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尹-박광온 먼저 만나도 돼"…당은 "갈라치기"라는데 왜

정용환, 김은지 2023. 5. 4.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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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야당 대표를 만나는 것이 여러 사정으로 어렵다면 원내대표와 만나는 것도 괘념치 않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분신해 숨진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기자들의 질문이 없었는데도 “지금 용산 측에서 야당의 대표를 빼고 원내대표와 만나겠다는 취지의 의사를 표명한 것 같다. 그에 대한 제 입장 말씀드리겠다”며 먼저 말을 꺼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일 오후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지부 간부 양회동 씨의 빈소를 조문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지난 2일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대통령은 여야 원내대표와 만날 의향이 있다”며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하면 만날 수 있고, 여야 원내대표가 따로 만나는 과정에서 본인을 부르면 본인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취임 뒤 여러차례 ‘영수회담’을 제안했지만 “범죄 피의자와 면담할 때는 아니다”(정진석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는 등 이유로 번번히 무시해온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이재명) 당대표를 먼저 만나는 것이 순서”라며 이를 거절했다.

이 대표는 이날 “지금 민생이 너무 어렵다”며 “건설 노동자가 극단적 선택을 해야할만큼 갈등도 심각하고, 러시아·중국발 경제위기, 한반도 평화위기도 매우 심각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정치를 다시 복원해야 한다”며 “상대를 죽이려는 게 아니라 상대를 존중하고 대화하고 협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의 회동을 제안했다. 이어 “어떻게든 대화와 정치를 복원해서 이 어려운 민생·경제·안보 위기, 극단적인 갈등의 골을 넘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오른쪽)이 지난 2일 오후 국회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예방해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축하 난을 전달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당초 민주당은 대통령실의 원내대표 회동 제안에 대해 “갈라치기 전략”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까지도 “협치는 맞상대와 하는 것인데, 제1야당의 당 대표를 배제한 협치는 ‘혼자 추는 탱고’와 같다”며 “군사정권도 야당 대표를 만났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이) 불통의 정치를 끝낼 생각이 추호도 없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 대표의 이날 발언은 “지금은 이 대표가 ‘박광온 원내대표 당신이 먼저 만나라’고 가르마를 타줘야 한다”(박지원 전 국정원장)는 등 당 안팎에서 정치 복원에 나서라는 압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나왔다. 당내에선 민주당이 4월 임시국회에서 강행 처리한 간호법·의료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등 현안이 놓인 상황에서, 정치 복원의 책임을 대통령실에 떠넘기려는 노림수라는 분석도 나왔다.

다만 이 대표의 입장 발표는 박 원내대표와 사전 협의가 없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원내 지도부는 이 대표 발언 직후 박 원내대표의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의에 “곧 정리하여 답변 드리겠다”고 했으나, 이날 저녁까지도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전혀 사전 협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도 “이 대표를 건너뛰고 박 원내대표만 윤 대통령을 만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당내 또 다른 갈등의 시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한편,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에 “박 원내대표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얘기해서 연락해오지 않겠나”라며“그렇다면 우리 입장에서야 안 만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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