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역사 400년 증인, 울산시청 희귀 동백나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방한하는 등 한·일간 ‘셔틀외교’ 부활에 즈음해, 울산시청 앞마당의 동백나무 한 그루가 눈길을 끈다. 한·일 양국의 지난한 역사가 사연으로 아로새겨진 나무이기 때문이다. 높이 2.5m인 이 동백나무는 30년 전 일본 교토에서 울산으로 건너왔다. 수령은 올해 40살. 이 나무는 다섯 색깔, 여덟 겹꽃이 핀다고 해서 ‘오색팔중(五色八重)’으로 불리는 세계적 희귀종이다.
오색팔중은 400년간 한국과 일본 사이의 굴곡진 역사를 지켜봤다. 나무의 원산지는 울산학성이다. 울산시 동쪽 학성산에 있는 성터로, 임진왜란 당시 주요 전투가 벌어진 곳이다. 당시 왜장 가토 기요마사는 울산학성에서 우연히 이 나무를 발견했다. 아름다움에 반한 가토는 나무를 캐 일본으로 가져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선물했다. 도요토미는 이 나무를 자신이 자주 가던 절에 기증했다.
오색팔중은 꽃이 질 때도 한꺼번에 떨어지는 일반 동백과 달리, 꽃이 하나씩 떨어지는 특성이 있어 일본에서는 ‘오색팔중산춘’이라고도 불렀다. 1세대 나무는 1983년 말 고사했고, 2, 3세대가 교토의 사찰(지장원)에서 자랐다. 사찰은 지장원이라는 본래 이름보다 동백나무 절이라는 뜻의 ‘쯔바기데라(椿寺)’로 더 잘 알려졌다. 사찰 측은 동백숲에 철책을 둘러 보호했고, 꽃이 활짝 핀 모습이 담긴 사진을 법당에 별도로 모실 만큼 나무를 신성시했다고 한다.
1989년 최종두 당시 한국예총 울산지부장이 일본 교토 지장원에서 오색팔중을 발견했고, 지역단체 및 불교계 등과 반환 운동을 벌였다. 처음엔 거부했던 일본 측도 결국 동의했다. 1992년 5월 한 그루를 들여와 울산시청 앞마당에 심었다. 울산시 관계자는 “당시 10살 된 3세대 묘목 3그루가 돌아왔다. 울산시청, 독립기념관, 경남 사천 조명군총에 한 그루씩 심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울산시청에 심은 것만 살아남았고, 나머지는 고사했다. 울산시 농업기술센터 등의 노력으로 4세대 50여 그루가 별도로 자란다. 울산시청 앞마당 3세대 옆의 작은 10그루가 바로 4세대다. 울산시청 장정대 주무관은 “울산동백을 소중히 가꿔 한·일 역사의 상징물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울산=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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