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문’ 열어둔 한국…미래에 방점 찍으려는 일본
한·일 양국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7~8일 한국 방문을 둘러싼 막판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6~7월로 예상됐던 기시다 총리의 방한 일정이 갑작스럽게 당겨지면서 실무협의에 나설 시간이 부족한 데다 과거사 사죄 표명 문제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양국 간 온도 차가 여전해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4일 “실무협의가 계속 진행 중”이라며 “결정되지 않은 부분도 있고, 결정되더라도 (정상회담 직전까지) 변동될 부분이 있어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협상 막판까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 측의 호응 조치를 요청할 예정이다. 기시다 총리가 최소한 1998년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에 담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라는 문구를 직접 언급하는 방식으로 과거사 메시지를 내놓기를 기대하고 있다.
사실 기시다 총리가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문구를 직접 언급하는 문제는 지난 3월 정상회담 협의 당시에도 핵심 쟁점이었다. 다만 정부는 지난 정상회담 당시 직접 일본 측을 압박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로키(low-key)로 전략을 선회했다. 사죄 표명에 대한 압박 강도가 강해질수록 기시다 총리로선 오히려 메시지 발신이 어려울 거란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3일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을 만나 사죄 표명을 비롯한 일본의 호응이 필요하다는 국내 여론을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한다.
반면에 일본 측은 과거사 문제에 대해선 언급을 최소화하면서 ▶셔틀외교 복원 ▶한·일 정상 간 신뢰 강화 ▶반도체 등 미래 협력 의제 발굴 등에 집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무협의 과정에서도 줄곧 기존의 ‘사죄 불가론’을 고수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 소식통은 “기시다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이 내린 정치적 결단에 부응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강하지만 그 방식은 과거사가 아닌 양국 관계 개선과 협력 강화 메시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자민당 강경파는 사죄 입장을 밝힐 경우 과거사의 짐을 후대에 넘기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기시다 총리를 압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선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처리수) 배출 문제도 의제에 오른다. 윤 대통령은 후쿠시마 오염수의 안전하고 과학적인 배출을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모니터링과는 별도로 한·일 간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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