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간호법에 골치 아픈 與…최후의 시나리오 ‘제2 택시법’?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을 두고 여권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간호법에 반대하는 의사협회와 간호조무사협회, 찬성하는 간호협회 등 의료업계 단체들이 서로 강경하게 맞서며 쉽사리 돌파구를 찾고 있지 못해서다.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간호법은 4일 정부로 이송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 53조에 따라 이날부터 15일 이내에 간호법을 국무회의에서 공포하거나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야권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간호법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게 여권의 확고한 방침이지만,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정치권의 긴장수위가 또 다시 높아질 뿐 아니라 간호협회도 극렬 투쟁에 나서게 돼 여권으로선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그래서 국민의힘 지도부는 거부권 행사 여부 결정까지 남은 15일 동안 민주당뿐 아니라 간호협회와 최대한 협상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간호협회와 협상 타결이 이뤄지면, 대통령 거부권 행사와 동시에 대체 입법을 예고하겠다는 게 국민의힘 복안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간호협회가 거부권 행사 이전에 당정의 중재안을 최대한 수용한다면, 얼마든지 이를 통해 다시 입법에 착수할 수 있다”며 “민주당도 설득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도, 여야 합의만 있으면 간호법을 재표결에 부치지 않고 미발효 상태로 계류시킬 수 있다. 그 사이 의사·간호사·간호조무사 등 직역 간 쟁점을 좁힌 ‘새로운 간호법’ 입법을 완수한다는 것이다.
2013년 1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택시법(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이 유사 사례다. 당시 여야는 18대 대선을 앞두고 택시를 대중교통에 포함해 재정 지원하는 ‘택시법’을 의결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대선 직후 “포퓰리즘”이라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고, 이와 동시에 정부는 ‘택시 지원법(택시운송사업 발전을 위한 지원법)’을 대안으로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여야는 합의를 거쳐 기존 택시법을 재표결에 부치지 않고, 정부가 내놓은 대체 법안을 같은 해 12월 새로 처리했다.
관건은 민주당의 협조 여부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8일 비명계 박광온 민주당 원내지도부 출범에 기대를 걸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 새 원내지도부가 온건하고 합리적이라고 평가받는 만큼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송기헌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간호법을 재표결에 부치지 않고, 여야가 대체입법에 나선다는 것은 이론적으론 가능하다”라면서도 “그러나 지금까지 쟁점이 극명했던 것을 보면, 15일 이내 새로운 합의안 도출은 난망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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