국 선수가 세리에A 우승을 차지한 건 김민재가 처음이다. 아시아 선수로는 2000~01시즌 AS로마에서 우승한 나카타 히데토시(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나폴리는 올 시즌을 앞두고 핵심 수비수 칼리두 쿨리발리를 잉글랜드 첼시로 떠나 보냈다. 작년 7월 페네르바체에서 이적한 김민재가 쿨리발리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 현지에서 의구심이 가득했다.

김민재는 입단 초기 동료들 앞에서 ‘강남스타일’ 댄스를 추며 팀에 녹아들었다. 세리에A 데뷔 2달 만에 완전히 인정 받았다. 라치오전에서 헤딩 동점골을 터트렸고, AC밀란전에서는 종료 직전 발을 뻗어 상대 헤딩슛을 막아내며 2-1 승리를 지켜냈다. AC밀란 전설적인 수비수 파올로 말디니가 관중석에서 김민재 수비를 보고 머리를 감싸 쥐며 경악할 정도였다. 김민재가 미친 수비를 펼친 이 모습은 나폴리 시내에 벽화로 그려졌다. 김민재는 작년 9월에 세리에A 이달의 선수상도 수상했다.

나폴리 시내의 ‘김민재 벽화’. 김민재가 AC밀란과의 경기 종료 직전에 발을 뻗어 헤딩 슛을 막아내는 그림이다. 사진 소셜미디어 캡처


김민재는 빠른발로 커버 플레이를 펼치고 후방 빌드업 능력까지 보여줬다. 전진 드리블을 치고 나가 공격을 풀어나가기도 했다. 세트피스에도 적극 가담해 2골-2도움을 올렸다. 김민재는 쿨리발리의 공백을 완전히 메웠다. 33경기 중 32경기에 출전했고, 수비진의 리더로서 리그 최소실점(23실점)에 기여했다. 루치아노 스팔레티 나폴리 감독은 지난 2월 사수올로전 킥오프 때 선수 8명을 하프라인에 한줄로 세웠다. 후방을 든든하게 지킨 중앙수비 김민재와 아미르 라흐마니를 향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전술이었다.

나폴리 팬들은 1986~87시즌 세리에A 우승을 이끈 주세페 브루스콜로티의 별명 ‘PAL E FIERR’에 빗대, 김민재를 ‘철기둥’이라 불렀다. 나폴리 홈 팬들은 관중석에서 김민재의 성인 “KIM(킴), KIM”을 외쳤다. 방송 촬영을 위해 나폴리를 찾은 요식업 대표 백종원을 보고 “킴”을 외친 나폴리 팬들이 있을 정도였다.

세리에A 우승 확정 후 기뻐하는 나폴리 선수들과 팬들. EPA=연합뉴스

김민재는 올 시즌 거의 전 경기를 풀타임을 뛰다 보니 지치기도 했다. 지난 3월 대표팀 소집 후 은퇴를 시사하는 실언을 하기도 했고, 유럽 챔피언스리그 8강 AC밀란전 탈락을 막지 못했지만 김민재는 당당히 리그 우승의 주역으로 거듭났다.

나폴리 공격은 빅터 오시멘(22골)과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12골-10도움)가 이끌었다. 특히 나폴리의 스팔레티 감독과 아우렐리오 데 라우렌티스(이탈리아) 구단주가 작년 여름이적시장에서 데려온 김민재와 크바라츠헬리아는 대박을 쳤다. 김민재는 잉글랜드 맨체스터 시티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 등의 관심을 받고 있다. 다음 시즌에도 나폴리에서 뛸지는 미지수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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