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공직자의 가상자산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상승세를 보이면서 코인판으로 눈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게다가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자의 재산공개 대상에 가상자산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공직자의 숨겨진 가상자산을 추적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의 공직자 재산등록 규정을 담은 정부윤리법은 투자 목적으로 1000달러 이상의 가상자산을 보유하거나 가상자산으로 일정액 이상 이익을 거뒀을 경우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상승세를 보이면서 코인판으로 눈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미국의 잇따른 은행 붕괴 사태로 전통적 금융 시스템을 불안해하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상기 종결과 비트코인 반감기를 앞둔 기대감도 한층 커지고 있다. 비트코인은 내년에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를 맞게 된다. 대체로 반감기 직전 해부터 비트코인 상승기가 나타난다.
4년 만에 돌아오는 반감기를 기다리는 투자자들 중에는 고위 공직자도 상당수 포함돼 있을 것이다. 가상자산에는 공직자 이해충돌 규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자의 재산공개 대상에 가상자산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공직자의 숨겨진 가상자산을 추적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직자로선 가상자산이 매력적인 투자 상품인 셈이다.
공직자들이 자발적으로 가상자산 보유 여부를 공개할 수는 있다. 지난 3월 공개된 공직자 정기 재산변동 자료를 보면 박범수 대통령비서실 농해수비서관은 비트코인 가액 변동으로 배우자 명의 현금이 150만원 줄어든 것으로 돼 있다. 이승연 부산시의원은 가상화폐 매매로 1억3800만원가량 재산이 감소했다고 신고했다. 물론 가상자산 거래로 큰돈을 벌었다고 자진신고한 공직자는 한 명도 없었다. 자발적 공개로는 감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을 규제하기 위한 입법 논의가 뒤늦게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3월 발생한 서울 강남 납치·살인 사건이 코인 투자를 둘러싼 범죄였다는 사실이 드러난 뒤부터다. 국회에선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예금보험공사가 가상자산거래소로 유입된 은닉재산을 추적할 수 있도록 한 국민건강보험법·예금자보호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코인으로 재산을 환전해 놓은 뒤 의도적으로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거나 돈을 갚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숨겨진 재산을 추적하기 위한 법안들이다. 가상자산 압류제는 도입된 지 오래다. 과세 당국은 2020년부터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체납자의 계좌나 자산을 압류하는 징수 방식을 활용했다. 압류 이후에도 세금을 안 낼 경우 가상자산 강제매각 조치에 들어갔다. 2021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세금 체납자에게서 압류한 가상자산은 약 2600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공직자들의 가상자산 공개를 의무화하는 입법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이를 위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2020년 11월 처음 발의됐다. 최근까지 여러 비슷한 법안이 발의됐는데도 국회의 문턱을 넘기까지는 하세월이다. 고위 공무원, 지자체장 등과 함께 재산공개 의무를 부여받은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재산공개 범위를 넓히는 법 개정에 소극적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미국의 공직자 재산등록 규정을 담은 정부윤리법은 투자 목적으로 1000달러 이상의 가상자산을 보유하거나 가상자산으로 일정액 이상 이익을 거뒀을 경우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가상자산을 보유한 공직자들이 관련 업무를 맡지 못하도록 하는 법적 장치도 마련돼 있다. 정부부처의 행동강령으로 공직자의 가상자산을 느슨하게 감시하는 한국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국내에서도 대법원 판례는 ‘무형의 재산’으로 가상자산을 인정하고 있다. 특정금융정보법 역시 가상자산은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라고 정의한다.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실질적 재산으로 여겨지는 가상자산을 공직자 재산공개 대상에 추가하는 입법을 더 미룰 이유는 없다. 국회의원 반감기를 도입하지는 못하더라도 4년마다 일 안 하는 의원들을 제대로 골라 내보낼 수 있다면 입법 속도는 좀 빨라지지 않을까.
김경택 경제부 차장 ptyx@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강아지 간식에 수은 전지가”…반려견 테러에 성동구 발칵
- “10달러면 프로포폴 구해”…故서세원 사인 의혹 커져
- “전 회식 좋아해요”… 2030 직장인 ‘MZ라이팅’에 한숨
- 결혼식 5시간 후 일어난 비극…美 음주차량에 신부 사망
- ‘6번째 처벌’ 피하려다 역주행…음주운전 상습범 최후
- ‘부산 돌려차기’ 출동 경찰 “피해자 바지 지퍼 내려가 있었다”
- ‘20억’ 로또 1등 당첨 후기…“아직도 일용직 다녀”
- 응급실 돌다 구급차서 숨진 10대…거부 병원 4곳 ‘철퇴’
- “음식에 파리 나왔어요!”…식당 8곳 환불 요구한 손님
- 尹 일회용 컵 사용에, 文 환경부 장관 “저렇게 쓰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