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도 모르고 4억 빚 생겨"…임창정도 당했단 동의없는 '빚투' 왜
라덕연 R&K투자자문 대표 측이 무리하게 ‘빚투(빚을 내 투자)’를 한 배경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라 대표는 시세조종 없이 저평가주에 투자했을 뿐이라고 했지만, 실상은 투자자 빚까지 끌어 주가를 부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지적이다. 투자자들은 라 대표 측이 동의도 받지 않고 빚투에 나서 피해를 키웠다며, 금융당국에 채권 추심(빚을 받아내는 일)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레버리지가 뭔지 모르는데, 빚만 4억”
투자자들에 따르면 라 대표는 실제 투자금보다 더 많은 돈을 빌려 주식을 샀다. 차액결제거래(CFD)나 주식담보대출 등을 활용했다. 하지만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은 원금을 다 잃은 것은 물론 빚까지 지게 됐다. 동의를 받지 않고 빚까지 끌어 투자한 것은 향후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투자자 측 변호사는 동의 없는 빚투를 했다는 이유로 라 대표 측을 사기·횡령으로 고소할 계획이다.
시세조종 안했다더니, “돈 빌려 주가 부양했을 것”
문제는 향후 법적 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동의 없는 빚투를 왜 라 대표가 무리하게 진행했는지다. 현재 가장 유력한 해석은 주가를 추가로 더 떠받치기 위해 투자자들 명의 빚까지 끌어썼다는 것이다. 라 대표 측을 잘 아는 관계자 A씨는 “처음에는 해당 종목들의 시가총액이 작다 보니 빚투를 안 했던 것으로 안다”면서 “하지만 갈수록 주가가 올라 시총이 커지니, 주가를 부양하는 데 더 많은 돈이 필요해 빚까지 끌어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시 라 대표 측과 가까운 B씨는 “사태가 터지기 직전까지도 돈이 모자라 (라씨가) 여기저기 투자금을 더 받으려고 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런 해석이 맞는다면 “시세조종은 하지 않았고 저평가주에 투자한 것”이라는 라 대표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투자 구조 자체가 처음부터 투자자들의 추가 자금으로 주가를 계속 띄워야 하는 일종의 다단계였을 가능성이 커서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주가가 올라갈수록 이탈자는 나오고, 대주주도 주식을 팔기 시작했을 텐데 본인들이 주식을 더 사지 않으면 언제든 주가는 다시 내려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라며 “투자금을 더 모으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 결국 빚투까지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먼저 팔았나, 중간 정산 위해 빚투 가능성도
라덕연 대표도 지난 2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회원간 거래를 통해 투자금을 중간에 정산해 준 사실은 인정했다. 라 대표는 “회원들이 팔아 달라면 바로 팔아서 줘야 하는데, 시장에서 안 팔리면 우리끼리 팔아서 준다”고 밝혔다.
라 대표 측이 먼저 수익을 실현하기 위해 기존 투자자들의 빚을 끌어 썼다는 의혹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라 대표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나는 투자 수익금 받은 거로도 주식을 다시 샀고 계속 지분을 가지고 가려고 했는데, 대주주가 주가를 의도적으로 하락시켜 반대매매로 물량이 다 털렸다”면서 “지금은 가진 주식이 거의 없다”고 해명했다.
투자자 “빚 상환 유예”…금융위 “개입 어려워”
투자자들은 동의받지 않은 빚투로 피해가 상당하다며, 금융당국에 증권사 채권 추심을 연기해 달라고 진정을 넣었다. 4일 법무법인 대건은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예측할 수 없는 손실이 발생한 만큼 변제기일을 유예해 주고 해당 기간 동안 이자를 일시 면제해 준다면 개인 파산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고 손실을 해결해 나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개인 투자 문제에 직접 개입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개별 주식 상품 거래에서 발생한 손실에 대해서 금융당국이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도 “다만 상황에 따라 금융당국이 나서야 하는 피해 사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있는지는 잘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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