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칸 수상, 언질도 없더라”

어환희 2023. 5. 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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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서 각본상을 받은 티빙 오리지널 ‘몸값’의 제작진. 왼쪽부터 최병윤 작가, 전우성 감독, 곽재민 작가. [사진 티빙]

장기 불법매매가 이뤄지는 차에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진다. 정신 차린 한 남성이 다급히 말한다. “제가 낙찰받았잖아요. 콩팥, 그거 어디서 받냐고요.”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몸값’ 2화 시작 장면인데, 지진 한복판에 예사롭지 않은 인물이 등장해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지난달 제6회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서 한국 드라마로는 처음 각본상(장편 경쟁 부분)을 받은 ‘몸값’의 곽재민 작가가 꼽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재난 상황도, 아픈 아버지를 위해 “콩팥”만 외치는 고극렬(장률)이라는 인물도, 원작에는 없던 드라마만의 설정이다.

4일 만난 ‘몸값’의 전우성 감독과 최병윤·곽재민 작가는 “원작의 강점을 살리면서, 드라마를 차별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10월 티빙에서 공개된 드라마 ‘몸값’은 저마다의 이유로 몸값을 흥정하던 세 인물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에 갇혀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이충현 감독의 14분짜리 동명 단편영화가 원작이다.

지난달 19일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서 티빙 오리지널 ‘몸값’으로 장편 경쟁부문 각본상을 받은 전우성 감독이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티빙]

곽재민 작가는 “단편 원작이 완결성 있는 작품이어서, 선과 악이 뒤섞이며 기존의 가치가 무너질 만한 지진 정도의 거대한 재난, 큰 사건이 필요했다”며 “모든 등장인물이 악인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원작의) 두 캐릭터 노형수(진선규)와 박주영(전종서)은 본인들 특성을 지키는 이야기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수상은 전혀 예상 못 했다. 하루 전에 언질을 준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러지 않더라. 갑자기 내 이름을 불러 깜짝 놀랐다”고 수상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예상치 못한 이야기 전개에서 오는 재미가 관객과 심사위원에게 인상을 남기지 않았나 싶다”고 수상 배경을 짚었다.

캐릭터 ‘양아남’으로 직접 출연까지 한 최병윤 작가는 화제를 모은 드라마의 원테이크(끊지 않고 한 번에 찍은 영상) 촬영에 대해 “동선과 시간이 일치해야 하니 타임워치로 시간을 재는 한편, 서로 대사를 치고 연기까지 하면서 각본을 썼다”고 소개했다.

‘몸값’의 한 장면. [사진 티빙]

전 감독은 2013년 단편영화 작업을 할 때 연극배우를 겸업하는 최 작가를 만났다. 이후 동료로 지내왔다. 전 감독과 곽 작가는 창작가 집단 ‘팀 이치(TEAM.ITCH)’를 만들어 함께 활동한다. 곽 작가는 “한 글자를 못 쓰더라도 온종일 끊임없이 대화한다”며 “평소 막역해 가감 없이 ‘말이 된다’ ‘갈 수 있겠다’는 지점에 도달할 때까지 얘기를 나누며 작업한다”고 전했다.

‘몸값’은 올여름 파라마운트+를 통해 글로벌 팬을 만난다. 전 감독은 “칸에서는 ‘캐릭터들이 왜 이렇게 돈에 집착하냐’며 한국 사회를 궁금해하는 분이 많았다”며 “세계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시즌2 제작 이야기도 나온다. 전 감독은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면서도 “시즌2는 트인 배경에서 액션 장면이 도드라지는, 새로운 즐길 거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 작가는 “수상으로 인한 부담감이 있다. 오늘 이후로는 상 받은 기억을 지워버리고 작업하려 한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항상 목표는 다음 작품을 만드는 것”이라며 “수상이 사실 도움이 많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곽 작가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확증편향 문제에 관심이 많다”며 “우리 세대가 싸워나가야 하는 적이라고 생각해, 관련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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