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인하 없다” 파월 선그었지만…시장은 ‘피벗’ 시점에 관심

서지원, 염지현 2023. 5. 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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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EPA=연합뉴스

미국 정책금리가 이전 16년 동안 가본 적이 없는 연 5.25% 고지에 올랐다. 3일(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0.25%포인트 추가 인상을 결정하면서다. 연 3.5%에 머물러 있는 한국 기준금리와의 차이는 1.75%포인트로 벌어졌다. 역대 최대 폭이다.

지난해 3월 이후 10차례 이어지고 있는 미국의 금리 인상 행진이 드디어 끝을 향해 간다는 기대에 시장은 잠시 한숨을 돌렸지만, 긴축 후폭풍은 이제 시작이란 불안감은 여전하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날 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정책금리를 연 4.75~5%에서 5~5.25%로 올렸다. FOMC 위원들은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지난해 3월부터 10회 연속 금리 인상이다. 미 정책금리는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게 됐다

인플레이션(고물가) 대응이 최우선 과제라는 Fed의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Fed가 중요하게 보는 물가 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지난 3월에 전년 대비 4.6% 올랐다. 계절이나 외부 변수에 영향을 많이 받는 에너지ㆍ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지표로, 시장 전망치(4.5%)를 소폭 웃돌았다. Fed의 물가 목표인 2%보다 배 이상 높다. 물가 상승 압박이 여전하다는 의미다.

대신 이날 Fed 성명에 통화 긴축 완화로 해석될 수 있는 변화가 있었다. “충분히 제약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달성하기 위해 추가 긴축이 적절할 것으로 예상”이란 표현이 삭제되고, “적절한 추가 긴축의 정도를 결정할 때”란 문구가 들어갔다.

성명 공개 이후 금리 인상 종료 전망이 번지면서 미 뉴욕증시는 ‘반짝’ 상승했지만,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곧바로 이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FOMC 회의 직후 열린 회견에서 그는 “금리 인상 중단에 대한 결정은 오늘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더 제약적인 통화 정책이 필요하다면 더 많은 일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내 금리 인하 여부에 대해 선을 그었다. “물가상승률은 그렇게 빠르게 내려오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갖고 있다”며 “그것은 약간의 시간이 걸리고, 전망이 대체로 맞는다면 (연내) 금리 인하는 적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 발언 이후 미 증시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0.8%)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0.7%), 나스닥지수(0.46%)가 전장 대비 하락 마감했다.

3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기자회견을 지켜보는 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더들. 로이터=연합뉴스

시장에선 일단 ‘6월 동결’을 점치는 분위기지만, 연내 금리 향방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제이 브라이슨 웰스파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OMC가 ‘매파적 중단(hawkish pause)’를 예고했다”며 “인플레이션 위험을 주의한다고 강조한 만큼 금리를 다시 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반면 마이클 가펜 뱅크오브아메리카 이코노미스트는 “Fed가 긴축 사이클에서 최종 금리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변수는 미국의 경기 침체 여부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Fed의 고강도 긴축으로 미 경제가 둔화했다는 진단이 나오는 중이다. 모건스탠리 글로벌 투자 오피스의 마이크 로웬가르트 모델 포트폴리오 담당 대표는 “(앞으로의) 쟁점은 침체의 정도가 어느 정도일지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 분기 대비 1.1%(연율 환산 기준)로 집계돼 시장 예상치(2%)를 크게 밑돌았다.

이날 미국이 또다시 긴축에 나서며 한국과의 금리 격차는 역대 최대인 1.75%포인트로 벌어졌다. 하지만 증시 충격은 그리 크지 않았다. 이날 코스피는 0.02% 하락하는데 그치며 2500.94로 장을 마쳤다. 장 초반 2480선까지 밀렸다가 개인(2276억원)과 외국인 투자자(402억원)가 2678억원 상당 ‘사자’로 나서며 2500선을 지켰다. 코스닥 지수는 개인투자자의 순매수(1899억원)에 힘입어 전날보다 0.22% 상승했다.

뚜렷한 반응을 보인 건 외환시장이다. 미 달러 약세 영향으로 달러당 원화값은 전날보다 15.4원 오른(환율 하락) 1322.8원에 마감했다. 하루 사이 10원 넘게 움직이는 변동성은 여전했지만 방향은 달러 약세, 원화 강세였다.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한ㆍ미 금리 역전 현상에 대한 불안보다는 1년 넘게 이어온 미국 금리 인상 행진이 곧 중단될 수 있다는 기대가 시장에 더 크게 작용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Fed가 추가 인상 관련 문구를 삭제했다는 건 일시 중지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며 “빠르면 6월 FOMC부터 공식적인 동결 사이클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이 기대해온 ‘선물’(금리 인하 시사)은 없었던 데다, 미국 지역은행들의 부실 우려가 여전하다는 점이 국내 증시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미국이 6월 금리 인상을 중단하더라도 장기간 지속된 고금리에 따른 유동성 위기 등 후폭풍이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역은행인 팩웨스트뱅코프가 파산 우려에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50% 넘게 폭락하는 등 미국 지역은행의 불안도 이어지고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미국 FOMC는 시장 예상 수준에 부합했다”면서 “다만 (금리 인상이 마무리 되더라도) 그동안 고강도 긴축 여파로 미국 지방은행 등 약한 고리가 연쇄적으로 흔들리면 국내 금융시장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서지원ㆍ염지현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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