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사’ 간판 달면 불법… ‘인베스트’ 영어 쓰면 합법

김준희 2023. 5. 5.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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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라덕연씨는 수년 전부터 투자자를 대거 모집해 불법으로 투자금을 운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라씨가 운영하는 호안스탁은 이름만 보면 정식 투자자문사로 보인다.

정식 투자자문사로 오인하기 쉬운 유사투자자문사들이 인베스트, 스탁 등의 이름을 달고 우후죽순 생긴 것은 이 같이 느슨한 관리·감독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유사투자자문사는 전문성이나 최소 자본금 요건 없이 금융당국에 단순 신고 후 영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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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덕연 ‘…스탁’ 이름으로 제재 피해
금융당국 명확한 기준없어 혼선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 검찰에 입건된 H투자컨설팅업체 라덕연 대표. 연합뉴스TV 제공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라덕연씨는 수년 전부터 투자자를 대거 모집해 불법으로 투자금을 운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라씨가 운영하는 호안스탁은 이름만 보면 정식 투자자문사로 보인다. 그러나 ‘스탁’ 이나 ‘인베스트먼트’ 같은 간판을 달아도 정식 투자업체가 아닌 경우가 많다. 금융투자업자가 아닌 업체는 상호명에 금융투자나 증권 등과 같은 단어는 쓸 수 없지만 이와 유사한 외국어를 사용할 경우 이를 제재할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4일 기준 등록된 유사투자자문업체 2141곳 가운데 상호명에 증권이나 주식을 뜻하는 ‘스탁’을 사용한 사례는 141건에 달했다. 상호명에 투자를 뜻하는 ‘인베스트’ ‘인베스트먼트’를 사용한 경우는 315건이나 됐다.

자본시장법 제38조에 따르면 금융투자업자가 아닌 사람은 상호명에 금융투자를 비롯해 증권, 선물, 파생, 집합투자, 투자신탁, 자산운용, 투자자문, 투자일임, 신탁이라는 단어를 쓸 수 없다. 또 이와 같은 의미의 외국어도 쓸 수 없다.

문제는 사용할 수 없는 외국어 문자 기준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법령상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문자’라고 돼 있지만 금융당국도 명확한 기준을 갖고 있지 않다.

정식 투자자문사로 오인하기 쉬운 유사투자자문사들이 인베스트, 스탁 등의 이름을 달고 우후죽순 생긴 것은 이 같이 느슨한 관리·감독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유사투자자문사는 전문성이나 최소 자본금 요건 없이 금융당국에 단순 신고 후 영업할 수 있다. 금융당국의 등록 허가 후 엄격한 관리·감독을 받는 투자자문사와는 진입 요건부터 다르다. 유사투자자문사는 직권말소 사유인 보고의무 위반, 자료제출 요구 불이행 시에만 제한적 관리·감독을 받는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부적격 유사투자자문업자의 신속한 퇴출을 위해 직권말소권을 도입했지만 사실상 퇴출되는 경우는 대부분 ‘자진 폐업’이었다. 라씨도 수차례 투자 관련 회사를 등록하고 폐업하기를 반복했다. 2014년 설립한 머니사이언스인베스트는 2019년 ‘폐업’을 이유로 직권말소됐다. 2020년 3월에는 투자자문사인 알앤케이홀딩스를 세웠다가 2022년 7월 폐업했다.

유사투자자문사를 세웠다가 직권말소로 퇴출된 라씨가 투자자문사를 새로 차린 것도 규제의 허점을 이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유사투자자문업자가 직권말소로 퇴출될 경우 5년간 유사투자자문업을 할 수 없도록 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뒤에는 부적격 유사투자자문업자들의 활동 재개를 감시하거나 제한하기는 어렵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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