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인생은 솜사탕

2023. 5. 5.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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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널목 맞은편, 아이들이 노란 유치원복을 입고 재재거린다.

그 모습을 보니 자연스레 첫 소풍이 떠오른다.

그중에 봉지 솜사탕은 의외였다.

저 아이들에게 소풍은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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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나 시인 겸 웹툰작가


건널목 맞은편, 아이들이 노란 유치원복을 입고 재재거린다. 그 모습을 보니 자연스레 첫 소풍이 떠오른다. 소풍 전날, 나는 기대에 들떠서 잠까지 얼마나 설쳤던가. 엄마가 가방에 김밥이며 간식거리를 넣어주셨다. 손가락에 끼워 먹는 재미가 있었던 꼬깔콘, 반을 갈라서 크림이 묻은 쪽만 갉아 먹었던 딸기 맛 산도, 환타 등이 있었다. 그중에 봉지 솜사탕은 의외였다. 솜사탕은 원통형 기계로 만드는 줄로만 알았는데 이불솜처럼 평평한 봉지 솜사탕도 있다니.

목적지인 천장호수까지 삼십 분이 넘게 걸어가야 했다. 호수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이 가방을 탁 내려놓으며 힘들다고 불평했다.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그늘에 돗자리를 폈다. 김밥을 꺼내려는데 뭔가 이상했다. 솜사탕 봉지가 빵빵하게 부푼 게 아닌가. 봉지를 뜯었더니 픽, 하고 바람이 빠졌다. 솜사탕은 온데간데없고 박하사탕만 한 설탕 덩어리만 남아 있었다.

선생님이 오락 시간을 알리는 호루라기를 불었다. 첫 순서는 수건돌리기였다. 전혀 몰랐다는 듯 놀라는 아이도 있었고, 아슬아슬하게 술래를 따라잡다가 넘어진 아이도 있었다. 누가 등 뒤에 수건을 놓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체구가 작았던 나는 2인 삼각 경기도, 꼬리잡기도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보물찾기’라면 승산이 있었다. 나는 향나무 울타리를 따라 숲의 안쪽까지 걸어갔다. 나무 둥치에 노란 버섯이 자랐고, 그 옆에 돌을 들추니 쪽지가 나왔다. 틀림없는 보물찾기 쪽지였다. 가슴이 콩닥거렸다. 쪽지를 펴보니 꽝이었다.

얄궂은 인생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달콤하게 부풀린 기대는 설탕 실처럼 시시하게 꺼지곤 한다. 그러나 삶이 나에게 ‘보물’을 주지 않아도 섭섭하지만은 않다. 이제는 소풍 가기 전날의 설렘도 소중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저 아이들에게 소풍은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 문득 머릿속이 환해지도록 시원한 환타를 마시고 싶다.

신미나 시인 겸 웹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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