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경의 돈의 세계] 기업의 무변신이 유죄
아침에 눈 뜬 남자는 흉몽을 꾸고 기괴한 갑충으로 변한 자신을 발견한다. 소설 ‘카프카의 변신’ 첫머리를 읽다가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는 광고 카피를 떠올려 본다. 변신은 무죄가 아니라 기업의 흥망성쇠를 가르는 열쇠다.
컴퓨터회사에서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으로 일취월장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1분기 실적은 매출과 영업이익 차원에서 성공적이었다. MS는 챗GPT로 대별되는 생성형 AI 기술을 클라우드 사업에 접목해 컴퓨팅 수요 확대 증가를 도모하고 있다. 올해 주가가 27% 올라 세계 시가총액 2위다.
중국 기업의 교묘한 변신술은 유죄일까? 북한·러시아·이란과 함께 중국은 안보상 미국의 우려 대상이다.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전기차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 하자 다양한 변신술이 등장했다.
중국 최대 전기차·배터리 업체 BYD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리튬의 보고(寶庫) 칠레에 양극재 공장을 건설한다. 중국 4대 배터리 업체인 고션하이테크는 IRA 보조금 수혜 대상으로 당당히 등재했다. 독일 폭스바겐이 최대주주라는 점과 스위스 증시에 상장돼 있다는 점을 이용해 다국적기업으로 변장한 게 미시간 주에서 먹혀들었다. 세계 최대 이차전지 제조업체 CATL은 미국 자동차 업체와 기술제휴로 IRA 법망을 빠져나가려 한다. 포드와 테슬라가 IRA 우회 전략을 제공해 CATL과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는 구상이다.
사물에 반사된 빛을 통해 우리는 물체를 파악한다. 카멜레온 피부에 비친 빛은 여러 경로로 굴절되고 파동이 겹쳐 고유색이 달라 보이는 것이다. 리튬 수요가 2040년에 최고 51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자 아르헨티나·볼리비아·칠레·브라질이 리튬 카르텔을 추진하려 한다. 카멜레온처럼 변화하는 불확실한 세상에서 온전히 살아남으려면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야만 한다.
조원경 UNIST 교수 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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