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시민단체와 ‘반일 여론전’…기시다는 “야당도 만나고 싶다”
더불어민주당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방한을 앞두고 시민단체와 연대해 반일 감정을 자극하는 여론전에 돌입했다.
‘윤석열 정부 무능 외교’ 프레임 공세의 일환인데,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정부·여당 흠집내기에만 주력한 탓에 시민단체 수준의 과격한 구호에 매몰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민주당 대일굴욕외교대책위원회는 4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정의당·진보당 및 시민단체들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굴욕외교 중단을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급조된 한·일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국민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다”며 “일본은 역사 왜곡, 독도 영유권 주장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또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를 당장 중단하라”면서 “한·일, 한·미·일 군사협력에 반대한다”고 외쳤다.
민주당이 시민단체와 국회 계단 앞에 나란히 선 건 지난 3월 7일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주최 집회에서 정부의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을 성토하고 철회를 요구한 지 두 달 만이다.
또다시 시민단체와 보조를 맞추는 움직임이 본격화하자 당 일각에선 “섣부르다”는 우려가 나왔다. 한 관계자는 “기시다 총리 발언 수위를 보고 움직여도 늦지 않을 텐데 왜 서두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난달 후쿠시마 방일 때도 시민단체 수준으로 접근하려는 것 같아 아쉬웠는데, 지금은 아예 시민단체와 손잡고 세 과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정부·여당과 외교·안보 이슈를 얘기할 공간이 없으니까 시민사회단체 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거리에서 비판만 할 게 아니라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방향에 대해 구체적 제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6일 서울 도심에서 기시다 총리 방한 규탄 촛불집회를 개최한다. 한·일 정상회담 당일인 7일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시위를 이어간다.
다음 날인 8일엔 기시다 총리가 여야 의원들을 만나고 싶다며 초청 의사를 전해왔다. 한·일 의원연맹 여야 간사단이 대상인데, 기시다 총리의 사죄 표명을 요구하는 민주당으로선 참석을 고심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당일 아침까지도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는 13일 일본에서 열릴 한·일 국회의원 친선 축구대회에 대거 불참할 예정이다.
당 지도부는 4일 올해 첫 외교안보통일 자문회의를 개최하는 등 ‘굴욕외교 중단’ 캠페인도 병행했다. 이재명 대표는 “일본에는 무한하게 퍼주고, 미국에는 알아서 접어주는 소위 말하는 ‘호갱’ 외교를 자처했다”고 현 정부 대일·대미 외교를 싸잡아 비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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