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세력 표적된 지주회사…투자불신 고착 우려
"지주사 투자불신 우려…저평가 해소돼야"
[한국경제TV 정호진 기자]
<앵커> 다양한 얘기들이 오가는 가운데 이번 작전의 표적이 된 종목들의 대부분은 '지주회사'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국내에서 지주사의 주가는 계속해서 저평가됐었는데, 이번 사태로 인해 저평가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자세한 내용 증권부 정호진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정 기자, 작전 세력이 표적으로 지주사들을 겨냥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기자> '지주회사'를 골라 작업 대상을 물색한 것은 아니고, 여러 조건을 따지다보니 지주회사들이 눈에 들어왔을 것으로 보입니다.
라 대표가 투자했다고 직접 밝힌 종목은 총 9개입니다. 이 종목들의 공통점은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고, 유통주식 물량이 적다는 것인데요.
장기간에 걸쳐 주가를 부양하는 전략을 진행해왔다면 이만한 기업들이 없었는데, 고르다 보니 지주회사가 이 조건에 부합했던 것이죠.
그리고 한 가지 이유로는 '저평가된 기업을 발굴해 투자한다'는 명분을 챙길 수 있는 기업이기도 합니다.
라 대표도 이 점을 강조하며 본인을 '가치투자자'라고 주장해왔는데요.
라덕연 대표는 "해당 기업들은 영업이익 대비 시가 총액이 낮았다"며 "주가 조작을 한 것이 아니라 저평가된 기업을 매수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지주회사가 어떤 회사이길래 이 같은 조건들이 맞아 떨어졌다는 건가요?
<기자> 지주회사에 대해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지주회사란 공정거래법상 주식을 통해 자회사와 같은 다른 회사의 사업을 지배하는 회사입니다. 쉽게 말해 지분을 통해 여러 자회사를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겁니다.
LG그룹을 예로 들어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를 만들고, LG전자는 가전제품을 만들면 LG지주사는 이들 회사를 지배하고 관리하는 것이죠.
특별하게 영위하는 사업이 없다 보니 지주사 자체의 주된 수익원은 그룹 내 상표권이나 자회사의 배당금, 임대수익 등이 주 수익원인데, 이는 투자자의 관심을 받기 어렵습니다.
실제, 지주사와 비지주사의 거래량을 각각 상장된 주식 수로 나눈 값을 연 평균치로 보면, 지주회사에 대한 관심이 비지주회사에 비해 5배 적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즉, 모든 지주사가 해당되는 건 아니지만 그룹 내 계열사를 지배하는 핵심 회사이다보니 지분을 줄이기 어렵습니다.
또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덜 가기 때문에 거래량도 적은 기업. 이 같은 공통분모를 가진 기업이 지주사 중에 많았다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정 기자, 그런데 알파벳과 같이 시가총액 1조 달러가 넘는 기업도 지주사잖아요?
국내 지주사들이 특별하게 저평가를 받는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앞선 LG의 예시를 한 번 더 들어보겠습니다. 말씀드린 LG지주도 상장사이지만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모두 상장사잖아요?
시장에선 이를 '더블 카운팅'이라고 표현합니다. 상장된 기업의 가치가 자회사에서 한 번, 지주사에서 한 번, 총 두 번 책정되는 만큼 할인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이 같은 논리 때문에 국내에선 지주사의 가치가 저평가 받는 게 사실입니다. 반면 알파벳의 경우 구글, 유튜브 같은 기업들은 비상장사입니다. 때문에 이들의 기업 가치를 알파벳이 시장에서 그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겁니다.
다만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더블카운팅이 시장의 오해라고 설명합니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관계자는 "더블 카운팅이라는 논리 대로라면 시장에 상장되는 ETF도 더블 카운팅"이라며 "시장의 오해가 해소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정 기자, 당국의 관심도 중요하지만 지주사의 저평가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이번 사태와 유사한 사례가 또 일어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가치가 없지만 비싼 주식이었다면 타겟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좋은 주식이기 때문에 표적이 됐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주사들도 자사의 펀더멘탈을 알리고, 주주환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등 가치 제고를 위해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채원 의장의 의견 직접 들어보시죠.
[이채원 / 라이프자산운용 의장 : 기업 입장에서는 그 주식이 너무 지나치게 저평가 된대로 이제 방치하면 안 되는 거죠.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적극적으로 하면 주식이 어느 적정 레벨까지 올라오잖아요. 그러면 이제 누가 못 덤비죠. 먹을 게 별로 없으니까 사서…]
또한 지주사가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위치에 있다보니, 이른바 '회장님'의 상속, 증여와 같은 승계 과정이 주가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데요. 이 과정도 점차 세대교체가 이뤄지며 저평가가 해소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증권부 정호진 기자였습니다.
정호진 기자 auva@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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