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윤석열과 바이든, 그리고 핵무기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미국의 동맹국 도·감청 의혹이 불거졌지만 지난달 말에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은 대성공이었다. 반도체 수출 통제와 민주주의 지지는 물론이고, 역내 외교에 대한 양국 협력을 증진했다. 많은 미국인은 윤 대통령의 ‘아메리칸 파이(American Pie)’ 노래로 이번 정상회담을 기억할 것이다. BTS 멤버가 당장 될 순 없다 해도 윤 대통령의 노래 실력은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K팝과 대중문화 강대국 위상을 미국인에게 각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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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정상회담 ‘대성공’ 평가
북핵 대응 NCG 창설 바람직
한국은 강한 목소리 낼 기회
」
이번 정상회담의 지정학적 핵심 의제는 핵무기였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대한민국과 한국 국민에 대한 약속은 지속적이며 철통 같고 한국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은 신속하고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확장 억지(핵우산)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대한 한국의 의지를 재차 밝혔고, 두 정상은 차관보급 ‘핵 협의 그룹’(NCG)을 창설해 핵 공격에 대비하고 핵 억지 접근법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일본 또는 호주 정상회담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왜 그럴까. 가장 명시적인 이유는 북한이 핵무기를 계속 고도화하고 군축을 위한 외교적 관여를 거부한 데 있다. 북한은 지난해에만 100여 건이 넘는 미사일 시험 발사를 강행했고 고체연료를 포함하는 미사일의 다각화, 잠수함 발사 미사일, 핵탄두 소형화 움직임까지 보였다.
한국에서는 서울을 방어하기 위해 LA를 희생할 미국 대통령이 있겠느냐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일본과 호주에서도 미국의 확장 억지의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지만 두 나라 모두 독자적 핵무기 개발에는 반대 여론이 대세다. 한국은 그 반대다. 여론조사를 보면 대다수 한국인은 핵무기 개발을 지지하고, 일본·호주와 비교할 때 핵 무장을 주장하는 중량감 있는 정치인들이 존재한다.
한·미 정상이 이런 우려를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윤 정부 입장에서 최선의 카드는 독자적 핵 무장 여론에 호응하기보다 미국의 핵무기 및 확장 억지 의사결정 과정에 최대한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있다. 자체 핵무장론이 매력적이겠지만, 윤 정부는 이런 주장이 위험할 뿐 아니라 고립을 자초하는 길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한국의 독자 핵무장을 반대한다.
독자적 핵 무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임시방편은 있다. 바로 미국이 한국에 배치된 전술 핵무기 사용 장치의 열쇠를 한국과 나눠 갖는 ‘이중 열쇠(Dual Key)’ 체계에 합의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양국은 서로의 동의 없이는 핵무기 사용을 할 수 없으며 양국 군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또 다른 선택지는 1991년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이 철수한 미군의 전술 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하는 것이다. 필자가 생각할 때 두 가지 옵션 모두 장단점을 따져 고려해 볼 만하지만 두 가지 모두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많다.
따라서 한·미 정상의 NCG 창설 합의는 적절한 선택이었다. NCG는 억지 전략에 있어서 미국의 의사 결정 과정에 한국의 의견을 반영할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한국 정부가 국내 여론을 달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할 수 있다. 냉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의 핵 탑재 전략잠수함이 한반도에 출격할 예정이라는 발표야말로 NCG이 향후 함께 발전시켜갈 수 있는 핵무기 작전 배치의 좋은 예다.
일각에서는 NCG가 나토의 ‘핵 기획 그룹’(NPG)에 못 미친다고 지적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주장이다. 고위 정책 당국자들은 비공개 자리에서 필자에게 오바마·트럼프·바이든 행정부에 걸쳐 실시된 세 번의 ‘핵 태세 검토’(NPR) 보고서 준비 과정을 전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이 가장 크게 비중을 두고 목소리를 반영했던 동맹국을 순서대로 보면 일본·영국·프랑스·한국이라고 한다. 이번 NCG 창설로 한국은 다른 동맹국을 앞서는 가장 강력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위치에 설 기회를 확보하게 됐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점증하는 도전 과제를 볼 때 매우 적절한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마이클 그린 호주 시드니대 미국학센터 소장·미국 CSIS 키신저 석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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