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지올팍이 묻는 ‘크리스천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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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 20대 중반 아들이 제 또래에서 인기라며 새로 나온 노래 하나를 권했다.
지올팍이라는 생소한 뮤지션의 '크리스천(Christian)'이란 곡이었다.
영어가 만들어내는 느낌이 좋다는 지올팍은 '크리스천' 역시 영어 가사를 썼는데, 도발적 가사와 풍부한 상징을 담은 뮤직비디오의 의미를 풀겠다는 도전이 여기저기서 펼쳐졌다.
비속어까지 써가며 자신은 여전히 크리스천이라 외치는 후렴구는 이런 상황에서도 신앙인으로서의 정체성만은 지키겠다는 오기 섞인 다짐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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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 20대 중반 아들이 제 또래에서 인기라며 새로 나온 노래 하나를 권했다. 지올팍이라는 생소한 뮤지션의 ‘크리스천(Christian)’이란 곡이었다. 이후 독특한 음악과 창의성으로 이 94년생 싱어송라이터에게는 ‘천재 호소인’이란 재미난 별명이 붙었다. 이젠 지겹다고 할 정도의 바이럴로 대중에게 많이 알려졌을 뿐 아니라 그 음악성에 대한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중독성 강한 멜로디와 가사 덕에 패러디도 많이 됐고, 코미디언들이 만든 불교 버전까지 나왔다.
영어가 만들어내는 느낌이 좋다는 지올팍은 ‘크리스천’ 역시 영어 가사를 썼는데, 도발적 가사와 풍부한 상징을 담은 뮤직비디오의 의미를 풀겠다는 도전이 여기저기서 펼쳐졌다. 가사와 영상을 분석해 K팝의 세계관을 해석하는 놀이가 젊은이들에게 유행인 만큼 다양한 해석의 길이 열려 있는 이 곡은 좋은 놀잇감이었다. 게다가 “I’m fxxxing Christian!”이란 비속어가 포함된 후크를 비롯해 각종 종교 상징과 은유가 넘쳐나는 뮤직비디오는 기독교 모욕 아니냐는 거친 반응을 낳기도 했다.
기독교적 관점으로 해석하려는 진지한 시도도 이어졌다.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 묘사가 심각하다, 세상과 다르지 않은 교회에 대한 비판이다, 개인의 신앙 여정을 그렸을 뿐이다 등등 이런저런 해석이 경합했지만, 지금은 한 잡지 인터뷰에서 뮤지션이 직접 밝힌 발언으로 얼추 정리된 모양새다. 그가 “거의 정확하다”고 언급한 평론가는 이 곡이 기독교인의 가식과 위선을 비판하는 데 머물지 않고 이런 모순이 자신을 포함한 인간 본연의 모습이라 고백하는 이야기라고 해석한다. 처음에는 기독교인의 위선을 꼬집고, 다음엔 무신론의 허점을 짚은 후, 결국 이런 위선과 모순이 자신에게도 고스란히 있음을 성찰하는 서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단지 비속어를 썼다고, 돈과 섹스를 언급했다고 기독교 조롱이며 나아가 반기독교적이라는 평가는 너무 표피적이다. 오히려 바로 이 지점에서 지올팍과 젊은 기독교인들이 교회를 향해 건네는 질문의 핵심이 발견된다. 크리스천답다는 건 도대체 무엇을 말하나? 외양만으로, 파편적 정보만으로, 사용하는 언어만으로 ‘크리스천다움’을 손쉽게 규정하고 정죄해버리는 기성세대 신앙을 향한 질문이다. 여기에 “I’m still fxxxing Christian!”이란 후렴구의 반복은 지올팍의 말마따나 ‘발악’하면서 다시 한번 외치고 싶은 자기 정체성을 표현한다. 목사를 아버지로 둔 성소수자 친구에게 “너도 크리스천이냐”고 묻자 비속어를 써서 대답한 친구 말에서 따온 가사라기에 더 그렇게 들린다.
이 노래와 이에 반응하며 나름의 신학을 담아 해석하는 젊은이들에게서 이 시대 청년 크리스천의 고뇌를 떠올린다. 세상과의 관계에서 고투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 정작 더 힘겨워하는 건 “크리스천이라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는 교회 어른들의 시선이다. 절대적인 것과 상대적인 것의 경계를 임의로 설정해 놓고, 상대적일 수밖에 없는 자신들의 방식을 강요하는 기성세대의 신앙은 버겁기만 하다. 질문과 토론의 대상마저도 절대 진리로 포장해버리는 갑갑함에 젊은 크리스천들은 대안적 공동체를 찾거나 아예 교회를 떠난 신앙을 모색하기도 한다.
비속어까지 써가며 자신은 여전히 크리스천이라 외치는 후렴구는 이런 상황에서도 신앙인으로서의 정체성만은 지키겠다는 오기 섞인 다짐으로 읽힌다. 동시에 자신의 죄와 위선을 예민하게 성찰하겠다는 결단이기도 하다. 물론 지올팍이 택한 방식의 신앙과 그 표현이 무조건 옳은 것도, 반박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해석은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크리스천다움을 무기 삼아 이 청년의 신앙을 담장 밖으로 내칠 자격은 누구에게도 주어지지 않았다.
박진규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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