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 직전 매도'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 사퇴…"605억 사회환원"
SG(소시에테제네랄) 증권 창구를 통해 나온 매물 폭탄으로 대규모 주가 하락 사태 직전 주식을 매도한 의혹을 받는 김익래(73)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4일 전격 사퇴했다. 다우데이타 주식을 매각해 얻은 차익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다.
김 회장은 이날 여의도 키움증권 사옥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에 연루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그룹 회장과 키움증권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높은 도덕적 책임이 요구되는 기업인으로서, 한 그룹의 회장으로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여러 차례 고개를 숙이면서도 법적인 책임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그는 "최근 주식 매각에 대해 제기된 악의적인 주장에 대해 객관적인 자료로 소명하고자 했으나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은 주주와 이해관계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 여러분께 부담을 드리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도 과정에 법적인 문제가 없었다 하더라도 이번 사태로 모든 분께 상실감을 드린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를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를 매각해 얻은 605억원은 사회에 환원하겠다고도 했다. 김 회장은 "향후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의 조사에 숨김과 보탬 없이 적극적이고 성실한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이번 사퇴는 대형 증권사 오너로서 이번 사태에 연루된 것만으로도 그룹 차원으로 문제가 퍼질 수 있기 때문에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외국계 증권사 SG증권 창구에서 지난달 24일부터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져 김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다우데이타를 포함한 8개 종목 주가가 연일 폭락했다.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는 라덕연 R&K홀딩스 대표는 폭락 2거래일 전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를 시간외매매로 처분한 김 회장을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상속 문제로 주가 상승이 달갑지 않은 김 회장 측이 라 대표의 매수 목적을 알고, 일부러 주가를 하락시켜 반대매매를 유도했다는 게 라 대표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키움증권 고위 관계자는 기자 회견 이후 중앙일보 취재진과 만나 "이미 김 회장의 아들이 2년 전 지배구조의 정점에 최대 주주가 됐다"며 "라 대표는 일반적으로 최대주주가 주가가 내려갔을 때 상속하는 게 세금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일반적인 내용으로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피해자 보상과 관련해서 검토되는 부분이 있느냐는 질의에 이 관계자는 "범죄자가 보상해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벤처 1세대 김 회장은 한국IBM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1986년 다우기술을 창업했다. 이후 1992년 다우데이터, 1997년 다우엑실리콘, 1999년 다우인터넷 등을 설립하며 정보통신업을 확대했다. 본격적으로 금융업에 진출한 건 2000년 키움닷컴증권을 인수하면서다.
다우키움그룹 지배구조는 오너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이머니를 주축으로 ‘다우데이타→다우기술→키움증권’ 등으로 이어진다. 김 회장은 지난 2021년 다우데이터 지분 200만주를 자녀에게 증여하는 등 경영권 승계를 준비하고 있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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