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밖에 절대 안 나간다" 사이비 신도들의 끔찍한 실화
[김형욱 기자]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웨이코: 아메리칸 아포칼립스> 포스터. |
ⓒ 넷플릭스 |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웨이코: 아메리칸 아포칼립스>(이하 <웨이코>)는 1993년 2월 28일부터 장장 51일간의 미국 텍사스 웨이코 다윗가지파 건물을 둘러싼 대치전, 즉 ‘웨이코 포위전‘ 또는 '웨이코 참사' 전말을 전한다. 부제에서 엿볼 수 있듯 웨이코 포위전은 미국 측에선 파멸적인 대재앙이자 다윗가지파 입장에선 세상의 종말과 다름 아니었다.
1993년 당시 다윗가지파는 데이비드 코레시가 내전으로 교주의 자리를 차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는데, 100여 명 가까이 되는 신도들이 한 건물에서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었다. 데이비드는 자신이 신이라며 교단 내 모든 여성을 자신의 영적 아내로 삼았다. 기존의 남편은 아내를 데이비드에게 바치고 금욕 생활을 해야 했다. 그런 한편, 데이비드는 종말을 대비해 하나님의 군대를 창설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그렇게 불법 무기를 매매하고 비축하기에 이르렀다.
다윗가지파와 ATF의 대규모 총격전
ATF로선 '사이비 종교'로서의 다윗가지파는 관심조차 없었다. '불법 무기 매매 소지'로서의 다윗가지파가 타깃이었다. 이에 다윗가지파는 민주주의 공화국 미국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무기 소지가 불법일 수 없다며 맞섰다. ATF는 다윗가지파 건물의 수색영장과 데이비드 코레시 체포영장을 가지고 다윗가지파를 급습한다. 하지만, 작전이 시행되기 직전 작전이 노출되고 만다. 작전 제보를 받은 기자가 우편배달부인 데이비드의 처남에게 길을 물어봤던 것이다. 급습은 실패한다.
ATF는 다윗가지파에 잡입해 있던 요원에게서 그 사실을 전달받았으나 작전을 강행한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다윗가지파는 각종 무기로 철저히 방어 중이었다. ATF로서도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그때 누군가가 방아쇠를 당겼고, 남북전쟁 이후 미국 내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규모 총격전이 시작되었다. 그 결과, 주지했듯 ATF 요원 4명과 다윗가지파 신도 6명이 목숨을 잃었다. ATF는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연방요원이 사망하며 FBI가 자동개입된다. FBI 위기대응팀이 본격적으로 협상에 들어갔고 머지 않아 성공하는 듯했다. 데이비드 코레시의 음성 메시지가 담긴 테이프를 국영 방송에 틀면 나오겠다고 한 것, 하지만 결정적인 타이밍에 데이비드는 "하느님께서 건물 안에 남아 있으라고 명령하셨다"라며 나오지 않았다. FBI로서는 데이비드 코레시의 사기 행각에 제대로 한 방 먹은 것.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건물 밖으로 절대 나가지 않겠다"
사이비종교의 교리를 받아들이는 신도들을 이해하기 힘들다. 일반인의 생각과 행동, 그리고 삶과는 멀어도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가. 그들의 이야기, 다윗가지파 신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오래 전부터 골수 추종자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함께 살았고 그 후대도 자연스럽게 당연한 듯 일원이 되었던 것. 또한 누가 교주를 이어받느냐도 중요했는데, 데이비드 코레시가 교주를 이어받는 과정에서 불법 무기를 다수 매매해 비축했고 교단 내 모든 여성을 아내로 삼으려 했으며 종국에는 자신이 신이라고 선포하니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에서 축출된 이단 교파에서 사이비로 거듭난 것이다.
한편 웨이코 포위전에서 FBI 위기대응팀의 전략이 무용지물되며 FBI 인질구출팀의 전략이 급부상한다. 고강도의 심리전을 강행하는데, 밤낮없이 서치라이트를 비추고 정신 산란하게 하는 소리를 내보내는 것이었다. 다윗가지파 측에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뛰쳐나오는 신도들이 있을 거라고 봤다. 하지만 뛰쳐나오기는커녕 나가면 최소한 체포되거나 죽을 거라는 피해의식이 팽배해 버렸다. 일련의 일 때문이기도 했다.
FBI 위기대응팀이 끈질긴 협상으로 20여 명에 이르는 아이들을 밖으로 나오게 했는데, 그중 한 아이의 엄마를 모성애로 자극해 밖으로 나오게 했고 얼마 안 가 체포해 버린 것이다. 오렌지색 수의를 입고 수갑을 찬 채 끌려가는 그녀의 모습이 고스란히 전파를 탔고, 당연히 다윗가지파 신도들도 알게 되었다. 건물 안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나가지 않겠다는 굳은 결의가 더더욱 확고해졌다.
웨이코 포위전으로서의 성격
포위전은 막바지로 흐른다. 장장 51일간 대치하고 있지만 몇몇이 추가로 나왔을 뿐 결정적인 변화는 없었다. FBI로선 하루에 100만 달러 이상이 들어가는 포위전을 언제까지고 계속할 수 없었다. 명분은 달랐는데, 신도들이 집단 자살을 결행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논의 끝에 강경하기 이를 데 없는 작전을 펼치기로 한다. 1993년 4월 19일, 미국 정부는 다윗가지파 건물 내에 CS가스를 살포한다. 이쯤 하면 안 나오지 못할 것이었다.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하지 쉽지만…
다윗가지파 신도들은 나오지 않았다. 더군다나 건물에 이유 모를 불이 붙어 걷잡을 수 없게 번졌고 오래지 않아 완전히 전소되어 버렸다. 그렇게 교주 데이비드 코레시를 비롯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76명의 신도가 죽고 말았다. 전 세계로 생중계되었고 빌 클린턴 정부를 뒤흔들 만한 후폭풍이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나아가 반연방주의자들의 강한 반발이 이어졌다. 2년 후 같은 날 웨이코 참사의 복수 격인 폭탄 테러도 일어났다.
<웨이코>는 웨이코 참사로서보다 웨이코 포위전으로서의 성격으로 사건을 들여다봤다. 다윗가지파와의 사이비종교 측면의 문제, ATF와의 총기주의 문제, 웨이코 참사의 반연방주의 문제 등은 살짝 옆으로 두고 사건 그 자체를 시시각각 세세하게 살펴봤다. 일차원적이긴 하나 가장 적확한 방법이기도 할 것이다.
2가지 결정적인 사안이 눈에 띈다. 첫날의 대치전에서 누가 먼저 방아쇠를 당겼나 하는 점과 마지막 날 참사에서 누가 건물에 불을 질렀나 하는 점이다. 아직까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진 바가 없는데, 공격과 방어가 존재하는 사건 전체의 핵심 중 핵심이다. 사건 현장의 당사자들에겐 앞서 언급한 문제들이 아닌 이 2가지 사안이 중요할 것이다. 이 작품의 논조로 현장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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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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