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떠돌다 숨진 10대’ 정부 철퇴에 의사회 반기
대한응급의사회는 4일 정부가 ‘대구 구급차 뺑뺑이 10대 사망 사건’과 관련해 병원 네 곳에 행정처분을 내린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의사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사망사고의 원인은 개별 병원의 이기적인 환자 거부가 아니다”며 “보건복지부의 처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사망사고의 원인은 중증외상응급환자에 대한 전반적인 인프라의 부족과 병원 전 환자의 이송, 전원체계의 비효율성”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최고의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한 응급의료체계이지만, 이런 이상적인 시스템은 전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경증환자의 119 이송을 중단하고 상급병원 이용을 줄일 보다 강력하고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라”며 “응급환자의 강제수용 시 발생할 수 있는 진료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을 감면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사고의 책임을 오히려 정부에게 물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날 복지부는 지난 3월 대구에서 상태가 위중하던 10대가 구급차를 타고 병원을 전전하다 결국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당시 환자 수용을 거부한 의료기관들에 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소방청·대구시와의 합동조사 및 전문가 회의 등을 토대로 당시 사건과 관련된 8개 의료기관 중 4개 기관에 행정처분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처분 대상은 대구파티마병원, 경북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등 4곳이다.
이들 의료기관은 ‘정당한 사유 없는 수용거부’를 이유로 시정명령 및 이행 시까지 보조금 지급중단 처분을 받게 됐다. 대구파티마병원과 경북대병원의 경우 중증도 분류 의무도 위반해 과징금 처분이 추가됐다.
사건은 지난 3월 19일 발생했다. 4층 높이 건물에서 떨어져 발목과 머리를 다친 17세 환자가 구급차에 실려 2시간 넘게 ‘응급실 뺑뺑이’를 하다 결국 치료를 받지 못한 채 구급차에서 숨졌다.
복지부에 따르면 환자가 119 구급대원과 함께 처음 찾은 병원은 지역응급의료센터인 대구파티마병원이었다. 당시 근무 의사는 ‘정신건강의학과를 통한 진료 등이 필요해 보인다’는 이유로 타 기관 이송을 권유했다.
응급의료법에 따라 응급환자의 주요 증상과 활력징후, 의식 수준, 통증 정도 등을 고려해 중증도를 분류해야 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구급대원이 재차 전화로 응급실 수용을 의뢰했을 때도 병원 측은 ‘정신과적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 제공이 어렵다’며 거부했다.
두 번째로 찾은 경북대병원에서도 환자를 받아주지 않았다. 환자가 탄 차를 세워둔 채 구급대원이 권역응급의료센터로 가서 수용을 의뢰하자 의사는 ‘중증외상이 의심된다’며 권역외상센터에 확인하라고 했다. 중증외상을 의심한다면서도 환자 대면 진료나 중증도 분류는 하지 않았다.
이후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두 차례에 걸쳐 이 병원 권역외상센터에 전화했는데 병상이 없고 다른 외상환자를 진료하고 있다며 환자를 받지 않았다. 조사 결과 두 번째 의뢰 당시엔 병상이 하나 있었고, 다른 환자 상당수가 경증환자였다고 복지부는 전했다.
계명대동산병원은 다른 외상환자 수술이 시작됐다는 이유로,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신경외과 의료진이 학회·출장 등으로 부재중이라는 이유로 환자를 받지 않았다. 조사단과 전문가들은 모두 정당한 사유 없는 응급의료 거부로 판단했다.
이들 4곳 병원에는 병원장 주재 사례검토회의와 책임자 조치, 재발방지대책 수립, 병원장 포함 전체 종사자 교육 등의 시정명령이 내려졌다. 권역응급의료센터인 경북대병원은 2억2000만원 규모, 지역응급의료센터인 나머지 3곳은 4800만원의 보조금 지급이 시정명령 이행 시까지 중단되고, 대구파티마병원과 경북대병원은 각각 3674만원, 167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당시 119가 이송을 의뢰했으나 치료로 이어지지 못한 다른 병원인 영남대병원, 삼일병원, 나사렛종합병원, 바로본병원의 경우 조사 결과 법령 위반사항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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