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 이어주던 신라 천마, 9년 만에 다시 대중 만난다

손영옥 2023. 5. 5.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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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8월 경북 경주시 '황남동 155호분'을 발굴하던 조사단은 무덤 주인의 부장품을 담아두던 나무 상자에서 낯선 걸 발견했다.

천마도는 자작나무 판으로 만든 말다래에 그려진 것으로 신라시대 현존 유일 회화자료라 회화사적 의미도 크다.

말다래에 그려진 천마와 넝쿨무늬는 고구려 벽화에도 나온다.

이번 전시에는 천마총에서 함께 발굴된 '천마무늬 말다래'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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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총 발굴 50주년 경주박물관서
자작나무 말다래에 그린 천마도와
천마 새긴 금동 판 말다래도 공개
금제대관·팔찌·반지 등도 한자리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시관에서 4일 개막한 ‘천마, 다시 만나다’전을 통해 9년 만에 대중에 공개된 천마도. 자작나무 판으로 만든 말다래에 그려진 것으로 신라시대 현존 유일 회화자료다.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1973년 8월 경북 경주시 ‘황남동 155호분’을 발굴하던 조사단은 무덤 주인의 부장품을 담아두던 나무 상자에서 낯선 걸 발견했다. 겹겹이 쌓인 말다래(말 탄 사람의 다리에 흙이 튀지 않도록 안장 밑에 양쪽으로 늘어뜨리는 판)였다. 천년의 더께를 걷어내니 상상도 못한 말 그림이 생생한 모습을 드러내는 게 아닌가. 황남동 155호분이 이 천마 그림을 따서 ‘천마총’이라는 별칭을 얻는 순간이었다.

1973년 경북 경주시 '황남동 155호분' 발굴 당시 천마도가 발견되는 모습.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그 천마도가 천마총 발굴 50주년을 맞아 9년 만에 대중과 만난다.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시관에서 4일 개막한 ‘천마, 다시 만나다’전을 통해서다. 당시 천마총은 황남대총으로 불리는 98호 무덤에 앞서 ‘연습용’으로 발굴됐다. 황남대총은 높이 24m, 직경 147m로 작은 산만한 규모라 당시 한국 고고학계 수준으로는 발굴이 벅찼다. 그래서 그 옆의 규모가 작은 155호 무덤을 먼저 조사해 돌무지덧널무덤(356∼514년 마립간 시기)의 구조를 파악하려고 한 것이었는데, 이런 뜻밖의 수확을 거둔 것이다.

천마도는 자작나무 판으로 만든 말다래에 그려진 것으로 신라시대 현존 유일 회화자료라 회화사적 의미도 크다. 신라 건국 설화에서 천마는 시조의 탄생을 예견하는 흰말, 즉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신성한 동물로 등장한다. 흰색 안료로 그려진 천마는 말갈기와 꼬리털이 뒤로 나부끼고 다리도 하늘을 달리는 듯 묘사돼 박진감 넘치면서도 신령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말다래 가장자리에는 넝쿨무늬로 둘러쳐 장식성을 강화했다. 말다래에 그려진 천마와 넝쿨무늬는 고구려 벽화에도 나온다.

말다래는 한 쌍이 겹쳐져 나왔고 이번 전시에는 7월 16일까지의 전시 기간 중 한 점씩 교체 전시된다. 이 천마도는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1997년, 2009)과 국립경주박물관 신라능묘 특별전(2014) 등 총 3차례 공개됐다.

이번 전시에는 천마총에서 함께 발굴된 ‘천마무늬 말다래’도 나왔다. 회화가 아니라 대나무살로 엮어 만든 바탕 판을 천으로 감싸고 그 위에 천마 무늬를 새긴 금동 판을 덧대어 꾸민 형태다. 발굴 당시에는 정체를 몰라 40년간 고스란히 보관했다가 새로 시작한 보존 처리 방식을 통해 존재가 확인됐다. 천마총 출토 금제대관과 관 꾸미개, 금제 허리띠, 팔찌, 반지, 귀고리 등 천마총에서 출토된 화려한 금제 유물도 한 공간에 모았다. 사진작가 구본창이 천마총 출토 황금유물과 유리잔 등을 찍은 사진 작품도 함께 나왔다.

경주=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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