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박기”vs“몰아내기”…文정부 출신 기관장 두고 여야 충돌

김효성 2023. 5. 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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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이 4일 문재인 정부 당시 임명된 정부·공공기관장의 거취를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반정부 노릇하면서 정부에 몸담는 것은 공직자 본분에 반하는 이율배반적 행위”라며 “정부와 반대로 가면서 월급을 타 먹는 것은 국민 세금 도둑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을 일일이 지목하며 “양심에 털 난 사람들, 이제는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또 “북한 해킹에도 보안 검증을 거부하는 선관위, 김일성 찬양 웹사이트 차단을 거부하는 방심위,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점수 조작 관련 혐의로 기소된 방통위원장, 감사원 감사를 거부하고 감사원 앞에서 ‘출두 쇼’하는 권익위원장”이라고도 지적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3월 29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특히 여권은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점수 조작에 관여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허위공문서작성 등)로 지난 2일 불구속기소된 한상혁 위원장을 집중 타깃으로 삼았다. 일각에서 “정부 검토를 거쳐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 주 한 위원장에 대한 면직 안을 재가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방통위 설치·운영에 관한 법에는 방통위원 면직 사유를 ‘법률상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경우’로 두고 있다. 그런데 한 위원장이 기소되면서 국가공무원상 성실·품위 유지 의무를 어겨 면직 사유가 성립한다는 게 여권의 논리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주요 부처 기관장이 기소됐기 때문에 부처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법률에 따라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여권 관계자는 “최근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대해서 일부 언론이 편향된 시각으로 보도하고 있는데 이는 방송 관련 정부기관 수장의 정치성 때문”이라며 “이번 기회에 거취 정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지난 2일 페이스북에 “민주당 정권에 부화뇌동하며 방송 장악 음모를 이어가고 있는 한 위원장은 낯 뜨거운 철밥통 지키기를 이제 그만 중단하라”고 지적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일 쓴 글. 페이스북 캡처


반면에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독립적인 정부기관을 장악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반발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전 정부 인사 찍어내기에 혈안인 윤석열 정부의 작태에 어처구니가 없다”며 “검찰이 엉터리 수사 끝에 한 위원장에게 뒤집어씌운 혐의를 벌써 대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인 양 근거 삼아 면직하겠다니 황당무계하다”고 비난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도 “윤 대통령은 더는 익명 뒤에 숨지 말고 인사권 행사의 법적 근거와 사유를 국민 앞에서 밝혀라”고 지적했다. 과방위 소속인 고민정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사실상 방통위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통령 미국 방문 및 국민의힘 윤리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여야는 문재인 정부 당시 임명된 공공기관장(공기업 및 준공공기관 임원)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도 신경전을 벌였다. 문종형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공기업 임원현황을 보면 한국전력공사, 한국석유공사 등 주요 에너지 공기업 12곳 중 9곳의 최고경영자 자리에 문재인 정부 임기 말 임명된 인사가 포진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권 시절 공공요금 동결은 침묵하다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뒤늦게 전기요금 인상을 주장하며 정책실패를 덮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에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에너지 공기업 임원을 쫓아내겠다는 것은 전기요금 인상의 여파를 오로지 전임 정부 책임으로 뒤집어씌우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특히 민주당은 지난해부터 자신들이 주장해 온 ‘대통령-공공기관 임기 일치법’(공공기관 운영법 개정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계류 중인 점도 지적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대통령실이 이 법안에 미온적이어서 처리가 안 되는 측면이 있다”며 “제도적 틀을 만들지 않고 외력으로 공공기관 임원을 내치려는 행태를 국민은 공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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