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인전 [청춘]으로 돌아온 안도 타다오와의 대화
Q : “청춘은 인생의 시기가 아닌 어떠한 마음가짐”이라는 사무엘 울만의 시 ‘청춘’에서 영감을 받아 청사과 조각을 만들었고, 이번 전시의 제목으로 삼기도 했습니다. 당신에게 가장 눈부신 청춘으로 어떤 작품을 꼽고 싶나요?
A : 저는 항상 목표와 꿈을 갖자고 말해왔습니다. 영원한 ‘청춘’을 살기 위해서는 꿈을 꾸어야 하니까요. 제가 한 모든 일이 나의 ‘청춘’의 증거입니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장에서 딱 하나 고르라면 행사장인 ‘뮤지엄 산’ 그 자체네요. 그 공간을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이른바 ‘궁극의 전시 작품’이니까요!
Q : 강연에서 건축물은 만들어지면 그걸로 끝이 아니라, 아이처럼 길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부연해 들을 수 있을까요?
A : 완성된 순간이 그 건물의 최고점이고, 나중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열화돼 그 가치가 줄여들 뿐…이라고 한다면 외롭겠죠?(웃음) 인간과 마찬가지로 건축물도 제대로 유지 보수하면 더욱 아름답게 해를 거듭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시간을 들여 그 건축물과 관계를 맺고 사귀어가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창조적인 일이 생겨날지도 모르고요. 생명을 불어넣어 설계한 건축물은 만드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주변 환경과 관계 맺으며 성장한다고 생각해요.
Q : 또한 강연에서 “재미있는 곳에 재미있는 사람들이 모인다”고 말씀하셨죠. 건축물과 그곳을 찾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A : 그것은 ‘도시란 무엇인가’라는 논쟁으로 이어지는 질문이군요. 인간이 모여 살며 도시가 생겨나고, 그곳에서 서로 다른 가치관들이 만나고 충돌하고 대화하며 ‘도시의 문화’를 키워 도시의 역사를 만들어가지요. 거기에 건축물을 세워 ‘자극’을 가져올 수 있다면 재미있겠죠. 여기서 나는 건축이 곧 문화라고 주장하려는 건 아닙니다. 문화는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인간의 활동이죠. 그렇다면 사람들의 마음에 풍경으로 새겨지는 것. 그것이 건축물입니다. 저는 도시의 건축이 보석 상자라고 믿어요. 인간을 보호하고 빛나게 하는 보석함 같은 것이라고.
Q : 세계 각지의 도심과 자연 속에 건축물을 만들었습니다. 지금, 당신의 건축물을 세우고 싶을 정도로 흥미가 가는 공간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A : 모든 장소에는 그곳만의 다른 컨텍스트가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장소에 새로운 건축의 가능성이 있지요. ‘이 장소가 아니면 만들 수 없다.’ 이런 것은 없지만, 그래도 웅장한 자연을 마주할 만한 부지라면 ‘이 멋진 풍경을 어떻게 우리 편으로 만들까!’ 하며 마음이 고양되곤 합니다.
Q : ‘안도 타다오’라는 건축가를 생각할 때 가장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은 빛입니다. 미니멀하고 기하학적인 구조와 노출 콘크리트로 빛의 콘트라스트를 극대화하죠. 당신에게 있어 빛이란 무엇인가요? 빛을 연출하기 위해 건축물을 어떻게 설계하고자 하나요?
A : 자연의 파편인 빛은 건축에서 추상화된 자연으로 기능합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는 빛과 어둠의 반짝임은 벽으로 둘러싸인 공기의 덩어리에 불과했던 자리에 생명을 불어넣습니다. 어떤 각도에서, 어떤 성질의 빛을 어떻게 끌어들일 것인가. 단지 ‘빛’을 추구해가는 것만으로, 건축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 당신은 때론 더하기보단 빼기에서 미학을 찾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름다운 정경을 위해 우리가 덜어내야 할 건 어떤 것일까요?
A : 여러 요소를 덜어냄으로써 건축은 하얀 캔버스 같은 상태에 가까워집니다. 그 캔버스 위에서 빛과 바람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자연의 드라마를 보여주죠. 최소한의 표현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자연의 가능성을 이끌어내는 수단입니다.
Q : 당신은 어떤 것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나요?
A : 정말 어려운 질문이네요.(웃음) 지금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는 자연입니다. 생명의 근원으로서의 자연의 존재.
Q : 빛의 교회, 물의 절, 붓다의 언덕 등 당신이 만든 종교 시설들은 유독 신성하고 경건하게 느껴집니다. 어떤 형태로든 신의 존재를 믿나요? 그렇다면 당신의 건축물에 그 존재를 어떻게 담아내려 하나요?
A : 저는 무교지만 사람들이 모여 자기 반성의 시간을 갖는 ‘기도’가 참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한 건축물에 필요한 건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장소이며, 공간의 순수성이죠. 이러한 의식을 바탕으로 저는 종교 공간을 만들 때 기본적인 기하학 형태를 철저하게 추구합니다. 이렇게 얻은 중립적인 ‘빈 공간’의 공간에는 빛과 바람과 같은 자연이 끌어들여지죠. 이렇게 탄생한 공간이 내가 상상하는 종교 건축의 형태입니다.
Q : 포트워스 현대미술관, 지추미술관, 마운트오브뮤지엄, 퓰리처미술관 등 작품과 건축이 시너지를 내는 갤러리를 짓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예술과 건축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공간을 어떻게 계획하나요?
A : ‘작품’과 그것을 담는 ‘그릇’의 관계가 아니라 각자가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긴장감으로 서로 마주하는 관계가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을 불러일으키고 예술가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창조적 가능성으로 가득 찬 상자’로서의 미술관을 지향하지요.
Q : 강연에서 백세까지 살자는 말을 거듭하셨는데, 인간이 오래 살아남아 이룰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A : 목표를 가지고 사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해를 거듭할수록 인생은 재미있어진다니까요! 100년도 모자랄 정도예요!
Q : 장기 5개를 들어냈다고 하셨지만 여전히 유쾌하고 영감이 넘치는 것 같습니다. 좌절할 때마다 당신을 끌어올려주는 힘은 무엇인가요?
A : 건축을 통해 사회와 연결되는 긴장감. 그것이야말로 내 인생의 중심입니다. 그래서 일을 할수록 저는 건강해지는 것입니다. 아픈 정도로 인생을 포기할 수는 없어요
Q : 현재 당신이 열정을 쏟아붓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A : 지금 방글라데시에서 어린이 도서관을 짓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것을 얼른 완성하고 싶습니다.
Q : 당신은 무엇을 믿나요?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경험적으로 체득한 신념, 혹은 아직까지 확신할 수 없더라도 이것만큼은 맞았으면 하는 바람, 소망 같은 것이요.
A :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꿈을 가지고 사는 한 인간은 늙지 않는다. 영원한 청춘을 계속 살 수 있다. 그런 마음으로 저는 청춘이라는 이름의 풋사과 조형물을 만들었죠. 이번 전시의 〈청춘〉이라는 이름과 같은 작품이요. 저는 이 정신을 믿고 그 실천에 생명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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