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무도한 정권" 성난 스님들, 정권 퇴진 '장군 죽비' 든다

김병기 2023. 5. 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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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불교계 첫 시국법회 '야단법석' 준비위원장 행운(도정) 스님

[김병기 기자]

 '윤석열 퇴진 시국법회 야단법석' 준비위원장인 행운(도정) 스님이 오마이TV와 인터뷰를 했다.
ⓒ 김병기
 
오마이TV 유튜브 영상 : https://youtu.be/DthR0xn0I-o

"천공인지, 만공인지 '무속인 아바타' 노릇에 빠져있고..." "나라 팔아먹은 대통령"

직설에 유머를 섞어 내리친 '장군 죽비'. 행운(도정) 스님(제주도 남선사 주지, 연경문화예술원 원장)의 세찬 죽비 소리는 거침이 없었다. 오는 20일 오후 3시 서울시청 일대에서 열리는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촛불집회' 식전 행사인 '윤석열 퇴진 시국법회 야단법석' 준비위원장인 행운 스님은 2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 난맥상을 성토했다.

[토각귀모] "천공인지, 만공인지... 이게 말이 됩니까"
 
 행운스님이 오마이TV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김병기
 
행운 스님은 명진TV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이날 인터뷰에서 시국법회 야단법석을 추진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지난 3월 제주 남선사에서 스님들이 모였는데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 이야기가 화제로 올랐습니다. 사제단이 '퇴진' 단어를 쓰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그만큼 심각한 지경이라는 뜻이겠죠, 사실 대통령이 '천공'인지 '만공'인지... 무속인 아바타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게 말이 됩니까. 성토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죠. 퇴진 시국법회는 그날부터 준비했습니다."

토각귀모(兔角龜毛). 토끼의 뿔과 거북이의 털이라는 불가 용어이다. 소위, 있을 수 없는 일이 터졌다는 뜻이다.

따라서 행운 스님은 "신부님들의 시국미사와 전국 대학에서 시국성명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그간 불교계가 조용했던 것은 자승 전 총무원장의 무시무시한 권력 때문"이라면서 "이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몇몇 스님부터라도 시작하자는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승 전 총무원장은 불교계에서 '윤석열 정권 탄생 1등 공신'으로 회자되고 있다. 대선 직전에 불법 정치개입이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조계종단이 강행한 전국 승려대회와 범불교도대회.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재관람료를 '통행세', 이를 걷는 사찰을 '봉이 김선달'이라고 비유한 발언을 문제 삼은 두 대회의 배후가 자승 전 총무원장이었기 때문이다.

행운 스님은 "천공은 혼자 유튜브에 나와서 떠들지만, 불교는 전국 사찰이라는 실질적인 조직이 움직이고 있다"면서 "그래서 1등 공신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서 열린 불교계 원로들과의 비공개 환담에서 봉은사 회주 자승스님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행운 스님은 "윤석열 정부가 검찰 권력을 동원해서 압수수색하고 국민들에게 죄를 뒤집어 씌워 모욕을 주면서 압박하는 일들과 똑같은 게 자승 전 총무원장에 장악된 조계종단에서도 자행되고 있다"면서 "불교계의 검찰이라고 할 수 있는 호법부가 맨 앞장서서 1700년 한국불교 역사에서 볼 수 없었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호계원은 법까지 만들어서 스님들을 징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야단법석] 1000개의 연등... '5무 정권' 퇴진 촉구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지난 4월 25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 부근에서 전국민중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야단법석(野壇法席). 대중적으로는 정신없는 상태를 의미하지만, 불가 용어로는 부처님이 대중들에게 설법을 베풀기 위해 야외에 설치한 법대를 이르는 말이다. 행운 스님은 "야단법석은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는 자리"라면서 "그날 1000개의 연등을 스님과 불자들에게 나눠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자승 전 총무원장이 전방위적으로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조계종단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시국법회 야단법석에 얼마나 많은 스님들이 참여할까?

행운 스님은 "정권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조계종단에 밉보이고, 생계를 박탈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기에 얼마나 많은 스님들이 시국법회 야단법석에 직접 참여할지는 모르겠다"면서도 "법회에 앞서 성명서 등을 전국의 스님들에게 돌려서 무기명 참여를 독려할 예정인데, 누가 봐도 무도한 정권이기에 이런 방식으로 함께할 스님들은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석열 대통령 집권 1년 차, 한편에서는 천주교 시국미사에 대해서도 '퇴진' 구호를 내거는 것이 성급하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행운 스님은 에둘러가지 않고 직설을 날렸다.

"이 정권은 우선 개념이 없습니다. 얼마 전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설문조사 기사를 봤습니다(관련 기사 : 윤 대통령 국정은 '무개념, 무능력, 무데뽀, 무책임' https://omn.kr/23mxh). '수염'(천공을 지칭)한테 물어봐서 정책을 결정하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무능력하죠. 지금껏 제대로 능력을 발휘한 부처가 없어요. 또 무데뽀이기도 하죠. 마음에 안 들면 검찰 시켜서 압수수색부터 하니까요. 무책임하기도 합니다. '바이든 날리면', 이 방송 온 국민이 들었는데 책임을 안 져요. 책임질 일 있으면 전 정권 탓으로 돌리기만 하고."

