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0명이더니 또다시 퍼진다…코로나 끝나자 돌아온 병
최근 몇 년간 사라진 감염병이 속속 돌아오고 있다. 기후 변화가 이어지는 데다 코로나19 빗장이 풀리면서다.
4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 1~4월 해외여행 갔다가 홍역·뎅기열·치쿤구니아열 등에 걸려오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인증한 홍역 퇴치 국가이다. 국내에서 발생하지 않는다. 해외에서 걸려오는데, 2021~2022년 발생자가 0명이었다. 올해 3명이 걸려왔다. 홍역은 공기로 감염되는 강력한 호흡기 감염병이다.
모기에 물려 걸리는 감염병도 눈에 띄게 늘었다. 대표적인 게 뎅기열·치쿤구니야열·말라리아 등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모기의 서식지가 확대되고 개체 수가 많이 증가한다. 해외여행객이 늘면서 감염돼 입국하는 사람도 크게 늘었다.
뎅기열은 뎅기바이러스에 감염된 이집트숲모기에 물려서 감염된다. 뎅기열은 1970년대 이전에는 9개 국가에서만 발생했는데, 지난해에는 129개국에서 풍토병으로 자리 잡았다. 세계적으로 매년 1억 명 넘게 감염되며, 올 1~3월 38만명이 감염돼 113명이 숨졌다. 한국은 아직 국내에서 발생하지는 않는다.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베트남·필리핀·태국·인도네시아 등 중심으로 뎅기열이 유행하고 있다. 지난해 1~4월 1명 감염돼 입국했으나 올해는 45명으로 급증했다. 뎅기열은 2021년 한 해 3명, 지난해 한 해 103명만 걸릴 정도로 코로나 기간에는 잊힌 감염병이었다.
치쿤구니야열도 숲모기류가 매개체이다. 20년 전만 해도 아프리카·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만 발생했으나 지금은 110개국에서 발생한다. 최근 파라과이에서 대규모로 발생해 WHO가 경보를 발령했다. 올 1~3월 세계에서 11만여명이 감염돼 43명이 숨졌다.
치쿤구니야열도 코로나 기간에는 국내에서 사라진 질병이나 마찬가지다. 2020년 1명, 2021년에는 0명, 지난해 8명 발생했다. 올 1~4월 7명이 걸렸는데, 지난해 1~4월(2명)보다 늘었다.
말라리아도 비슷하다. 말라리아는 2021년 세계 84개국에서 2억4700만명이 걸려 62만명이 숨졌다. 해외에서 유행하는 말라리아는 국내 토착형 말라리아보다 치명률이 높아 위험하다. 올해 1~4월 27명(지난해 6명)이 해외에서 걸렸다.
세균성 이질에 감염되는 사람도 는다. 오염된 물이나 음식으로 감염된다. 지난해 1~4월 해외 감염자가 0명이었으나 올해 6명으로 늘었다.
학교·유치원·어린이집이 문을 열면서 수두·유행성이하선염이 급증하고 있다. 수두는 지난해 1~4월 4787명에서 올해 1~4월 6588명으로 늘었다. 37.6%나 증가했다. 유행성이하선염(볼거리)도 같은 기간 1971명에서 2445명으로 24% 증가했다. 둘 다 4~12세가 많이 걸리고 단체 생활을 하는 학교 등지에서 유행한다.
곽진 질병청 감염병관리과장은 "학교 내 감염병 유행은 코로나 방역 상황이 완화되고 각종 대면활동이 증가하면서 유행이 지속할 수 있다. 환자가 발생하면 전염기간에등원·등교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수두의 전염기간은 피부 발진 발생 후 최소 5일간 질병 부위에 가피(부스럼 딱지)가 생길 때까지, 유행성이하선염은 증상 발생 후 5일간을 말한다.
쯔쯔가무시증도 매개체인 털진드기의 활동 지역이 한반도 중남부 이하에서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지난해 1~4월 249명에서 올해 321명으로 급증했다. 이 감염병은 대표적인 기후 변화 질병이다. 주로 가을에 많이 걸리는데, 올 하반기에 크게 늘어날 우려가 있다.
황경원 질병청인수공통감염병관리과장은 "지구 온난화로 해외에서 홍수가 자주 발생하는데, 이로 인해 모기 서식지가 증가해 모기 매개 감염병이 세계적으로 증가한다"며 "해외여행 전 말라리아 예방약을 처방받아서 복용하거나 모기 기피 용품을 준비하는 게 좋다. 현지에서 풀밭이나 산속은 가급적 방문하지 말고, 긴 팔, 긴바지 옷을 입는 게 좋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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