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너무 쿵쾅거렸다"…한국 첫 칸 시리즈 각본상 '몸값' 그들
막 불법 장기매매가 이뤄지던 차에 지진이 발생해 건물이 무너져 내린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한 남성이 다급하게 말한다. "제가 낙찰받았잖아요. 콩팥, 그거 어디서 받냐고요.”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몸값' 2화의 문을 여는 장면인데, 지진이 발생하는 한복판에서 예사롭지 않은 인물이 등장해 극의 긴장감을 한껏 고조시킨다. 지난달 제6회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서 한국 드라마로는 처음으로 각본상(장편 경쟁부분)을 받은 '몸값'의 곽재민 작가는 이 장면을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꼽았다. 지진이라는 재난 상황도, 아픈 아버지를 위해 오직 콩팥만 광적으로 외치는 '고극렬'(장률)이라는 인물도, 원작인 동명 단편영화에는 없었던 드라마 속 새로운 설정이다.
韓 최초 칸 시리즈 수상…“심장 쿵쾅거려”
4일 오전 만난 ‘몸값’의 전우성(38) 감독과 최병윤(36)·곽재민(31) 작가는 “원작의 강점을 살리면서 드라마를 차별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10월 티빙에서 공개된 드라마 '몸값'은 각자의 이유로 몸값 흥정을 벌이던 세 인물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에 갇히자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이충현 감독의 14분짜리 동명 단편영화가 원작이다.
곽재민 작가는 "단편 원작이 완결성이 있는 작품이어서, 선과 악이 뒤섞이며 기존의 가치가 무너질 만한 지진 정도의 거대한 재난, 큰 사건이 필요했다"며 "모든 등장인물이 악인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원작의) 두 캐릭터 노형수(진선규)와 박주영(전종서)은 본인들의 특성을 지키는 이야기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수상을 전혀 예상 못 했다. 하루 전에 언질을 준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러지 않더라. 갑자기 내 이름을 불러 깜짝 놀랐다”며 수상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심장이 너무 쿵쾅거렸고, 최대한 침착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말을 이상하게 하거나 크게 못 하지는 않은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이야기 전개에서 오는 재미가 관객과 심사위원에게 인상을 남지 않았나 싶다”고 수상 배경을 짚었다.
'양아남'이라는 캐릭터로 직접 출연까지 한 최병윤 작가는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의 원테이크(끊지 않고 한 번에 찍은 영상) 촬영에 대해 “동선과 시간이 일치해야 하니, 타임워치로 시간을 재는 한편 서로 대사를 치며 연기까지 해가면서 각본을 썼다”고 소개했다.
전우성 감독은 2013년 단편영화 작업을 할 때 연극배우도 겸업하는 최 작가를 만났다. 이후 함께 글 쓰는 동료로 지내왔다. 또, 전 감독과 곽 작가는 창작가 집단 ‘팀 이치’(TEAM.ITCH)를 만들어 함께 활동하고 있다. 곽 작가는 “한 글자를 못 쓰더라도 온종일 끊임없이 대화한다”며 “평소에 막역하기 때문에 가감 없이 솔직하게, ‘말이 된다’ ‘갈 수 있겠다’는 지점에 도달할 때까지 얘기를 나누며 작업한다”고 말했다.
“시즌2, 트인 배경에서 액션 장면 돋보였으면”
'몸값'은 올여름 파라마운트+를 통해 글로벌 팬들을 만난다. 전 감독은 "칸 현지에서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돈에 집착하냐'며 한국 사회에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았다”며 "세계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시즌2 제작 이야기도 나온다. 전 감독은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면서도 “시즌1이 한 건물에 갇혀 있는 얘기였다면 시즌2는 트인 배경에서 액션 장면이 도드라지는, 새로운 즐길 거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즌2를 만들게 된다면, 원테이크 촬영 형식은 살릴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최 작가는 “수상으로 인한 부담감이 있다. 오늘 이후로는 상 받은 기억을 지워버리고 작업하려 한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항상 목표는 다음 작품을 만드는 것”이라며 “수상이 사실 도움이 많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곽 작가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확증편향’ 문제에 관심이 많다”며 “우리 세대가 싸워나가야 하는 적이라고 생각해서 관련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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