행운 스님은 또 "무식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면서 "5무 정권이다, 더 많은 '무'자 돌림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행운 스님은 한일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온 국민이 분노를 하고 있듯이 나라를 거의 팔아먹은 굴욕외교"라고 비판했고, 한미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반도체나 전기차 배터리 문제 등 한미 간에 산적한 경제현안이 있는데 기업인들은 왜 데려갔는지 모르겠다, 밥 먹으러 갔냐, 아무런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행운 스님에게 '그래도 윤 대통령 영어 연설은 잘했다는 평가도 있다'고 묻자 우스개로 반문했다.

"얼마나 연습했는지 모르겠지만, 저도 2~3개월 연습하면 그 정도는 합니다."

[파사현정] "죽여 버린다"는 부처님 말씀의 의미
 
 제주 남선사 주지 행운(도정) 스님
ⓒ 행운스님
 
파사현정(破邪顯正). 삿된 것을 물리치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의 부처님 가르침이다. 스님들이 윤석열 정권을 향해 '장군 죽비'를 들기로 작정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떠올린 불가 용어이다. 그렇다면 왜 스님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행태를 '삿된 것'으로 규정했을까? 행운 스님께 윤 대통령의 정치철학에 대해 물었더니 단답형 대답이 돌아왔다.

"무식이죠."

행운스님은 "윤석열 대통령의 그간 행태를 볼 때 일반 상식뿐만 아니라 공감 능력이나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배려심 등을 찾아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행운 스님은 이어 "검찰 특수부에서 오랫동안 몸담고 있으면서 무조건 잡아 조져라, 없는 것도 만들어내라... 이런 것이 몸에 배어있는 것 같다"면서 "국민들이 이렇게 촛불을 들고 오랫동안 광장을 지키고 있는데도,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안하무인격으로 무식하게 행동하니 국민들의 지탄을 받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행운 스님은 고려 말 공민왕과 승려 신돈의 관계도 꺼내들었다. 자신의 여인을 공민왕에 바치면서 온갖 권세를 누린 요승 신돈의 이야기다. 신돈이 자신의 아바타로 공민왕을 내세운 것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행운 스님은 "당시 이들이 벌인 작태에 대한 부작용은 고스란히 백성에게 전가됐다"면서 "고려처럼 이런 정부는 오래 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행운 스님에게 '부처님이 살아있다면 윤석열 대통령에게 어떤 가르침을 줬을까'에 대해 물었다. 부처님이 마부와 나눈 대화를 들려줬다.

"부처님이 마부에게 물었습니다. 고집 센 말을 어떻게 다루냐? 마부는 맛있는 것도 주고 칭찬도 한다고 답합니다. 그래서 또 부처님이 물었습니다. 그래도 말을 안 들으면? 마부는 채찍을 든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또 부처님이 물었습니다. 그래도 말을 안 들으면? 마무는 '죽여 버린다'고 말했습니다.

그 대화가 끝난 뒤 이번에는 마부가 부처님에게 똑같이 물었습니다. 부처님 제자 중에 꼴통이 있을 텐데, 어떻게 다룹니까? 부처님은 처음엔 칭찬도 하고 달래다가, 강하게 말로 꾸짖는다고 대답했습니다. 마부가 그래도 말을 안 들으면? 이라고 물으니 부처님도 '죽여 버린다'고 대답했습니다."

행운 스님은 "부처님이 마부의 말로 유머를 구사한 것"이라면서 "하지만 내 가르침을 극구 거부하는 사람을 어떻게 다룰 수 있겠느냐는 반증으로, 지금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행운 스님은 또 "이번 시국법회 야단법석은 시작일 뿐"이라며 "한 달에 한번쯤 전국을 돌며 시국법회를 열 예정이고, 이에 소요되는 비용도 종단과 사찰에서 보태는 게 아니라 국민 모금을 통해 채울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행운 스님은 "스님뿐만 아니라 많은 불자들이 시국법회에 참여해 주실 것"을 독려하면서 이 같은 말로 인터뷰를 정리했다.

"승려들도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자가 되겠다고 출가를 했는데, 지금 종단의 권력은 족발과 개 껌을 물고 달리는 자들이 휘어잡고 있습니다. 불교가 사회를 걱정해야 하는데 사회가 불교를 걱정하는 형국이죠. 승려들의 타락상이 심각합니다. 이에 물들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스님들이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오마이TV 시청자 여러분들께서도 이번 기회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응원도 해주시고, 조계종단과 사찰 홈페이지에 따끔한 훈계의 말을 많이 남겨주셨으면 합니다. 시국법회 야단법석은 정권을 바로 세우고, 불교도 바로 세우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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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윤석열 퇴진 시국법회 야단법석’에 대한 문의나 후원하실 분은 010-2879-7208(야단법석 준비위 대표전화)로 전화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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