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뇌 탐구 대장정, 만화로 담아냈다
우타 프리스, 크리스 프리스, 엘릭스 프리스(글)
대니얼 로크(그림), 정지인 옮김
김영사, 348쪽, 2만4800원
“다른 모든 생물을 뛰어넘는 능력을 인간에게 주는 건 분명 뇌라고 우리는 생각해요.”
뇌는 인간의 신체 기관 중 가장 중요하고 복잡하다. 뇌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이고, 과학의 가장 흥미로운 주제이기도 하다. 뇌에 대한 이해는 인공지능(AI) 기술에서도 중요하다. 하지만 뇌과학은 너무 어렵다. 뇌와 마음을 다룬 과학책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비전문가들이 읽어내기란 쉽지 않다.
‘두 뇌’(Two Heads)는 만화로 구성한 뇌과학 입문서다. 게다가 세계적인 신경과학자들이자 부부인 크리스 프리스·우타 프리스 교수가 글을 썼다. 프리스 부부는 둘 다 영국의 과학자 공동체 안에서 최고의 명예로 평가되는 왕립학회 회원이다. ‘현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신경과학자 10인’에 뽑히기도 했다.
이 책의 기획자이자 또 다른 저자인 앨릭스 프리스는 그림이라는 설명 방식의 유효성에 대한 믿음과 두 과학자의 세계적 명성에 기대 책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프리스 부부의 아들이기도 하다.
책은 저명한 뇌과학자 커플이자 1960년대 런던에서 임상 심리학을 시작해 6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뇌와 마음을 탐구해온 프리스 부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뇌과학의 역사와 핵심 개념들을 설명한다. 또 인간의 뇌가 어떻게 우리를 사회적 존재로 만드는지 조명한 두 과학자의 연구를 충실하게 소개한다. 자폐, 조현병, 편견, 공감 등에 대한 최신의 연구 결과를 담고 있기도 하다.
이 책은 아동용 학습만화가 아니다. 성인 독자들을 겨냥한 본격적인 과학책이다. 저자들은 만화라는 형식의 한계 속에서도 정교한 설명을 위해 공을 들인다.
“우리는 사람에게 자유의지가 있는지 없는지에 관해 조금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과학은 아직 그에 대해 최종적인 결론을 내리지 않았고 어쩌면 언제까지나 그럴지도 몰라요. 하지만 나는 우리에게 자유의지가 있다고 믿습니다.”
저자들은 확인된 사실과 의견을 엄격하게 구분한다. “뇌와 마음에 관해서 우리는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임상실험을 통해 확인된 사실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러면서도 만화 특유의 유머와 시각적 즐거움을 놓치지 않는다.
책은 뇌가 하는 일, 뇌는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 뉴런들이 협력하는 방법, 우리가 뇌를 사용하는 방법 등 뇌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어 뇌와 마음의 관계를 탐구하는 신경과학의 역사를 돌아보고 모방, 감정이입, 자기인식 등 주요 개념들을 짚어 나간다. 후반부로 가면 메타인지, 사회인지, 자유의지 등 뇌과학의 최신 주제들이 펼쳐진다.
메타인지란 ‘생각에 관한 생각’을 뜻하는 용어로 인간 뇌의 특징이다. 메타인지의 한 예는 다른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에 관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다. 책은 “동물들은 온갖 지적 능력을 보여주지만, 아직 우리는 동물들이 메타인지를 지니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한다.
사회인지는 이 책의 핵심 주제다. 신경과학은 그동안 고립적으로 작동하는 개인의 뇌에 연구의 초점을 맞춰왔다. 저자들은 “지난 50여년은 작동 중인 뇌를 들여다보는 긴 프로젝트를 해왔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라며 “그 결과, 평균적인 뇌란 어떤 것인지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런 종류의 실험들은 뇌에 관한 한 가지 근본적 특징을 포착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건 바로 뇌가 다른 사람들의 뇌라는 맥락 속에서 기능하도록 진화해왔다는 사실이다.
“뇌는 다른 뇌들과 함께 작동하도록 만들어졌답니다.” 사회인지는 이 책의 주인공인 프리스 부부의 연구 주제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제목이 ‘뇌’가 아니라 ‘두 뇌’인 이유도 ‘사회적 뇌’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저자들은 인간은 의식적으로도 무의식적으로도 다른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를 생각하는 데 시간을 쏟는다면서 평판에 그토록 신경을 쓰는 것도, 가십에 강한 흥미를 가지는 것도, 집단에 소속되기를 열망하는 것도 뇌의 사회인지적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때 우리의 행동이 살짝 달라지는 이유는 우리의 뇌가 주변의 다른 뇌들에 맞춰 조율하고 있는 거예요.”
또 대부분의 인간이 어려운 테스트를 푸는데 혼자 하는 것보다 협업하는 것이 낫다는 걸 알려주는 여러 실험들을 인용하며 “우리가 한 모든 연구 가운데 여전히 우리에게 큰 기쁨을 안겨주는 것은, 사람들이 최고의 결과를 내기 원한다면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발견이었답니다”라고 말한다.
뇌과학을 만화로 설명하는 방식은 대단히 성공적이다. 그림으로 표현된 뇌의 구조, 뉴런의 작동 방식, 조현병의 발생 기전, 전기경련요법의 실체 등은 직관적인 설명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주인공인 두 노과학자들이 너무 유쾌하고 매력적이라서 책을 덮을 수가 없다. 뇌과학책이 이렇게 말랑말랑하고 귀여워도 되나.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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