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비프’… 한인교회 명암을 보여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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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멋대로 늘어선 의자, 금이 간 벽과 빛도 차단하지 못하는 삐뚤어진 블라인드가 있는 이 공간은 교회보다 다목적실로 보인다.
창 목사는 "드라마 '비프'는 미주 한인교회의 현실을 보여주는 작은 창이자 거울"이라며 "교회를 떠나는 이들을 교회가 품어야 한다. 이제 그 거울을 교회 앞에 두고 고민하는 노력이 필요할 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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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MUSA, 2021년 한인교회 2019년 보다 700개 줄어
제멋대로 늘어선 의자, 금이 간 벽과 빛도 차단하지 못하는 삐뚤어진 블라인드가 있는 이 공간은 교회보다 다목적실로 보인다. 순간 공간은 예배당이 된다. 찬양 밴드가 2016년 인기를 끈 엘리베이션 워십의 ‘오 주께 나오라(O Come to the Altar)’를 부르면서다.
어색한 표정으로 예배당에 들어선 한 남성이 자리에 앉으려다 일어선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 손을 들며 찬양하고 있는데 홀로 앉아 있는게 불편해 보일 정도다. 일어선 남성이 찬양에 몰두하면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조용히 기도도 한다.
지난 4월부터 방영한 넷플릭스의 10부작 드라마 ‘비프(BEEF·성난 사람들)’ 속 한 장면이다. 드라마 속 오열하는 남성은 한국계 미국인 대니 조다. 드라마 비프는 난폭운전 사건에 관련된 도급업자 대니와 여성사업가인 아시안계 미국인 에이미 라우의 분노와 갈등을 다루고 있다.
열심히 사는 대니는 아시아인을 향한 은근한 경멸에 번번이 좌절을 경험하고 에이미는 자신이 이룬 성취가 백인에게 가볍게 무시되는 상황을 마주한다.
이 드라마는 방영 시작과 함께 한때 북미 지역 시청률 1위를 달리며 ‘오징어게임’에 비견되는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대니 역을 맡은 배우 스티븐 연은 아시아인 이민자의 고단한 삶을 그린 영화 ‘미나리’를 통해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이 드라마 속 장면을 유심히 본 사람이 있다.
아시안아메리칸크리스천협회장인 레이몬드 창 목사는 최근 크리스채너티투데이(CT)에 기고한 글에서 “밴드가 노래를 부르는 동안 카메라는 눈을 감고 손을 치켜든 사람들을 비추기 위해 방안을 돌아다닌다. 너무 잘 알고 있는 리듬에 맞춰 흔들리는 검은 머리카락의 바다”라고 묘사했다.
미국 이민자들이 찾는 한인교회의 모습을 ‘검은 머리카락의 바다’라고 표현한 셈이다.
이 장면은 시티즌LA교회 제이슨 민 목사가 예배 인도할 때 촬영했다.
창 목사는 “자신도 한인교회에 다녀봤고 LA의 한인교회에서 봉사한 경험이 있었는데 비프를 보는 순간 그때 예배 장면이 떠올랐다”며 “한인교회는 미국에 정착한 한국인들에게 중요한 곳”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집중한 부분은 한인교회의 현실이다.
창 목사는 “아시아계 미국인의 인구 중 한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10분의 1에 불과한데 복음주의 아시아계 미국인 중 3분의 1이 한인”이라며 “그런데 최근 복음주의 한인의 수가 심각하게 감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인교회가 누군가에게는 소속감을 주며 시간과 문화를 공유해 믿음의 장소로 데려가는 곳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인간적 상처를 주는 공간이었다는 게 창 목사의 설명이다. 이런 모습이 대니를 통해서도 드라마에서 보여진다.
창 목사는 “교회를 떠날 것이라 생각하지도 않던 사람이 나에게 와 자신의 믿음을 의심하는 말을 했다. 그들은 교회 안에서 위선과 자기 성찰의 실패를 보았고 교회 밖에서 더 의미 있는 공동체를 찾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건 결국 교회라는 점도 강조했다.
창 목사는 “드라마 ‘비프’는 미주 한인교회의 현실을 보여주는 작은 창이자 거울”이라며 “교회를 떠나는 이들을 교회가 품어야 한다. 이제 그 거울을 교회 앞에 두고 고민하는 노력이 필요할 때”라고 했다.
한편 재미한인기독교선교재단(KCMUSA)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미주 지역내 한인교회는 2798개로 집계됐다. 코로나 팬데믹 전인 2019년(3514개)보다 700개 넘게 감소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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