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 ‘용퇴’…“명예회장으로 추대”
박찬구(75)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 현역에서 물러난다.
금호석유화학그룹은 박 회장이 회장직을 내려놓고, 무보수 명예회장직을 수행한다고 4일 밝혔다. 박 회장은 고(故)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회장의 4남으로 1976년 금호석유화학(옛 한국합성고무)에 입사해 47년 동안 석유화학 업계에 몸담았다. 재계에서는 금호석유화학을 글로벌 석유화학·소재 기업으로 키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의료용 장갑 원료인 NB라텍스 분야에서 세계 1위(30%)다. 금호석유화학그룹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우리나라 석유화학 산업에서 박찬구 회장이 이룬 업적과 공로를 인정해 명예회장으로 추대했다”고 말했다.
47년간 석유화학 매진하며 회사 키워
박 회장은 과거 대한통운(현 CJ대한통운)·대우건설 인수를 두고 바로 위 형인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부딪혔다. 2009년 이른바 ‘형제의 난’을 겪은 뒤 워크아웃에 돌입한 그룹에서 이듬해 독립했다. 독립 후 2012년 채권단 자율협약을 졸업하며 경영 정상화를 이뤘다.
그 과정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법적 다툼을 벌이며 장기간 송사에 휘말렸다. 2018년 12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형을 확정받아 취업 제한 대상이 됐다. 해당 법에 의한 취업 제한 조치가 적용된 첫 번째 기업 오너 사례다.
집행유예 기간인 2019년 3월 박 회장은 금호석유화학 대표로 취임했지만, 법무부가 이를 승인하지 않자 불승인 취소 소송을 냈다. 1심에서 패소해 2021년 5월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총수로서 회장 직함만 유지해왔다. 2심에서 승소했지만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돼 재판을 진행하던 중 지난달 27일 박 회장 측이 소를 취하하면서 패소로 결론 났다. 이에 따라 집행유예가 끝나고 2년 뒤인 2025년 12월까지 취업이 제한된다. 박 회장의 용퇴 결정에 이번 대법원 판결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박준경 사장 승진으로 3세 경영 본격화
금호석유화학그룹의 재계 순위는 50위(올해 기준)로 자산총액 규모는 9조3000억원 수준이다. 모회사는 금호석유화학이며 주요 계열사로는 금호피앤비화학·금호미쓰이화학·금호폴리켐·금호개발상사·금호티앤엘·금호리조트 등이 있다. 금호석유화학의 연간 매출 규모는 약 8조원(지난해 7조9756억원)이다. 2021년에는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매출 8조4618억원, 영업이익 2조4068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재계는 박 회장이 사실상 은퇴를 선언하면서 장남인 박준경(45) 사장이 키를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호석유화학그룹은 박 회장이 대표직에서 물러난 2021년 전문경영인인 백종훈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으며, 지난해 말 박 사장이 승진하며 3세 경영의 틀을 갖췄다. 박 사장은 2007년 금호타이어에 입사한 뒤 2010년 금호석유화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편 금호석유화학의 최대주주는 박인천 창업회장의 차남 고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8.87%)다. 박찬구 회장이 6.96%, 박준경 사장이 7.45%, 박 회장의 장녀인 박주형 금호석유화학 부사장이 1.01%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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