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 숨결 간직한 ‘천마도’ 9년 만에 세상과 호흡
땅을 박차고 하늘로 비상하는 천마(天馬)가 9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4일 ‘천마, 다시 만나다’ 특별전의 문을 열었다. 50년 전 발굴돼 지금까지 단 세 차례만 대중에 공개됐던 천마도 실물을 만나 볼 수 있는 자리다. 천마도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997년과 2009년 개최한 특별전 때 공개됐고, 지난 2014년 경주박물관에서 한 차례 더 공개된 뒤 지금까지 수장고에 보관됐다.
이날 공개된 천마는 1500년의 세월을 무색하게 할 만큼 영험한 자태였다. 천마도는 자작나무 껍질로 만들어진 말다래(말을 탄 사람에게 흙이 튀지 않도록 안장 양쪽에 달아 늘어뜨리는 판자)에 그려진 그림이다. 양발 밑에 말다래를 깔기 때문에 천마도도 두 점이 한 쌍이다. 천마총 금동판 말다래와 금령총·금관총에서 나온 천마 무늬 말다래도 함께 공개돼 천마도 네 점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다. 함순섭 국립경주박물관장은 “한 전시에 네 종류의 천마를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마립간 시기(356∼514)에 천마 관련 물품이 보편적으로 사용됐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천마도는 50년 전인 1973년 정부와 학계 전문가들이 155호 고분을 발굴하던 중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천마총 발굴 조사는 일제강점기 일본인 학자들이 독점했던 신라 고분 조사에서 벗어나 우리 손으로 당시 역량을 총동원해 이루어낸 기념비적인 발굴”이라며 “이후 한국 고고학의 근간이 된 성공적인 발굴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날 특별전 개막식엔 당시 조사에 참여한 윤근일 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장도 참석했다. 그는 “지금은 천마총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지만 당시에는 황남동 155호 고분이었다”며 “98호를 조사하기엔 여러 면에서 부족해 155호를 먼저 발굴하기로 했는데 금관 장식들이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했다. 대형 고분을 발굴하기 전 연습 삼아 발굴한 소형 고분에서 그야말로 ‘대박’이 터졌다는 것이다. 155호 고분이 천마총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도 그 안에서 신라 시대의 유일한 회화 유물인 천마도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무덤의 주인을 알 수 없을 때는 출토된 유물의 이름을 따라 쓰고 뒤에 ‘총’자를 붙인다.
155호 고분에서는 천마도 외에도 신라의 금속 세공 기술을 보여주는 화려한 유물이 대량 출토됐다. 금제 대관을 비롯해 금으로 만든 모관, 허리띠, 관 꾸미개, 귀걸이 등 지도층이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물건이 대부분이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국보 천마총 금제 허리띠와 무덤 주인의 왼쪽 허리춤에서 출토된 봉황 장식 고리자루큰칼, 팔찌, 반지, 귀걸이 등이 관람객을 맞는다. 전부 천마총 출토품이다. 정효은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천마총 출토품 중에서도 명품으로 꼽을 만한 유물을 엄선해 기획했다”며 “마립간 시기는 황금 장신구의 전성기였는데, 천마총은 그 끝자락에 해당해 금속 공예의 정수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전시는 7월 16일까지다. 천마총에서 출토된 자작나무 천마도 두 점 중 비교적 상태가 좋은 한 점은 6월 11일까지, 손상이 심한 한 점은 6월 12일부터 7월 16일까지 전시된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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