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큐브가 효자···디바이스 타고 실적 ‘훨훨’ [조 단위 IPO 기대하는 에이피알]
올해 좀처럼 ‘대어’를 찾아보기 힘든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조 단위 기업가치를 목표로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이 있다. 메디큐브와 널디 등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뷰티테크 업체 에이피알이 주인공이다. 최근 상장 전 지분 투자(프리IPO)에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하반기 상장에 대한 기대감을 점점 키우고 있다.
특히 뷰티 브랜드 메디큐브의 성장이 주목받는다. 중국의 셧다운(전면 봉쇄) 여파로 패션 브랜드 널디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메디큐브가 큰 폭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견인했다. 코로나19로 ‘홈 뷰티’ 시장이 커지며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뷰티 디바이스 ‘에이지알’의 수요가 대폭 늘어난 영향이다. 에이피알은 여세를 몰아 기존 5종에 더해 올해 3종의 디바이스를 추가로 공개해 시장 내 입지를 넓혀갈 계획이다.
‘디바이스 3종’ 출시 후 실적 급증
‘에이지알’로 해외 시장 개척 속도
에이피알은 2014년 10월 설립된 뷰티테크 기업이다. 자연주의 뷰티 브랜드 ‘에이프릴스킨’으로 대중과 처음 만났다. 2년 차인 2015년 처음으로 연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며 시장에 안착했다. 2016년부터는 브랜드를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최근 에이피알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한 메디큐브도 2016년 7월 공개됐다. 같은 해 12월에는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글램디’를 선보였다.
이듬해부터는 투자 유치와 해외 법인 설립을 통해 본격적인 성장 궤도를 달렸다. MZ세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널디와 향수 브랜드 ‘포맨트’도 2017년 내놨다. 이후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고 해외 법인을 넓혀나가며 외형을 확장한 에이피알은 2018년 처음으로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더니, 지난해는 사상 최고치인 3977억원을 기록했다.
메디큐브 호실적의 배경에 ‘에이지알’ 판매량 확대가 자리한다. 지난해 3월 뷰티 디바이스 3종 라인업을 갖추면서 회사 실적이 급성장했다. 1분기 적자를 기록한 에이피알은 디바이스 3종 라인업을 갖추며 2분기 6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3분기에는 126억원으로 이익 개선세가 이어졌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2021년 연간 기록을 40억원 이상 넘어서기도 했다.
이 같은 고속 성장 배경에는 ‘홈 뷰티’ 트렌드가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19로 피부과 방문이 줄어들며 자연스럽게 홈 뷰티 시장이 확대됐다. 홈 뷰티란 전문 의료인 없이 다양한 제품을 통해 스스로 집에서 직접 미용 관리하는 것을 일컫는다. 방문 시술에 비해 공간과 시간적 제약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홈 뷰티 트렌드에 에이지알 수요도 대폭 확대됐다. 방송인 김희선을 모델로 기용한 덕분에 제품의 인지도 또한 빠르게 확대했다.
홈 뷰티 열풍은 해외에서도 뜨거웠다. 특히 일본과 미국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에이피알은 지난해 일본에서 전년 대비 96.28% 오른 36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미국 매출도 284억원으로 전년 대비 27.93% 증가했다. 그 외에도 에이피알은 현재 홍콩, 대만, 싱가포르, 중국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회사는 올해도 해외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지난해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올해도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통해 해외 매출 성장을 이뤄낼 것”이라며 “특히 K-뷰티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일본 시장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향후 홈 디바이스가 필수적인 시대가 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빈쯔 리서치에 따르면 2018년 91억달러 수준이던 뷰티 디바이스 시장 규모는 2030년 약 1782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20%씩 성장한다는 예측이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피부 관리를 위한 ‘안티에이징’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며 “기술 내재화를 통해 장기적으로 기술 우위를 선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가치 7000억원 돌파
에이피알이 최근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점도 조 단위 기업가치를 기대하는 배경이다. 에이피알은 올 들어 80억원 규모 프리IPO 투자를 유치했다. NH-수인베스트먼트혁신성장M&A투자조합을 비롯해 SJ파트너스, IBK기업은행 등이 투자에 참여했다. 이번 투자 유치에서 에이피알이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약 7000억원 수준이다. 투자자들은 회사의 가파른 성장률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올해도 높은 성장률을 기대한다. 성장을 자신하는 배경은 뷰티 디바이스 라인업 확대 영향이 크다. 에이피알은 회사의 5번째 디바이스인 ‘에이지알 아이샷’을 지난 3월 공개했다. 눈가 라인과 국소 부위에 사용 가능한 디바이스로, 전기 에너지를 직접 공급하는 ‘샷 모드’와 아이크림 등 화장품 흡수율을 높이는 ‘부스터 모드’ 등 두 가지 기능을 구현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보디케어’ 디바이스를 포함해 3종의 신제품을 올해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기존 얼굴 중심에서 적용 범위를 몸까지 확대하고, 제모 기능을 추가하는 등 제품 카테고리를 점차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회사는 수익성 개선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올해 1월에는 연구 전문 자회사 ADC(APR Device Center)를 개소하고 30여개 특허를 확보했다. 궁극적으로는 제품 기획부터 개발, 생산, 유통까지 모든 프로세스를 내재화한 ‘수직적 프로세스’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에이피알은 오는 10월 전 상장예비심사 청구서 제출을 목표로 한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사이에 상장할 전망이다. 상장을 위해 지난해 신한투자증권과 주관사 계약을 체결했으며, 최근에는 김앤장과 법률 자문 계약을 맺기도 했다.
회사는 앞서 한 차례 상장에 철회한 경험이 있다. 이를 교훈 삼아 올해는 더욱 철저히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2020년 미래에셋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을 준비했다. 당시에도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상장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한국거래소로부터 일부 미흡한 점을 지적받아 철회를 결정했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당시에도 지적 사항을 보완한 후 곧바로 상장을 재추진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글로벌과 뷰티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초석을 다지기로 결정했다”며 “지금도 국내외 통제 불가능한 요인에 따른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큰 변수”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도 시장 상황이 좋지만은 않지만 과거 철회 경험이 전화위복이 돼 올해는 더욱 철저한 준비를 통해 좋은 결과로 이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빠르게 성장하는 실적으로 기업가치를 증명하겠다”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7호 (2023.05.03~2023.05.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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