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굴욕외교" 외친 민주, 한·일 의원 친선 축구도 불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다음주 일본에서 열리는 한ㆍ일 국회의원 축구대회에 대거 불참할 예정이다.
국회의원 축구연맹은 13일 일본 요코하마 닛산스타디움에서 일본 국회의원들과 친선 축구대회를 갖는다. 매년 진행해왔던 양국 의원 간 친교 목적의 축구대회로, 지난해 11월 일본 의원들이 한국을 방문해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를 뛴 데 대한 답방 차원이다. 지난해 경기는 코로나19 여파로 4년 만에 열렸다.
당초 여야 의원들은 지난해 말 국회에서 열린 선발전을 통해 각자 10여명씩 한ㆍ일전에 출전할 선수를 선발했다. 11월 26일 열린 한ㆍ일전에서도 여야 의원들이 섞여 뛰어 5:3으로 일본에 승리했다. 그러나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이번 경기 선수단은 여당 일색이 될 전망이다. 의원 축구연맹 관계자는 “민주당에서는 연맹 부회장인 김영진 의원과 김승남 의원 등 두 사람만 참석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의당에선 류호정 의원이 선수로 뛸 예정이다.
민주당이 축구대회에 대거 불참하는 건 최근 당이 한ㆍ일 외교 문제점을 강하게 지적해온 흐름과 맞닿아있다. 앞서 민주당은 3월 한ㆍ일정상회담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해 ‘제3자 배상안’을 내놓자 이를 “굴욕외교”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는 당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규탄대회에 직접 참석해 제3자 배상안을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이라고 맹공했다.
이후에도 민주당은 일본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문제를 놓고 삭발투쟁까지 벌였다. 4월에는 위성곤 의원을 단장으로 내세운 당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대책단’이 일본 후쿠시마를 직접 방문했다. 축구연맹 소속인 위 의원은 4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후쿠시마 방문 당시 한ㆍ일 의원연맹을 통해 면담요청도 했는데 거부당했다”며 “그런 상황에서 축구대회에 참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선수로 뛰었던 임오경 의원도 통화에서 “대일 굴욕외교를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고, 7~8일 예정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는지도 지켜봐야 한다”며 “우리 당에선 대부분 안 갈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선 20명이 넘는 인원이 이번 축구대회를 계기로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의원 축구연맹 여당 몫 부회장인 송석준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선수단과 응원단을 합해 24명이 일본을 찾을 예정”이라며 “오늘 연습경기도 했다”고 전했다. 송 의원은 “한ㆍ일전은 의원외교의 전통이고, 지난해 일본이 한국을 찾아 경기했는데 가지 않는 것은 서로 예의가 아니지 않겠나. 한ㆍ일관계도 우호적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최근 윤석열 정부의 기조에 발맞춰 일본과의 관계개선에 앞장서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5선 중진이자 한ㆍ일의원연맹 회장인 정진석 의원은 다음달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김대중-오부치선언 25주년’을 기념하는 연설을 할 예정이다. 1998년 이뤄진 ‘한ㆍ일 김대중ㆍ오부치 선언’은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해 일본의 ‘통절한 반성과 마음에서의 사죄’를 문서화했다. 정 의원은 통화에서 “6월 3일 와세다 대학에서 올해로 25주년을 맞은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기념하는 세미나를 한·일의원연맹과 공동주최하는데 내가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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