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사퇴에도 불확실성 여전...키움증권의 미래는
회사 신뢰 회복 위해 불가피…소송·수사서 진실 가려질 듯
장기전 돌입 속 개인투자자 이탈 현실화 가능성 배제 못해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주가 하락 사태로 인해 주가 조작 의혹의 시선을 받던 오너가 결국 직을 내려 놓았지만 회사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김익래 다움키움그룹 회장의 사퇴로 오너 리스크가 다소 해소되긴 했지만 불확실성이 여전한 키움증권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김익래 회장이 대국민 사과와 함께 다우키움그룹 회장과 키움증권 이사회 의장직을 사퇴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던 키움증권은 리스크 부담을 다소나마 덜 수 있게 됐다.
김 회장은 앞서 지난달 20일 시간 외 대량 매매(블록딜)로 다우데이타 140만주(3.66%)를 1주당 4만3245원에 처분해 605억4000만원의 시세차익을 누렸다. 다우데이타가 김 회장의 지분 매각 이후 24일과 25일 양일간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과도한 시세차익에 대한 문제 제기 뿐만 아니라 주가조작 세력과의 연루 의혹이 불거졌다.
특히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인 라덕연 H투자자문사 대표가 김 회장을 이번 사태의 배후로 김 회장을 지목하면서 작전 세력과의 연루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이와 별도로 이번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차액결제거래(CFD) 계좌에서 발생하는 특이사항을 미리 인지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대형 증권사 사주가 시세조종과 미공개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 발생했고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오너가 자신보다 회사를 생각해 결국 의혹이 제기된 지 1주일 여만에 경영에서 물러나는 초강수를 둘 수 밖에 없게 됐다. 여기에 다우데이타 주식매각 대금의 사회 환원을 결정하며 과도한 시세 차익에 대한 세간의 비판을 해소하고 자신의 진정성을 보이려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 발생과 오너의 사퇴라는 일련의 과정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면서도 키움증권의 경영 체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원래 김 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은둔자'에 가까웠고 계열사들도 최측근 인사들을 중심으로 전문 경영인 체제가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도 김 회장의 대표적인 측근 인사로 꼽힌다.
다우키움그룹 전체로 봐도 김 회장 자녀들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터라 향후 김 회장의 영향력은 점점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다만 김 회장의 이번 사과문이 도의적 책임에 대한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법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법정에서 진실을 명명백백히 가리겠는 의지가 강하게 담기면서 장기화에 따른 부담은 여전히 작용할 전망이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사회에 환원한다는 발표는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였을뿐 ‘법적인 문제가 없었다 하더라도’와 ‘악의적 주장’이라는 표현을 통해 위법한 일은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객관적 자료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논란이 지속되는 만큼 회사와 그룹에 더 이상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직을 던지고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검찰과 금융당국 조사에도 성실히 임하겠다는 것도 자신에게 쏟아지는 의혹들에 대해 스스로 결백을 입증하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키움증권 측이 김 회장의 사퇴와 사회 환원 등이 담긴 이번 사과문 발표에 대해 "객관적인 데이터로 소명을 하는데도 논란이 사그라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확산되면서 사안이 너무 커졌다"며 "논란이 불거지면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봐줬으면 한다"고 밝힌 점도 이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명확한 진실을 가리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수 밖에 없지만 장기전이 될 수 밖에 수사와 소송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법적으로 진실이 밝혀져도 향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더라도 그 과정에서 배신감과 괴리감으로 인한 고객 이탈이 현실화되면서 그룹과 계열사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룹의 주축 계열사인 키움증권의 경우, 지난 2000년 키움닷컴증권이라는 사명으로 출범한 뒤 개인 고객 비중 확대를 기반으로 중소형사에서 대형사로 성장해 왔다는 점에서 더욱 타격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키움증권의 경우, 개인 고객들 수수료 수익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향후 수사와 소송을 통해 전개되는 상황에 따라 회사에 미치는 악영향이 커질 수 있다"며 "증권사의 기본이자 생명인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 고통스럽게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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