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까지는 우크라 전쟁 상수로 두고 정책 세워 집행해야”

신준섭,이의재 2023. 5. 5.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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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초대석]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이 4일 세종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세계 경제의 복합 위기 상황과 정부의 대응책을 설명하고 있다. 세종=이한형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은 끝났지만, 위축된 세계경제가 회복하기는커녕 점점 더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중 갈등과 에너지 위기를 부른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며 세계경제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 국제금융기구나 국내 기관 모두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암울하게 전망하고 있다. 대표적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올해 세계경제성장률이 2.8%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한 결과치를 조만간 발표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폭풍을 맞았던 2010년대보다 낮은 수준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이 불확실성이 만연한 세계 경제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그만큼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통상 전문가인 김흥종 KIEP 원장은 4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상수로 둬야 한다”면서 “세계경제가 앞으로도 빠른 반등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계속되는 위기를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금융기구 모두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암울하게 전망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8%로 봤는데 중국 리오프닝을 너무 과도하게 감안한 것 같다. 우리는 2.8%보다 조금 낮게 본다. 조만간 발표하겠지만 2.6~2.7% 정도로 예상한다. 이게 어느 정도 수준이냐면 2000년대 ‘골디락스(물가 상승 없이 경제가 고성장하는 현상)’ 시절에 세계경제가 연간 4~5% 성장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로는 3%대 성장률이 이어졌다. 현재 상황은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불안정한 회복기보다 더 낮다. 팬데믹 이후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 세계경제 체력이 그만큼 약해졌다는 의미다.”

-단기간에 회복이 쉽지 않다는 뜻인가.

“긍정적 요인이 많지 않다. 팬데믹 끝나면 수요 회복, 교역 증가, 내수 및 투자 증가를 통해 회복했어야 하는데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등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다. 수출은 각국이 첨단전략자산 수출을 통제하며 제약되는 상황이다. 다국적기업의 국제 사업 확대도 위축돼 있다. 갈등구조 때문에 회복이 안 되는 것으로 보인다.”

-회복을 저해하는 주요인으로 전쟁 장기화가 꼽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은 올해 말까지는 확실히 이어질 거고 기적적으로 정전이 되더라도 세계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까진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할 수 없고 러시아도 전쟁을 끝내기엔 경제 상황이 너무 좋다. 양측이 코너에 몰려 있지 않으니 끝낼 생각이 없는 것이다. 내년 초까지는 전쟁을 상수로 두고 정책을 세워 집행해야 한다.”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 한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버리고 미국 편을 들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현 국제정세 하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중국과 관계를 최대한 유지하며 한·미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로 성공과 실패를 얘기하면 안 되고 전반적으로 대외정책 기조가 바뀌는 연장선상에서 평가해야 한다.”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한 상황에서 한국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점을 고려하면 후폭풍이 클 듯하다.

“글로벌 공급망은 사실 2000년대 들어와 ‘시즌2’가 시작됐다. 전 세계 단위였던 1단계를 넘어 지역별 밸류체인이 더 강화됐다. 유럽, 아시아 이런 식으로 지역끼리 더 뭉쳤다. 지금은 글로벌 공급망 시즌3가 시작되는 시기다. 중국은 경제안보차원에서 모든 중간재를 수입하는 대신 국내에서 만들어 공급하는 망을 구축하고 있다. 한국에서 문제 생겨도 중국 공장이 멈추는 일이 없게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즉 앞으로 중국 경제 등락이 한국 수출 등에 미치는 영향이 현재보다는 줄어들 것이다. 다행히 수출의 중국 의존도가 19.5%로 떨어졌다. 이 시점에 동남아시아 미국 호주 캐나다 등 대체재를 더 만들어야 한다. 한 바구니에 계란을 모두 담으면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 미국 순방 결과에 대한 평가는.

“한·미 기업인들 분위기가 굉장히 좋아졌다. 기업인들은 불확실한 투자를 싫어하는데, 이번 순방을 보면서 미국 기업은 한국에, 한국 기업은 미국에 투자하는 데 믿음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추가 투자를 결정한 것도 이런 맥락 같다. 전반적으로 분위기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됐다. 단순히 지금 뭐 받아왔고 그런 걸 보지 말고 길게 봐야 한다.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고 본다.”

-고공행진하는 에너지가격도 한국 입장에서는 위협 요인이다.

“문제는 천연가스다. 나라마다 수입 가격이 다 다를 정도로 변동성이 크다. 다행히 한국은 그동안 천연가스 계약을 잘해 왔다. 비축 역량도 크다. 이 얘기는 비쌀 때는 비축분을 쓰고 싸면 사는 식으로 강약 조절을 할 여지가 크다는 뜻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은 에너지 리스크가 크지 않다. 다만 에너지 시장 가격이 전기요금 등에 반영되는 구조는 가져가야 한다. 전력 가격이 높으면 절약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

-복합 위기에 대응해야 할 정부에 제언이 있다면.

“한국 기업의 기술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연구개발(R&D)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 정부가 획기적으로 각종 규제를 해결해 기업이 R&D에 투자할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리고 팬데믹 시기에 ‘좀비기업’이 제대로 정리가 안 됐다. 좀비기업 퇴출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당분간 경제위기 국면은 이어질 것이다. 이런 부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세종=신준섭 이의재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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