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역대 최대 폭 한·미 금리 역전…위험관리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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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자 유입됐던 과거 금리 역전기만 믿지 말고
정책 당국 할 일은 한다는 시장의 신뢰 얻어야
미국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일부 은행 파산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물가 상승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연방준비제도가 지난해 3월 이후 10회 연속으로 금리를 올리면서 미국 기준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인 5∼5.25%까지 올랐다. 미국 기준금리 상단과 한국의 금리 차는 역대 최대인 1.7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위험도가 낮으면 위험의 대가 성격인 금리도 낮아야 자연스럽다. 시중은행 수신금리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금리보다 낮은 것도, 이제까지 대체로 기축통화국인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낮게 유지된 것도 그런 이유다. 내외의 금리 차가 벌어지면 더 높은 수익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고, 원화가치 하락(달러 환율 상승)으로 외환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
물론 외국인 투자 자금이 금리만 보고 움직이는 건 아니다. 금리 이외에 경제성장 전망, 환율 기대, 차익거래 유인,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험 선호 정도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내외 금리 차가 외국인 투자 행태에 미치는 영향이 뚜렷하지 않다고 한국은행이 분석하기도 했다.
실제로 과거 금리 역전기에 외국인 투자는 줄지 않았다. 이제까지 미국과의 내외 금리 역전 현상은 ① 1996년 6월~2001년 3월(최대 1.5%포인트) ② 2005년 8월~2007년 9월(최대 1%포인트) ③ 2018년 3월~2020년 2월(최대 0.85%포인트) ④ 지난해 7월~현재(최대 1.75%포인트) 등 네 차례 벌어졌다. 이 기간에 외국인 자금이 외려 더 들어왔다. 주식과 채권을 합한 외국인 자금은 ① 168억 달러 ② 305억 달러 ③ 405억 달러가 순유입됐었다.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일도 아니다. 지난해 7월부터 이어진 이번 금리 역전기는 한국 경제가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큰 폭의 내외 금리 차라는 점에서 경제 주체 모두 긴장하고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거시경제 여건도 좋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성장률을 정부나 한국은행(1.6%)보다 낮은 1.5%로 전망했다. 주요 투자은행(IB)들의 전망 평균치(1.1%)는 더 낮다. 외환시장도 수급상 불안한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경상수지가 11년 만에 두 달 연속 적자다. 무역수지는 14개월째 적자다.
정부는 어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금융·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가능성에 ‘각별한 경계감’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형식적인 수사에 그쳐선 안 된다. 요즘처럼 불안한 시기에는 정책 당국이 할 일은 하고 있다는 신뢰를 국내외 투자자에게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럴 때일수록 전기요금 인상부터 근로시간제 합리화까지 필요한 개혁은 눈치 보지 않고 실천한다는 메시지 역시 흔들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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