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자체조사 일축한 이재명…당내 "본인 적용될까봐?"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에 연루된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탈당 이후에도, 민주당 내부에서 자체 조사 기구를 꾸리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검찰이 4일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어서다.
복수의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이라도 당에서 자체 조사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명계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두 의원 탈당 이후에도 사법적인 문제가 계속 불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조사 기구가 있어야, 원칙을 갖고 투명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초선 의원 역시 “국민 눈높이로 볼 때 지금까진 당이 미적대는 듯한 측면이 있었다”며 “조만간 1박 2일 쇄신 의원총회가 열리는 만큼, 그 자리에서 본격적인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의 최대 쟁점 역시 조사 기구 신설이었다고 한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비명계 홍기원(초선) 의원은 “두 사람은 아직 검찰 조사도 안 받았는데, 압박을 가해서 탈당을 시키면 국민의 신뢰를 받기 어렵고 당사자의 수용성도 떨어진다”며 “앞으로도 명단이 나올 텐데 그럴 때마다 건건이 이렇게 처리할 것이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재명 대표가 “조사권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이를 한다고 발표하면 누구를 조사하느냐, 어떻게 할 거냐 등 질문이 계속 나오는데 이에 답할 수가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자, 비명계 설훈(5선) 의원은 “전혀 동의하지 못하겠다. 더 논의를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당 안팎에선 이 대표가 시스템 마련을 거부한 데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 한 수도권 의원은 “조사 기구도 설치하지 않고 출당 기준도 마련하지 않는 것은 결국 사법리스크를 지고 있는 이 대표가 ‘나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서 그런 것 아니겠냐”며 “실제 그렇지 않더라도 국민 불신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법조인 출신 의원 역시 “일반 사기업에서도 비위행위가 발생하면 자체적으로 조사하는 기구가 있는데, 당이 ‘강제 수사권이 없다’는 이유를 대며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당 외부의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돈 봉투 ‘쩐당대회’는 휴대전화 포맷 같은 잔기술로 피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라며 “부패정당의 대명사로 각인된 것을 국민 기억 속에서 없애려면 민주당 전체를 지우고 포맷할 각오쯤은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랑 정의당 대변인도 “몇몇 의원이 탈당했다고 하여 의혹이 해소되고 민주당의 책임이 면해질 거라 생각하는 국민은 없다”며 “제 살점을 도려내는 심정으로 당 쇄신에 임하지 않으면, 더이상 국민이 신뢰하지 않을 것임을 깊이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돈 봉투 사건과 관련한 지도부 조치가 느슨했다는 주장이 나온다’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으나,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는 ‘쇄신 의원총회는 어떤 방향으로 열 예정인가’와 같이 향후 대응을 묻는 말에도 침묵했다. 한 친명계 의원은 “아무런 증거가 없던 이 대표에 대한 수사와 달리, 돈 봉투 사건은 캠프 내부 녹취록이 나왔다”며 “돈 봉투 사건에 대한 당의 대처를 이 대표 사법리스크와 엮는 건 억지 논리”라고 반박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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