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도 파생상품도 계속되는 ‘도돌이표’ [편집장 레터]
2022년 신년호부터 매경이코노미는 ‘생활 속 법률 이야기’라는 칼럼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법을 몰라 손해 보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독자들이 법에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로 마련한 칼럼입니다.
첫 칼럼 제목이 ‘신탁 등기된 집은 전세 들어가지 않는 게 좋다’였습니다. 당시 칼럼을 쓴 최재원 법무법인 자연수 대표는 “신탁 등기된 주택 전세 관련 법률 상담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며 “문제가 생겨 고통을 당하는 세입자 대부분이 사회 물정을 잘 모르는 대학생이나 20~30대 사회초년생, 예비부부”라고 아쉬움을 토로했죠. 내용은 간단했습니다. 건물 소유자가 건물을 신탁사에 담보 신탁한 후 거액의 대출을 받았는데, 그 이후에도 실소유자 행세를 하면서 전세보증금을 받아 챙기는 사례가 많다는 거였죠. 최 변호사는 “신탁 등기된 주택 소유자는 신탁 회사”라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전국을 뒤흔든 전세사기 사태를 바라보며 그 칼럼이 생각났습니다. 하긴 해당 칼럼뿐이겠습니까. ‘다양한 방법으로 전세사기를 당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조언이 그동안 꽤 많았음에도 결국 사건은 터지고 말았죠. 모르고 당하기도 했을 테고, 알았어도 돈이 없고 사정이 여의치 않아 당하기도 했을 겁니다.
‘전세사기 당하지 않는 법 체크 포인트(p.42~49)’ 기사를 준비하는 와중에 ‘전세사기 대책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이제 적어도 세금 체납액 때문에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태는 없어지게 됐습니다. 부동산 관련 범죄를 저지른 감정평가사 처벌도 강화하기로 했고요. 강서구 화곡동에서 전세사기 사태가 처음 이슈가 됐을 때부터 떨고 있는 감정평가 업체 몇 곳이 있다는 소문이 떠돌았죠. 감정가를 부풀려 집주인이 전세사기를 칠 수 있게 도와준 감정평가 업체와 감정평가사에는 그에 걸맞은 엄정한 대응이 꼭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법망이 아무리 촘촘해진다 해도 결국은 당사자가 미리미리 조심해야 합니다. 박상수 변호사는 “전세금은 집을 빌려 사는 대가로 주는 돈이 아니라, 내가 주인에게 빌려주는 돈”이라고 정의합니다. 거액의 돈을 빌려주는 만큼 주인이 변제할 능력이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빌려줘야 한다는 게 핵심이죠.
시세가 명확하지 않은 물건은 피하고, 부동산 신탁 회사가 집주인인 경우 조심하고, 계약서를 쓸 때 확정일자 효력이 생기는 시점까지 대출 등을 받지 말 것을 특약으로 넣어두는 한편 확정일자 다음 날 등기부등본을 한 번 더 확인하고 꼭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것 등입니다.
도돌이표의 법칙일까요? 유사한 사건이 시차를 두고 계속되는 것은 부동산이나 금융이나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총수익스와프’ ‘키코’ ‘CDO’ 등의 사태를 겪으면서 고초를 치른 금융권이 이번에는 ‘CFO’라는 파생상품으로 시끄러워질 수 있다는 진단입니다. 매경이코노미가 준비한 단독 기사(p.28~34)에서 그 실체를 확인해보시죠. 아~ 10년째 되풀이되는 ‘586 용퇴론’도 마찬가지겠네요(p.20~21).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7호 (2023.05.03~2023.05.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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