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크렘린궁 공격 배후는 美…여러 옵션 고려중"

러시아가 크렘린궁에 대한 무인기(드론) 공격의 배후는 미국이란 주장을 폈다. 이번 공격에 대응할 몇 가지 선택지를 갖고 있다고도 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 브리핑에서 "3일 발생한 크렘린궁 겨냥 드론 공격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 모스크바 크렘린궁 상공에 드론이 날아드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어 "이런 테러 행위에 대한 결정은 우크라이나가 아닌, 미국이 내리는 것을 알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를 실행할 뿐"이라며 "미국이 종종 목표물을 지정하는 것도 알고 있다. 미국은 우리가 이를 안다는 것을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국이 이번 공격에 개입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지난 3일 새벽 크렘린궁 상공엔 15분 간격으로 드론 2대가 날아들었으나 방공망에 감지돼 모두 격추됐다.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크렘린궁에 없었다. 러시아는 이번 공격을 푸틴 대통령의 암살을 노린 것이라고 규정하며 보복을 예고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크렘린궁을 공격하지 않았다며 러시아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오히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해 자작극을 벌였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관련 의혹을 부인하는 데 대해 이날 페스코프 대변인은 "사건을 부인하는 우크라이나와 미국의 시도는 정말 어처구니없다"고 말했다.

그는 "크렘린궁은 보복할 권리가 있다. 이번 공격에 대응할 다양한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며 "대응에는 러시아 국익에 부합하는 신중하고 균형 잡힌 조처가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보복성 대응의 구체적인 형태는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미국은 이 일에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러시아의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